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순간 수집가 Feb 25. 2024

나는 왜 단식을 결심하게 되었는가

단식원에 입소하다

오늘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단식원에 입소하는 날이다. 남해에 있는 단식원이라 이곳에서 아침 일찍 출발해야 한다. 어제 10시에 잠이 들어 4시에 잠이 깼다. 어제 짐을 모두 싸두었기 때문에 나가기 전까지 시간이 남아 내가 단식을 하려는 이유와 단식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글로 써보려고 한다.



나는 왜 단식을 결심하게 되었는가.


나는 약 5년 전부터 육고기를 끊었다. 처음 계기가 된 책은 사이몬북스에서 출판된 <요리를 멈추다>라는 책이다. 이 책을 읽고 비건의 세계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아무튼 비건>, <나는 질병 없이 살기로 했다>, <다이어드 불변의 법칙>, <어느 채식의사의 고백>, <산 음식, 죽은 음식>, <자연치유 불변의 법칙>, <몸에도 미니멀리즘> 등의 책을 차례차례 읽으며 먹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나의 식탁에서 육고기, 우유, 가공식품, 정제식품 등을 없애기 시작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일 년에 한 번은 꼭 앓던 감기는 아예 사라지게 되었고, 소화기 관련된 문제나 질병들이 싹 사라졌다. 가끔 대형 유명 베이커리의 버터가 많이 든 빵을 먹으면 큰 고생을 하는 것을 겪으며 먹는 것이 모든 소화기 계통 질병의 원인임을 깨달았다. 피부는 화장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맑아지고, 아침에는 알람 없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신세계를 경험하게 되었다. 육고기 하나 끊었을 뿐인데 이런 신세계가 열리다니. 


그리고 나는 또 새로운 섭식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생채식. 생채식은 생식과 채식을 합친 말로, 불에 익히지 않은 음식과 채소, 과일, 정제하지 않은 곡류, 견과류, 해조류 등을 바탕으로 하는 식사법을 말한다. <완전배출>, <생명리셋>, <원조 생채식> 등의 책을 읽으며 생채식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게 되었고, 트랜서핑 시리즈의 책을 쓴 바딤 젤란드 또한 자신의 새로운 책에서 생식에 대해 상당한 분량을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이것이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이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생식이 주는 이점은 무엇인가?
깨끗하고 건강한 육체, 예리한 지성과 분명한 의식, 훌륭한 체형, 안정적인 심리 상태, 기생충으로부터의 자유, 음식과 다른 물질들에 대한 의존성으로부터의 자유, 심혈관 질환, 암, 당뇨, 관절염, 에이즈, 비만, 알레르기, 우울증, 신경쇠약, 불임, 조기노화, 스트레스, 만성피로 등과 같은 만성적이고 퇴행적인 질환의 치료와 같은 이점이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결과이겠지만, 궁극적으로 전반적인 삶의 분위기와 질이 훨씬 더 높아진다. 이 모든 근거가 충분히 무게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직접 판단하길 바란다.

-<트랜서핑 해킹 더 매트릭스>


나는 이 모든 근거가 충분히 타당한지 직접 판단해 보기 위해 2월 첫날부터 생채식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침에는 과일을 먹거나, 사과, 당근, 양배추, 오렌지를 간 주스를 마셨다. 점심에는 5가지 이상의 채소를 섞은 샐러드에 들깨가루와 죽염소금을 섞은 것, 다시마, 김 등의 해조류, 호두 등의 견과류, 아침에 먹은 사과, 당근 주스, 현미가루나 생고구마 등을 도시락으로 싸가서 먹었다. 저녁에도 점심과 동일하게 먹었다. 그리고 한 달 동안 여러 가지 신체의 변화를 겪었다. 





한 달 동안 생채식을 하며 겪은 변화


1. 대변의 상태

가장 큰 변화는 변의 상태와 횟수가 현저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하루에 한 번에서 두 번은 꼭 화장실에 가고, 아주 시원하게 변을 보았다. 그전에는 짧고 끊어지며 단단한 변을 보았다만 생채식을 한 후에는 길고 부드러우며 바나나 같은 변을 보게 되었다. 


