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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돼지터리언국 총리 Jul 25. 2021

<서평> '블랙미러'보다 재밌는 '종이동물원'

<서평> '블랙미러'보다 재밌는 '종이 동물원'


    '종이 동물원은 중국계 미국인인 켄 리우의 SF 단편 소설집이다.'

    위에 서술한 책에 대한 정의만 본다면 그다지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독자들의 흥미를 조금 불러일으키기 위해 양념을 좀 쳐본다면 아래의 서술을 덧붙일 수 있다.

    저자인 켄 리우는 1976년 중국의 벽지 중의 벽지인 간쑤성 란저우시에서 태어나 11세에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다.

    약학 연구자인 어머니가 스탠퍼드대에서 포닥을 마치는 동안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 팔로알토에 살았다.

    아버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왕후 장상의 씨앗을 물려받은 사람이다.

    14억 인구 중 수재로 꼽히는 부모의 자녀답게 고등학교 시절 수학에 재능을 보였으나 하버드대 영문학과에 진학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졸업  MS 취직, 프로그래머로 일하다가 친구가 세운 IT 스타트업에 잠시 몸담는다. 이후 하버드대로 돌어가 로스쿨을 나온  로펌에서 조세 전문 변호사로 일했다.

    2010 첫딸이 태어난  육아와 가사에 전념하기 위해 일을 때려 치우고 본격적으로 저작을 하면서 2012 SF계의 노벨 문학상 휴고상, 네뷸러상, 세계환상문학상 등을  싹쓸이하고 다음해에도 휴고상을 수상해 작가로도 성공을 거두는 먼치킨 중의 먼치킨.

    켄 리우는 인구왕 중국이 낳은 천재 무리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이 내 흥미를 끌었던 것은 프로그래머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글만 봐도 머릿속에 그려지는 섬세한 서술, 그리고 누구나 흥미를 느낄만한 스토리텔링이다.

    무엇보다 근미래 SF물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넷플릭스 드라마 '블랙미러'의 프로토 타입을 보는 것 같은 켄 리우의 작품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사흘 만에 567페이지 분량을 돌파하도록 내 흥미를 끌었다.

    켄 리우의 문체를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없겠지만, 굳이 표현해 본다면 이렇다.

    '동양적 판타지를 머금은 냉철한 공돌이의 글'

    즉, 문과 이과를 아우르는 양수겸장이 되는 작가라는 뜻이다.

    물론 순수 문학과 같은 깊이나 울림이 있다고 보긴 어렵지만, 동방의 DNA를 잘 살려내 패권국가인 미국인으로서 글로벌한 문체를 작품에 잘 녹여낸다.

    이건 마치 중국 작가인 왕웨이렌의 '책물고기',  거슬러 올라가면 하루키의 소설들을 읽을  느꼈던 감상과 비슷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외국 생활을 오래동안  작가의 정체성 혼란한 이방인적 분위기가 해외 생활을 했고, 해야하는  처지와 닿아 있어 공감이 많이 갔다.

    

    이런 작가의 전기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작품 자체적으로만 보더라도 블랙미러 시리즈를 보듯 근미래 묘사가 너무 재밌다.

    단편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시간 날 때 화장실에 두고 읽어도 좋을 듯싶다.

    문학도를 꿈꾸는 자녀가 있다면... 일단 뜯어말려 보고, 안 되면 습작 모델로 삼게 추천해 줘도 좋을 책이다.

    나처럼 아이들에게 상상력과 예술적 감흥을 주고 싶은 부모라면 교육적 목적으로 소개해도 좋을 것 같다.

    아무튼 덥고, 지루하고, 고된 재택근무를 하며 기사와 기사 사이 짬을 내 읽기 좋았던 고마운 책이다.

#종이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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