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10년 만에이런 질문을 하다니...
요새 나의 아주 큰 화두 중 하나는
"결혼을 왜 했을까?"혹은 "결혼은 왜 하는 거지?" 하는 근본적인 의문들과 질문들이 생겼다.
결혼 10년 차 만 9년의 결혼 생활을 하면서 얻은 질문들이다.
내 성격에 비해서 너무 묵묵히 참고 버텨왔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결혼할 때만 해도 비혼이라는 선택지는 없었던 것 같다.(아마도 결혼에 대해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기에 선택지라는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그냥 독신이라는 단어는 있었어도 뭔가,
자발적 독신이라기보다는
타의적 독신의 느낌이 훨씬 강했다.
일종의 루저 같은 느낌을 지우기 어려웠다.
무언가의 부족, 혹은 결핍을 독신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독신 자체만으로 충분히 그 당위성을 인정받지 못했다.(지금에서야 충분히 이해가 가고 현명하고 냉철한 판단을 하신 분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 대답하듯 나는 사회적 시계에 맞춰서 결혼이라는 때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거라 무의식적으로 생각한 것 같다.
부끄럽게도 결혼이라는 것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해보지 않았다.
어쩌면 순탄하게 살았던 내 인생에 누구나 하는 결혼을 한다고
딱히 큰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염려나 고민이 없었다.
고민하지 않는 청춘의 결과물로
나는 결혼 10년 차에 결혼을 왜 하지? 이런 의문을 가져본다.
결혼이라는 과정을 통해서 여자의 삶과 인생이 너무나도 180도 바뀌는 삶을 경험하게 된다.(물론 남자도 마찬가지일 수 있지만 내 입장에서는 여성의 변화가 더 크게 느껴졌다.)
엄밀히 말하면 결혼보다는 육아를 통해서 그 밑바닥을 경험한다고 할까?
결혼 전에는 그냥 부모님의 딸로서 누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을 누리고 딱히 어떤 책임감으로부터 나 하나만 책임지면 되는 생활이었다면, 지금은 엄마라는 이름, 그리고 아내라는 이름의 무게감에 나라는 존재를 찾는 것도 힘겨운 싸움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혼 그리고 육아라는 과정
결혼 생활 10년, 알 수 없는 상실감과 억울함에 시달린다.
알 수 없다기보다는 10년의 세월을 견디고 이겨내면 무언가를 얻게 될 것이라 여긴 것 같다.
10년의 결혼생활 즈음엔 경주마처럼 달리는 신랑의 경주가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정의 중요성이 더 커지면서 아빠의 자리가 더 굳건해지며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더 커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워커홀릭인 신랑에게, 이 모든 가정생활을 묵묵히 해 나가는 것이 이제는 당연한 나의 일이 되어 버리고 아이들이 크면서 혹은 자라면서 감당해야 할 여러 가지 일들 역시도 육아와 더불어 가중되고 있다.
그중 부족한 부분이 생기면 내 책임이 되었다.(누구 하나 내 책임이라 하지는 않았지만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나 스스로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가장 억울한 건, 나는 아빠도 아닌데 아빠의 역할까지 공부하면서 커버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달렸다.
좋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나에겐 가랑이가 찢어지게 힘든 일이기에.... 그런가 보다.
누군가는 왜 아빠 역할까지 하려고 하냐고 묻지만, 아이들에게 아빠에 대한 공간이 비는 걸 눈으로 확인하고 보는 건 나뿐이기에 그런 것 같다. 아이들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나는 쿨하지 못했다.
이젠 견디기가 어렵고 버티기가 어렵다 느낀다.
왜 내가 이런 일들을 다 감당하고 있는 것일까?
왜 나만?
나 혼자 결혼한 것도 아닌데?
왜 육아라는 굴레는 나 혼자 감당한다 느끼게 된 걸까?
사회생활이라는 이름, 생계를 책임진다는 이름으로
남자들에게 씌우는 굴레도 부담스럽고 어렵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결혼을 하는 걸까?
너도 힘들고 나도 힘든 이 결혼...
서로 더욱 힘들다 느끼는 이 결혼을 왜?
나는 나대로 직업을 갖고, 너는 너대로 직업을 갖고 결혼 전 원래의 우리로
그냥 그렇게 살았다면 어느 누구도 그리 달라지지 않으면서 살 수 있었을 텐데
어쨌든 남편은 나랑 결혼하지 않았어도 다닐 직장이고 할 일이었을 텐데....
하는 의문이 생긴다.
젊은 날 고민하지 않은 나의 선택이기에 나 역시도 책임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이라도 이런 고민들을 치열하게 해 볼 생각이다.
내 결혼생활에서도 그 의미를 찾을 때 좀 더 행복한 방향을 찾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또 한편으로는 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그렇다면 내 남편이 이상한 사람이냐? 그건 아니다.
어쩌면 나의 남편은 평균 이상의 대한민국 남성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업무적으로 본다면 내 생각에 우리 신랑은 1%에 드는 아주 유능한 남성이기도 하다.
결혼을 통해서 우리가 바로 보는 방향과 의미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던 게 가장 큰 실수라는 생각이 들고, 삶의 우선순위와 행복에 있어서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맞추는 과정이 남들보다 좀 더 오래 걸리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점일 것이다. 자라온 환경과 상황이 다르기에 좀 더 많은 것들을 미리 이야기하고 면밀히 나누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연애할 때는 결혼해서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알지 못하기에 두루뭉술하게 그냥 나눠하겠지 하고 믿은 것 같다. 하나하나 따져가면서 뭔가를 정하고 논의하는 일들은 연애의 시기에 로맨틱하지 않기에... 굳이 그런 화두를 꺼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각자의 기준이 다름을 그때는 나도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매일 조금씩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적어보면서 왜 우리가 결혼을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방향을 찾아보고 싶어 졌다. 어쩌면 결혼에 대한 나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이 과정이 나처럼 결혼에 대한 큰 고민이 없이 결혼했다가
지금 이런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혹은 나의 딸이 결혼하고 이런 고민을 하는 순간에 나의 글이 나의 딸에게 지침이나 방향을 제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