2. 피부의 상태

피부의 상태가 전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 피부에서 광이 나고, 잡티가 연해지는 느낌이 든다. 붉은 기나 염증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보드랍고 촉촉하다.


3. 맑고 또렷한 정신

화식(익힌 음식)이나 가공식품을 먹을 때는 느낄 수 없는 맑고 또렷한 정신을 경험하게 되었다. 두뇌회전이 빨라지는 느낌이다. 일하는 속도나 책을 읽는 속도, 무언가를 생각하는 속도가 2배는 빨라지는 느낌이다. 주변의 상황이나 나를 객관적인 시선에서 깨어난 의식으로 바라보는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 


4. 자연에서 걷는 것, 시간을 보내는 것을 즐기게 됨

생채식을 하면 자연에서 햇볕을 쬐며 걷는 것을 하고 싶어 진다. 신체의 상태와 에너지 레벨이 매우 높아져서 활동적인 일에 욕구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 걸어도 지치지 않는다. 장이 가벼우니 몸 전체가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5. 머리를 대자마자 잠들게 됨

4번의 효과와 연결되는 듯하다. 장이 가볍고, 낮에 충분히 햇볕을 쬐며 활동을 하니 밤에 잠자리에 누우면 바로 꿀잠으로 들어간다. 중간에 잠을 깨는 일이 없어지고, 숙면을 취하게 된다. 알람 없이 일어나게 된다.


6. 소화 활동의 편안함

화식을 하거나 가공식품을 먹고 나면 장에서 무언가 소화되는 느낌, 부담스러운 느낌 등이 일어나는 것이 느껴진다. 나의 신체가 소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장에 무언가 있다는 것이 확연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생식을 하고 난 후에는 내 몸이 식사를 하기 전과 후가 전혀 변화가 없다. 물론 허기나 공복감은 사라져 있지만 무언가 나의 신체가 소화를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냥 편안하게 음식들을 받아들여 호흡하듯이 그것들을 처리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7. 생각이 줄고 행동력이 높아짐

전반적으로 생각이 많았던 내가 행동력과 실행력이 높아졌다. 예전에는 생각이 많아 실행하지 못한 것들도 단시간에 결정하고 결단하는 행동력이 높아졌다. 



이런 놀라운 변화들을 단기간에 경험하며 앞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은 생채식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생채식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스럽게 단식에 대해 알게 되었다. 내가 알고 있는 단식이란 사람들이 살을 빼기 위해서 억지로 먹는 것을 참는 힘든 극기 방법이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그것이 잘못된 고정관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절식을 하는 동안에 인체는 그동안 몸 안에 축적하고 있던 영양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칼로리 공급이 갑자기 줄어드니까 인체는 체내에 있는 과잉 영양분, 중간대사산물, 노폐물, 여러 가지 독성 물질, 노화된 조직이나 세포, 염증 세포, 죽은 세포 등 많은 불순물들을 분해하고 연소시켜 칼로리로 이용하게 된다. 절식을 ‘쓰레기 재활용’ 또는 ‘찌꺼기 대청소’라고 표현하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우리 몸의 중요한 기관이나 조직, 세포 등은 절식 기간 동안에도 손상되거나 분해되거나 연소되지 않는다.

- <비우고 낮추면 반드시 낫는다>, 전홍준 - 밀리의 서재 


절식 즉 단식을 하면 내 몸 안에 쌓여 배출되지 못한 쓰레기, 찌꺼기, 독소, 노화조직, 염증세포, 죽은 세포, 과잉 영양분, 독성물질 등이 대청소된다. 비움으로써 우리 몸이 새롭게 태어나게 되는 것이다. 나는 앞으로 평생 생채식을 실천하고 싶기 때문에 생채식을 제대로 시작하기 전에 단식, 절식을 통해 내 몸을 깨끗하게 정화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단식의 효과를 몸소 느끼게 되면 스스로 1년에 몇 번은 일정 기간을 정해 규칙적으로 하게 된다는 체험담을 읽으며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나 좋으면 그렇게 할까. 그리고 어떤 변화가 일어나길래, 음식에 대한 욕구를 이기고 절식을 하는 것일까 너무 궁금해졌다. 그래서 나는 단식원에 오늘 입소하게 된 것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