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2.14
아침부터 아들이랑 대판했다.
아무래도 아들이 사춘기가 오는지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감정이 오락가락한다.
반항했다 칭얼대다가 또 대들었다가
무기력했다가 왜저러냐 싶은데....
나도 말려들지 말고 그냥 그러는구나 해야하는데
소리치고 대판했네....
집안일정에 대해서 이기적인 행동과 언사로
마음이 몹시 불편한상황을 만들어서 결국은 한대 쥐어터지고서야
침대로 갔는데 또 그 사이 평화롭게 잠든 너를 보니 어이가 없어진다.
오후에 카톡으로 온 문자.
청소에 빨래에 설겆이하느라 못본 문자인데
친한 엄마에게 전화가 왔다.
문자 봤냐고
아니?
왜?
어?
문자를 확인하는 순간
온몸 아니 전신에 소름이 돋았다.
어제까지 웃고 떠들고 함께 목욕탕에서 이야기하고
아이들의 일을 나누던 엄마의 부고 소식이였다.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 엄마의 부모님이라고 착각했다.
아니 믿을 수가 없었다.
믿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부정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갑작스런 심장마비라고는 하지만 사실 아직도 심장이 떨린다.
누구보다 건강했고 함께 풋살 동아리도 하고
이야기하던 그녀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한 다리를 거치고 조금 거리가 먼 사람들의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의 조문문자는 그렇게 와 닿게 슬퍼지는 일이라기 보다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서 결국 누군가에게 닥치는 죽음이구나라고 생각했다.
바로 어제 만난 친구의 죽음 소식은 충격적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아이들이 떠올라 슬픔이 밀려올려왔다.
이곳은 농촌유학으로 와 있는 부모님들이 많다보니
아무래도 아이들 케어를 대부분 엄마들이 도맡아 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아빠가 출퇴근 하는분들도 있지만 주말 부부인 경우도 많다.
정말 손이 많이 가는 한창때의 아이들을 떠올리니 정말 가슴이 미어진다.
이 와중에 푹 자고 일어나서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아들....
에효... 저 놈의 시끼라는 말이 목에 차오른다.
자고 나서 기분이 좋아져서 또 동생이랑 노는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 순간 순간이 정말 아무렇지 않은 순간이 아닐 수도 있구나
행복한줄도 모르고 지낸 그 순간들을 다시 한번 바라다본다.
우리의 삶이 촛불처럼 어느순간엔 훅 꺼져버린다는 생각을
우리는 못하고 살아간다.
그 불타는 순간만큼은 삶이 끝날거라고 생각해보지도 않으니까
허망하기도 하고 간절하기도 한 이 삶의 순간들
딸랑구가 어제부터 열이 39도를 넘나들어서 밤새 물수건을 들고 잠못잔채 간호를 했다.
피곤함과 짜증도 났지만 아픈 아이만 하겠냐 싶은 생각이었다.
아들랑구의 사춘기 전조증상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에 아들랑구랑 대판하고
이기적인 아들놈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야겠다고 생각하고 혼구녕을 내줬는데
푹자고는 기분 좋아서 바로 사과하는 아들놈
이 모든 순간순간들
내가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사건들이구나
근 5년간은 뭐하나 편안한 순간이 없었다.
여전히 고달프고 사건의 연속에 고난과 가시밭길이긴하다.
그러나 이 과정 역시도 내가 살아있으니 경험하는 과정이다.
여전히 근 5년간은 힘들었고 힘에 부치는 과정이지만
그래도 또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나를 달래본다.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을 것 같다.
어떤 마음으로 어떤 위로를 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냥 "순간순간"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맴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