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턴어라운드, 미국의 방향성 전환 & 미사일 균형외교전략
얼마 전 한미 정상회담이 개최되어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의미 있었다고 생각되는 점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이후로 교착상태에 놓여 방향성 없이 횡보하기만 했던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관계가 이번 회담을 통해 더욱 굳건해지고 또 애매모호한 부분들이 명확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특이 이번 회담을 통해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과 방향을 특히나 더 상세히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정상회담은 더욱 뜻깊었다고 생각하는데
이전 포스트에서 "미국은 실질적으로 중국을 단독으로 막아낼 힘이 없다는" 이야기를 했었고, 이를 바이든 행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전에 있었던 미-중 알래스카 회담에서 미국은 중국으로부터 어떠한 협력이나 양보도 얻어내지 못한 체 중국의 체면만 살려주고 돌아왔어야 했는데요. 이를 인지한 것인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이전의 미국과의 정상회담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논의되었고 또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지만, 미국 측에서 늘 난색을 보여 이뤄지지 못했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바이든 행정부에 이르러서 완전히 폐기되었다는 점은 앞으로의 미국의 외교행보에 많은 시사점을 가져다줍니다.
이전에 미국은 한국 같은 주요 핵심지역에 미군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논의해왔습니다.
다만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이는 미국과 중국 간의 전면적인 무력충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위험할 수 있는 결정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중국을 위시로 하는 해양세력과 일본 + 최근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해양세력이 왔다 갔다 하며 혹은 균형을 이루며 발전해왔던 지역입니다. 때에 따라서 대륙세력이 더 강할 때도 혹은 해양세력이 강할 때도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한 세력에 나라의 모든 국운을 걸어버리는 것은 때때로 아주 불운할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조선 말기의 경우 지나치게 대륙세력 쪽에 기대 버리며 일본을 위시로 한 해양세력과의 연계가 없어져 버렸고 이는 우리나라가 근대화의 타이밍을 놓치고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된 원인이 되어 버립니다. 반대로 고려 말에는 대륙세력 쪽을 지나치게 적대한 나머지 고려는 위로는 대륙세력 아래로는 해양세력의 침탈을 막아내야 했고, 이는 고려가 침탈을 버티지 못하고 쿠데타로 몰락하게 되어버린 계기를 만들어 버립니다. 이러한 고려 말의 지나친 대륙세력 적대 문제는 조선의 3대와 태종(이방원)이 대륙세력의 추축이던 명나라와의 교류 그리고 친분을 쌓으면서 해결되었고, 이에 따라 그다음 왕 세종대왕의 시기에 이르러서는 대마도를 정벌해 해양세력의 침탈을 근본적으로 틀어막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통일신라 시기에 이르러 신라 위쪽의 발해와 좋은 관계에 들어선 시기의 통일신라는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발해는 대륙세력이지만 같은 한민족이기도 한데, 이런 발해와 좋은 관계를 형성하면서 또 발해가 발해 나름의 역할을 해주며 대륙세력과의 교두보 + 방패막이돼주어 대륙세력과의 힘겨루기 싸움에서 신라가 한 발자국 물러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신라는 해양세력과의 교류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는 신라가 한반도를 넘어서는 국제적인 무역과 교류를 진행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줍니다.
대한민국을 제외한 경제적으로나 영향력으로나 한반도에 들어선 국가 중 가장 큰 전성기를 맞이했다고 생각된 통일신라를 보면, 대륙세력과 거리를 두었지만 절대 적대하지 않았고, 또 좋은 부분을 받아들여 문화적인 융성을 이뤄냅니다. 해양세력과의 관계로 보면, 신라는 영향력을 절대로 한반도 내부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배를 타고 저 멀리 중동까지 교류를 틀 정도로 활발했습니다. 영토적으로 보면 신라의 삼국통일은 좋은 소리를 못 듣지만, 문화, 경제 그리고 삶의 질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대한민국을 제외하고 한반도가 가장 부귀롭고 영화로웠던 시기는 통일신라시대 시기였습니다. 이때 처음으로 한민족 즉 백제, 신라, 고구려, 발해 등 출신 국가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도 통일신라 때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었다는 점은 많은 부분을 우리에게 시사해 줍니다.
많은 분들이 우리나라의 대중국, 대미국 전략이 모두 애매모호하고 지나치게 중국 쪽에 치우쳐져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십니다.
