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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종원 Dec 02. 2022

빨간 심장을 처음으로 그린 사람

본즈 앤 올, 2022

들어가며

영화를 보고 나오며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라는 단어는 왜 이렇게 빨간색과 잘 어울릴까?' 이 영화는 온통 붉은색으로 가득 차있다. 사랑을 종이에 그린다면 대부분 '빨간 하트(심장)'을 그릴 것이다. 그 생각을 하자 이 상징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이터'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유혈이 낭자하는 장면 속에서 폭력보단 사랑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 <본즈 앤 올>이다.





<콜바넴> 감독과 배우가 <서스페리아>의 분위기 속에서 식인을 다룬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으로 유명한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와 같은 영화의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다시 만났다. 또 분위기는 감독의 <서스페리아>와 닮았다. <콜바넴> 이후 관심이 생겨 봤던 <서스페리아>에서 나는 나의 또 한 가지 생각을 굳힐 수 있었다.


'공포영화를 잘 만드는 감독은 뭐든 잘 만든다.'


그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호러+로맨스 장르의 식인이 소재인 영화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보기 전날 친구의 생각보다 더 고어하다는 평은 더욱 기대감을 높였다. 그리고 영화의 흐름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르인 로드무비로 흘러갈 때 완전히 몰입할 수 있었다.





가장 외로운 사람들의 흔한 연애

주인공 '매런'이 지도를 펼치고 손으로 짚은 곳으로 향하는 길에는 넓은 평야가 펼쳐져있다. 평야 위에서 매런이 만나는 모든 '이터'들은 외로워 보인다. 영화 속 대사처럼 '사랑의 세계에선 괴물이 있을 수 없다.' 모두 집을 떠난 채 차를 끌고 움직이는 이들뿐이다. 분위기와 인물들 속에서 클로이 자오 감독의 <노매드랜드>가 생각났다. 말 그대로 이터들은 유목민이고 외톨이다. 매런이 끝까지 지니고 싶어 하는 '평범함'을 지닐 수 없는 존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은 사회에서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 엄마를 만나고 나온 매런의 외침처럼 이들의 결말은 자살, 감금, 살인으로 정해진 듯 보인다.  사회와 관계 속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퀴어'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단순히 비밀이 많고 소통이 힘든 가족 관계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외로움의 극한에 서있는 이들이기에 누구라도 그 외로움 중 일부를 자신에게 가져와 입맛대로 외로울 수 있다.



그럼에도 사랑에 빠진 이터가 있다. '매런'과 '리'다. 둘은 처음 만났을 때 서로의 존재를 느낀다. 하지만 사랑에 빠진 건 그때가 아니다. 매런은 리가 마트에서 보여준 행동이 용감해 보였다고 한다. 리는 매런이 'nice'해 보였다고 한다. 둘은 단순한 관심을 넘어 서로에게 호감을 품는다. 그리고 엄마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 매런과 아빠 이야기를 하지 않는 리는 서로 어쩌면 상대방에게서 나의 상처를 치유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고 함께 여정을 떠난다. 호기심과 기대를 가진 둘은 데이트를 떠나 서로에 대해 점점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서로 맞지 않는 부분도 찾게 되고 서로를 비난하기도 한다. 서로 다 아는 듯 행동하지만 그렇지 못했던 둘은 결국 이별하기도 한다. 하지만 다시 상처를 치유하며 함께 미래를 꿈꾼다.



이런 과정은 흔한 연애의 과정이었다. 처음 만난 둘이 호감을 갖고 서로를 알아가다 맞지 않는 부분을 발견하고 갈등하고 비난하지만 다시 서로를 이해하며 만난다.




Full bone

'뼈까지 다' 먹는다는 건 마치 처음 먹는 것과 같은 느낌이라고 길에서 만난 이터는 말한다. 아이러니하게 영화에서 가장 행복해 보인 사람은 바로 이 'full bone'을 경험한 이터였다. 다른 이터에 대한 의심도 갖고 있지 않다. 맥주를 건넬 뿐이다. 심지어는 다른 인간을 품고 함께 다닌다. 개인적으로 가장 외롭게 느껴졌던 '설리'는 그 오랜 세월을 살았음에도 'full bone'을 하지 못한다. 오히려 기억한답시고 머리카락을 엮어 지고다닌다.



미련 없이 뼈 까지 다(bones and all) 먹어치우는 full bone은 마치 미련 없는 깊은 사랑처럼 보인다. 뼈 까지 다 먹어달라는 리, 깨끗한 방, 언덕 위에서의 둘을 차례로 보여줄 때 가장 외로워 보였던 이터들이야말로 진짜 사랑을 논할 수 있는 존재들처럼 보였다. 


그러면 역시 처음으로 사랑을 빨간 하트로 그렸던 사람은 이터였음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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