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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지윤 Dec 28. 2020

지나치게 지나친

여름과 사랑과 드레스



올여름,

큰 액수를 지불하고 샀던 드레스들을 한 번도 입어보지도 못한 체 여름을 보냈다.

여름이 가고 나서야 그게 무엇이든 모든 것이 잠깐 혹은 잠시일 뿐이라는 걸 새삼 절감한다.

지금도 여름도 사랑도 참을 수 없는 너도 영원하지 않겠지 생각하니 매사에 지나쳤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지나치게 사랑하고 지나치게 참을 수 없는 일에 증오를 표현해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나는 평정을 지키고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지나치게 괴로워했을 뿐이다.

내 괴로움의 대가는 없었다.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체 그저 여름이 갔을 뿐이다.

나는 과하고 지나쳤어야 했다.

누군가는 나와 같은 드레스를 입고 지나치게 사랑했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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