하지만 이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더 치우쳐져 있거나 복합적인 사고를 못해서가 아닌, 우리나라의 역사 자체가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의 줄다리기였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는 역사적인 관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해양세력과 너무 가까워진다는 것은 반대로 대륙세력에게는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대로 대륙세력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은 해양세력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기도 합니다.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세력과 또 대륙세력과도 매우 가까우면서도 큰 영토와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기에, 우리나라가 특정 세력과 매우 가까워질 경우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본래는 북한이 대륙세력 우리나라가 해양세력을 맡았던 1990년대 이전의 경우 북한도 경제력이나 인구가 당시 우리나라에 비해 작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균형점이 맞춰졌으나, 90년대 이후 북한이 급속도로 몰락하고 외교적으로 고립되면서 균형추의 역할을 전혀 할 수 없게 되었고, 이는 동북아시아의 균형추 역할이 우리나라에게 몰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됩니다. 특히 항공산업의 발달과 가장 가까운 일본의 반 한국 정서와 이를 암묵적으로 묵인한 오바마 행정부와 그걸 활용하려 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이 연달아 겹치면서, 우리나라는 대륙세력은 더 연계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해양세력의 교류를 늘리려면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이 친 한국 정서를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가장 가까운 일본은 점점 한국을 혐오하는 방향으로 가고 미국은 너무 멀리 있다 보니 대륙세력과의 유착이 더욱더 심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선 일본이 확고하게 반대하는 한미 미사일 지침을 개정하는 것을 넘어서 아예 폐기해 버립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ICBM 같은 북한이 맨날 선전매체에서 자랑하는 미사일 무기의 위력을 10배 100배 넘어서는 무기들을 무제한으로 마음껏 생산해 발사하고 생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우주로켓 분야의 규제도 완전히 풀려서 이제 우리나라가 자체적으로 로켓을 제작하고 원하는 시기에 마음껏 발사시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전 분야에서는 미국과 공동 컨소시엄을 구상해 한미가 함께 원전을 수출하는 의미 있는 협의가 진행되었고,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 때 이뤄졌던 판문점 회담이나 싱가포르 협정은 그 의의를 그대로 이어가는 이전의 미국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대타협이 이뤄집니다.
현무 4 미사일은 우리나라가 탄두 미사일 사거리 제한이 있었던 적에 만들어졌던 미사일 발사체입니다. 중국에서는 이미 중국의 둥펑 미사일의 정확도와 위력을 넘어섰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이 미사일로 우리나라가 중국을 위협한다라는 논평이 중국 내부에서도 쏟아지고 있다고 합니다.
군사분야의 특성상 많은 정보가 올라오지는 않지만, 여러 사람들이 회고하는 내용을 토대로 보다 보면 한마디 한마디가 단서가 되어 우리에게 더 큰 그림을 보여줍니다. 현무 4에 미국의 퍼싱미사일 기술이 들어간 것은 크게 이해하기 어렵지 않으나, 어떻게 북한에서도 사용한다는 이스칸데르 미사일 기술이 현무 4에 들어갈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 있는데, 이는 불곰사업이 큰 힌트를 줍니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를 뚫었다고도 알려져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라고 평가받았던 무기입니다. 러시아 미사일인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북한으로 기술 전수된 것으로 파악되고 이에 따라 북한도 그 기술을 차용하는 미사일을 제작하게 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데 이런 미사일 기술을 우리나라도 일부 전수받게 되는데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유출이라기보다는 자연스러운 기술이전 과정을 통해 러시아의 핵심기술들이 하나식 하나식 우리나라로 넘어와 무기기술에 대한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이 미사일이 언론에 슬슬 언급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이 작년 20년 2월 즈음인데,
그 시기를 즈음을 전후해서 중국이 갑자기 김치가 자기 꺼라는 둥 한복이 자기 꺼라는 둥, 군사적인 위협보다는 문화적으로 중국 인민을 선동해서 어떻게든 한국의 정체성을 국제적으로 지우려는 이상한 행보를 하기 시작합니다.
현무 4의 자세한 스펙이나 성능이 공개된 것이 20년 7월경인데 그 시기를 즈음해서 북한이 갑자기 뜬금없이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아주 기괴하고 때에 안 맞는 일들을 벌이기 시작했는데, 아마 이 현무 4 미사일이 점점 언론에 공개되면서 북한이 이 미사일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이렇게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무언가 정상적이지 않거나, 급작스럽거나, 변덕을 보이는 사건들은 그 뒤에 숨은 뒷배경 혹은 확실히 알기 어려운 기존과는 다른 힘에 의해 벌어집니다. 한동안 조용했던 중국부터 갑자기 연락소를 폭파한 북한 그리고 현무 4 미사일이 언론에 하나식 공개되기 시작한 시기까지, 무언가 이상했던 북한부터 중국까지의 행보가 하나식 맞춰집니다.
