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사적인 서점이지만 공공연하게 한 사람만을 위한 서점
이 책은 순전히 내가 좋아하는 유유 출판사와 책 제목 때문에 산 책이다.
책을 산 게 책이 막 나온 시점이니 벌써 2년이 지났다.
이제야 이 책을 읽게 된 이유는 귀국하면서 베이징에 있는 책을 다 기부하거나 기증하고 가려하기 때문에 안 읽은 책을 서둘러 읽다 보니 그렇다.
사실 이 책과 같이 산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이라는 책을 워낙 재밌게 봐서 도입부가 낯선 이 책은 잠시 내 손에 들어왔다가 다시 책장에 꽂혔다.
책은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 정지혜님의 창업 & 생존기다.
여기서 생존기가 강조되는 이유는 전무후무한 사적인 서점을 운영하는 작가가 새로운 형식의 서점을 운영하면서 폐점을 면하기 위해 얼마나 깊은 고민을 했는지 잘 담겨 있기 때문이다.
사적인 서점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책을 사려는 손님은 SNS나 메일로 먼저 상담 신청을 하고, 서점 주인과 상담 약속을 잡아 상담한 뒤, 그 내용에 따라 손님에게 맞는 책을 서점 주인이 편지와 함께 '처방'해주는 형식이다. 말 그대로 굉장히 사적인 서점이다.
운영 방식은 온라인을 기본으로 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책을 판매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생존'을 위해 오프라인 서점 운영은 중단된다.
책을 워낙 좋아하고 독서를 즐기는지라 이런 서점이 어떻게 운영되는 것인지 궁금했던 터에 책을 펼쳤는 데 보는 내내 서스펜스 물 못지않게 가슴을 졸이며 봤다.
내가 가슴을 졸인 이유는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전까지 '혹시 망하는 거 아냐?', '설마 망한 거야?' 하는 걱정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마지막 장을 넘겼을 때 이 서점은 살아남았다.
문득 책을 다 읽고 책이 나온 시점을 생각하니 코로나 여파에 사적인 서점이 문을 닫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됐다.
특히나 대면 상담을 베이스로 하는 운영 방식이 마음에 걸렸다.
해시태그로 검색하면 금방 생존 여부를 알 수 있겠지만, 검색창을 몇 번 열었다가 닫았다.
작가인 정지혜님의 생존 본능을 믿고 그냥 서울 어딘가에 사적인 서점이 있을 거라고 믿는 편이 오히려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였다.
나도 한참 책을 읽을 때는 이런 사업을 구상한 적이 있다.
내가 매달 읽은 책을 서평과 함께 다음 달에 구독자에게 보내주고, 구독료를 받는 것이다.
사적인 서점의 모토인 '내가 읽은 책만 판다'와 꼭 맞아서 책을 보면서 놀라기도 했다.
서평이야 질리도록 쓰고 있기 때문에 품이 많이 드는 것도 아니고, 책을 읽는 습관을 서로 독려하며 기르고, 좋은 책을 공유하자는 취지에서 이런 아이템을 구상했다. 물론 구독료로 구독자들과 술이나 먹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매우 중요한 동기였다.
아쉽게도 내 독서량이 일에 치여 점차 줄면서 사업 구상은 책상 서랍 속으로 숨어 들어가 버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 책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또는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 보길 바란다. 덧붙여 추천하자면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서점'도 함께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서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