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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때 지난 이상형 정리


연애에 너무 미숙했던 나를 되돌아보면서 나의 이상형을 정리한다.  



사실, 나는 따로 이상형이라는 것이 없었다.

이상형이라는 것이 사실 내가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바랄 수 있는 것도 아닐 뿐 아니라 

그런 게 존재한다는 의미 자체가 그 사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나는 그냥 두루뭉술하게 내가 정확하게 원하는 것의 기준을 정해놓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건 조건이 아니라 나의 취향에 해당하는 것인데 그때는 헷갈렸다. 조건이 아닌 취향인데... 



조건을 따지는 속물은 아니고 싶었던 순수한 시절. 이상형은 그 사람에게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결국 나의 기준을 명확히 아는 것이었다. 



나중에 우리 딸에게 이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긴다면 딸이 사람을 만날  엄마인 내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적어본다. 



나의 이상형은 지적인 사람, 공부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지적인 사람, 책을 읽고 공부하는 사람은 늘 발전하고 독단과 독선에 빠지지 않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가 있는 사람이다. 나는 늘 지적인 사람들을 좋아했던 것 같다. 그러나 정작 연애할 때는 이상하게 지적인 사람들에게는 존경의 감정이 먼저 들어서 그런지 연애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러나 나는 지속적으로 지적인 사람들을 존경하고 좋아했던 것 같다. 우리 딸은 존경할 수 있는 사람과 연애한다면 참 좋을 것 같다. 



나의 이상형은 경제관념이 있는 사람이다. 금수저가 아니라도 자기 스스로 독립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돈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경험을 있는 것은 다른 행복을 가져다줄 있다. 경제관념과 부를 축적하는 능력은 꼭 필요하다. 능력과 상관없이 경제관념이 없는 사람과는 미래의 계획들을 세우기 어렵다. 



나의 이상형은 취미가 비슷한 사람이다. 예전엔 사실 취미가 없는 사람이 좋다고 생각했다. 남자들의 위험한 취미나 과도한 지출이 발생하는 취미는 가정생활이나 연애생활에 독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같은 취미가 있는 부부를 보니 시간이 지나니 참 좋아 보인다. 같이 여행을 가도 그 취미에 기반해서 갈 수 있고,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취미로 발전하기도 하고, 서로의 기량을 업그레이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기도 하고 서로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고 따뜻하게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과하지 않은 취미라면 서로 취미가 비슷하면 더욱 재미있는 사이가 될 수 있다. 운동, 여행, 취미만 통해도 소통할 수 있는 것들이 늘어가니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수록 함께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나의 이상형은 말이 통하는 사람이다. 사실 이건 참 어려운 부분이다. 남 녀 서로가 다른 언어를 쓰기에 통하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지만 그 어떤 부분보다 중요하다. 특별히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이 있다. 일명 솔메이트들~~ 내가 느끼는 바를 이해해 주는 사람.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나의 말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느냐 안 하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말이 통하는 것은 나를 알고 있어야 가능하고, 애정을 가져야 가능한 일이다. 근데 그렇게 말이 통했을 때 받는 위안과 안정감과 이해받음은 그 어떤 누구보다 든든하다. 밖에서 얻어터지고 와도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다시 회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의 이상형은 자기 자신을 돌볼 줄 아는 사람, 즉 자기 관리가 되는 사람이다. 자기 자신을 위해 식사 한 끼 챙기지 못하는 사람은 별로다. 누가 챙기거나 하지 않아도 스스로 자기의 마음상태도 다독일 수 있고, 자기를 중요하게 챙기는 사람은 자기를 존중하는 만큼 남도 존중할 여유와 여력이 있는 사람이다. 에고에 가득 차서 자기밖에 모르는 사람과는 차원이 다르다. 에고가 가득 차다 못해서 자기를 중심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과는 행복하게 지내기가 어렵다. 어느 한쪽이 주는 방식으로는 관계가 지속될 수 없다. 그렇게 자기뿐 아니라 누군가도 돌볼 줄 아는 그런 사람. 소중한 것을 소중하게 다룰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나의 이상형은 따뜻한 사람이다. 사실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기준이다. 좋은 사람이자 따뜻한 사람, 인성이 좋은 것이 살아보니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낀다. 물론 상황과 환경에 의해서 사람이니 늘 옳은 선택만 할 수는 없겠지만 인성이 좋고 따뜻한 건 쉽게 변할 수가 없다.  따뜻한 것은 그 무엇보다 힘이 세다. 나그네의 겉옷을 벗기는 것이 찬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빛이었던 걸 생각하면 따뜻하고 반듯한 마음은 참 살면서 누군가를 신뢰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 같다. 따뜻한 마음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 수 있는 것 같다. 잠깐동안의 연극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냈을 때 비로소 그 따뜻함은 진가를 드러낸다. 



아줌마가 되어서 이제야 왜 이상형을?? 하는 마음도 들지만 예전엔 사람을 만날 때는 어떤 사람이 나에게 잘 맞는 사람인지 모른 채 만났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들, 나에게 의미 있는 기준들, 이런 것들을 명확하게 알면 훨씬 더 행복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처럼 내 딸도, 아들도 이런 순간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러면 나는 나 나름대로의 기준을 아이들에게도 말해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젊을 때는 그저 타인에 의해서 나를 재단하고 결정하는 일들이 많았다. 사실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지나 보니 그때의 선택들이 나를 중심에 두지 않고 사회의 기준인 경우가 많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어릴 때는 그게 나인지 타인의 평가인지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던 같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나에게 의미 있는 것들을 조금씩 규정지어 가게 되는 같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도, 그리고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아줌마가 되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다양한 경험들이 쌓이면서 이렇게 나와 많은 시간을 지내면서 나는 나에 대해서 구체적인 나의 취향들을 하나씩 적어보려고 한다. 



요새 나의 취향을 사로잡는 사람^^

눈물의 여왕~~ 백현우!!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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