이러한 약 40여 년 간 큰 변화가 없었던 동북아시아의 세력균형을 뒤집을 한미 미사일 지침을 미국이 완전히 폐기합니다. 일본의 경우 이 미사일을 우려해, 한국의 미사일 사정거리를 풀어주는 것을 결사반대했을 것이 뻔한데, 미국이 그런 여론 아랑곳하지 않고 풀어줬다는 것은 미국도 전향적으로 태도를 바꾼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한국을 혈맹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미군과 큰 관련이 없는 일반 미국민들이나 정치인들은 보통 한국을 일본 혹은 중국의 연장선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경우 일본과의 미일동맹의 연장선상에서 한국을 바라보았고, 트럼프의 경우 중국 쪽에서 흘러나온 비슷한 생각을 가진 정도의 국가로 생각했습니다. 사실 미국 행정부는 대부분 한국이 어떠한 스탠스인지, 어떠한 입장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큰 관심이 없었고, 이는 한국 내의 미국을 싫어하고 몰아내고 싶어 하는 반미파들에게 아주 좋은 먹잇감으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쿼드는 확장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으면서, 우리나라가 쿼드 참여 여부로 중국에게 무력보복을 당하거나 경제보복을 당하는 일이 아예 발생하지 않게 말 나올 가능성까지 막으면서 원천적으로 입장 정리를 잘해주었고, 그러면서 우리나라의 미사일 지침은 폐지해주어 자체적으로 주변국의 침탈이나 무력시위에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완전히 터주게 됩니다. 특이한 것은 일방적으로 미국과 일본의 이익을 중시했던 미국 행정부가 처음으로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온건한 스탠스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이전 트럼프 행정부 때 이뤄진 판문점 회담이나 싱가포르 정신이 완전히 폐기될 거라 생각했지만, 반대로 바이든 행정부는 이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비핵화가 확실하게 약속된 이후에) 내용을 단순히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닌 협정문에도 남겨둡니다. 이는 더 이상 오바마 행정부 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상황만 악화시키지 않을 것이고, (비핵화가 약속되고 어느 정도 행위들이 이뤄진 이후) 필요하면 트럼프 때처럼 직접 만나기도 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칩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신남방정책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연동하는 계획부터 미국의 내부 문제인 중남미 국경문제까지 우리나라가 들어가기 시작했고, 본격적으로 미국 유학생들을 통해 미국과의 교류를 넓히는 방안부터 대만과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논의까지, 미국의 주요 핵심 안건에도 우리나라가 등장하면서 미국 내의 우리나라 지분이 엄청난 규모로 넓어졌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때의 미국이 맞는지 신기한 수준의
대격변 수준으로 이전 행정부들과 바이든 행정부는 다른 입장을 보입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의 남북관계 개선이나 우리나라의 문화적 경제적 중요성과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한 미국의 주류계층이 기존의 일본만을 위한 일본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 관계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도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독자적으로 인식해 개별 외교전략을 펼치는 아주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일본이 반기를 들고도 한참 남을 수준의 회담이었지만, 미국은 일본이 어떤 입장을 가지던 말던 미국과 우리나라의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회담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앞으로 바이든 행정부부터는 미국이 한국관계를 독자적으로 개별적으로 생각해 더 많은 노력과 협상력을 투입하기 시작할 것임과 동시에 우리나라도 기존의 요구사안들이 애매모호한 의제에서 벗어나 더 구체적인 요구사안들과 필요사항들을 가져올 필요가 있다는 뜻으로도 내비쳐집니다.
친중이니 친미니 하는 소모적이고 별 쓸 곳도 없는 논쟁으로 시간 낭비하는 것은 이제 끝났습니다. 이제부터는 친중이냐 친미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어떤 부분에서 어떻게 협력하고 상대국가에 얼마나 어느 정도 선까지 내줄 것이며 그들에게 어떤 것들을 구체적으로 요구할 것이냐라는 고민이 더 필요합니다.
단순히 춘천에서 하는 게 차이나타운이다 아니다, 어떤 기업이 친중이다 아니다 혹은 누군가의 생각이 친미다 아니다 할 것이 아닌, 중국한테 어느 선까지 양보해줘야 중국한테 실리를 챙겨 올 수 있을 것인가, 미사일과 같은 전략자산을 어느 정도 선까지 개발해야 주변 국가들이 우리의 요구사안에 제대로 반응할 것인가,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데 우리가 어느 선까지 개입하고 빠져야 경제적 실리를 챙기면서 나올 수 있을 것이냐 같은, 사안별로 또 구체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이제부터 우리나라는 미국의 보위를 받으면서도 미사일 전략으로 주변 국가 군사적으로 물리적으로 동일하거나 그 우위에 서 있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반 국민들한테 체감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 지침을 통해 북한의 무력도발이나 미사일 도발은 더 이상 무의미해졌고 중국도 이제부터는 물리적, 군사적 위협보다는 교묘하게 자신들의 자본력을 무기로 소위 '장난질'을 해가며 우리나라를 테스트하려고 할 가능성이 큽니다.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 핵심산업에 대한 보호를 미국 정부로부터 완전히 승인받아, 트럼프 행정부 말 시기처럼 우리나라를 버리고 일본-대만을 키우는 일 따위는 이제 일어나지 않게 되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 아래에 우리나라는 더 자주적인 국가로 나아갈 모든 길을 열게 되었고, 이제부터는 조금 더 건설적이고 멀리 바라보는 자세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가 단순히 누가 싫다 좋다 하는 것을 넘어 동남아 국가들 중동 국가들과도 의미 있는 외교성과를 내며 글로벌 오피니언 리더 국가로서 성장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