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 대해서는 참 할 말이 많은 것 같은데 …. 막상 주제로 쓰려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실마리를 잘 풀었다 할까? 또 그 방대하고 거대한 주제 가운데 어떤 이야기가 결혼에 대한 나의 시선을 대변할 수 있을까? 사실 결혼이라는 주제로 간간이 쏟아낸 나의 속 풀이 식 사연은 벌써 내 글쓰기 폴더에 여러 꼭지가 있다. 슬며시 폴더를 열어보니 어느 날은 미친년처럼 욕을 쏟아 낸 날도 있고, 또 어느 날은 눈물이 찡하게 아이들에게 감동의 도가니탕을 선물 받은 날도 있고, 그간의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들은 거의 냉탕과 온탕 사이를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라는 영화 타이틀, 결혼하기 전에는 전혀 와 닿지 않았으나 결혼 후에 이 제목의 카피라이터는 천재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하는 결혼이라고 생각했으나 막상 결혼 적령기가 되어서는 누구나 하는 결혼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결혼에 대한 무게감 때문이 아닌, 그 시기에 적당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 자체가 그렇다는 것이다), 그래도 지금까지 사회의 시간표에 맞춰서 잘 살아왔는데 결혼이라는 시간표도 맞춰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은근한 불안에 시달리기도 했다. 또한 결혼에 대한 내 나름의 정의와 의미가 있었는가? 하는 생각을 해보면 전혀 이런 거대 과업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결혼을 통한 삶의 목표 혹은, 이렇게 살겠다는 청사진보다는 부모님의 걱정을 들으니 내가 부모님을 걱정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 결혼의 의미보다는 여부가 중요하게 생각되기도 했다.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것이 이렇게까지 나에게 큰 영향력을 미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더구나 결혼에 따라붙는 육아의 문제는 나에게 정말 핵폭탄만큼이나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었다. 삼 남매 중 막내인 내가 보기에 외관적으로 평안했던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그런 문제를 보는 날카로운 인식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나 보니 내부적으로는 엄마의 과한 고생이 우리의 평안한 집안을 지탱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저 다들 결혼하면 고만고만하게 평안하게 지내는구나 라는 기준치가 결혼을 쉽게 생각했던 것 같다.
그렇게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이라는 걸 했고, 나는 멘붕에 빠져버린다. 결혼이 내 삶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것을 현실로 접하면서 고만고만하게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어렵고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피부로 겪었다. 상대가 부족하고 이상해 서가 아니었다. 다름을 인식하고, 그 다름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의 평정을 찾고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너무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결혼 전 다른 사람들과 연예하면서는 전혀 못 느끼고, 찾을 수 없었던 부분들이다. 아마 다시 연예를 하라고 해도 여전히 결혼하지 않고는 모를 것 같다. 전혀 다른 삶을 살았던 누군가와 새로운 삶을 꾸린다는 것은 단순히 같이 사는 것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와 생각과 취향과 취미와 의식을 다각도로 맞춰가는 과정이 동반되어야 하며 이 모든 게 달라도 이 다름을 인식하고 인정할 수 있는 나의 마음 그릇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결혼 10년 차가 되어서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결혼 10년 동안은 이해하지 못해서 어려웠다. 또 이해를 하기 이전에 내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하니 타인에게 나를 설명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도저히 맞추기 어려운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이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나는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을 하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인 것 같다. 내가 왜 이렇게 화가 났을까? 혹은 내가 왜 이렇게 힘들까? 내가 왜 이렇게 흔들리고 속상할까? 결혼 전에는 이런 질문들을 많이 던져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전적으로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방법을 찾기에 내가 해결할 수준으로 마무리하면 되었다. 그러나 결혼은 타인에 대한 나의 편견과도 싸워야 했고 타인을 이해할 수 있어야 했고 또 내 마음이나 내 기준에 적합하지 않아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이렇구나! 를 찾아가는 과정이다.
두 번째 유익으로는 나를 성장시키는 가장 큰 원동력이 되었다. 글쎄, 모르겠다 결혼을 안 했더라도 지적 성장을 위한 노력은 했겠지만, 마음성장을 위한 노력은 게을리했을 것 같다. 결혼을 하고 보니 내가 성장하지 않고는 도저히 살 수 없는 환경인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나 스스로 성장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결혼 전에는 사람과의 문제에 트러블이 생기면 안 만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가족은 더구나 아이들은 내가 안 만난다고 안 만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내 마음을 다룰 줄 알고 좀 더 성숙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게 만든다.
아마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지랄 맞고 야생 날 것으로 천방지축 살아가고 있었을 것 같다. 지금 당장은 성장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내 나이가 80~90살쯤 되어서도 여전히 같은 사람이라면 부끄러울 것 같은데 그런 측면에서 결혼은 나를 성장시키는 핵심이다.
이 두 가지가 내가 요새 느끼는 결혼의 유익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 다시 결혼을 하겠냐고 물으면 작년 까지만 해도 NO라는 대답을 단 1초 만에 했을 것이다. 그러나 10년 차가 되면서는 한 박자 쉬면서 대답을 멈출 것 같다. 10년 차 결혼생활 초짜가 함부로 답을 내려줄 수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벌써 나를 열폭하게 만드는 사건이 하루에도 수십 번이라는 것을 떠올리니 사람이 꼭 성장하지 않아도 사는데 지장은 없지 않은가? 하는 의문이 슬며시 꼬리를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