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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Dec 26. 2018

프랑스에서 살아남기

11월의 기록

프랑스 정착의 꽃, OFII


길어봤자 1년 정도 살다가는 교환학생들도 프랑스에서 3개월 이상 생활하려면 꼭 받아야 하는 것이 있다. 바로 OFII. 서류와 관련된 일이라면 악명 높은 프랑스에서 짧게 머무르다 가는 교환학생에게 가장 골치 아픈 일이 바로 이것이다. 도착하고 3개월 이내에 받아야만 하는 것인데 3개월 안에 받는다는 희망을 버리라고 하니 말이다.


나는 다행히 2달하고 보름 정도 만에 받았다. 헝데부를 받기까지 정말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분명 수신확인이 되는 등기우편으로 보냈는데 AR은 오지도 않았고, 내 서류가 잘 도착했는지 확인할 방법은 또 없었다. 재입국을 거절당할까 걱정되어 한인 커뮤니티의 관련 글들은 거의 다 읽은 것 같다.

OFII 사무실을 방문하던 날. 파리의 출근길과 보기 두문 비바람을 뚫고 도착한 사무실엔 이민자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헝데부를 받기 전 나의 마음으로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이겠지. 기다리는 시간에 비해 너무 간단하게 끝나버린 OFII 받기. 이게 뭐야 싶을 정도로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함께해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자.


새로운 인연


너무나도 허무했던 OFII 사무소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들어왔다. 나와 같은 학교는 아니지만 부산에 있는 학교에서 교환학생을 왔다는 한 언니를 만났다. 나의 헝데부가 잡혀있던 시간엔 꽤 많은 한국인이 있었다. 길었던 대기시간 덕에 옆에 앉은 분들과 자연스레 말을 트게 되었고, 그중에선 내가 가장 먼저 비네뜨를 받게 되어 아쉽지만 다음에 만날 것을 기약하며 먼저 사무실을 떠났다. 서로의 연락처도 모른 채로.

비가 잠시 그쳤을 때 찍은 사무실 근처 분수

지하철역에 거의 도착했을 즈음 언니가 뛰어와서 나를 잡았다. 파리에서 처음 봤던 그 비바람을 뚫고. 그렇게 우린 친구가 되었고, 비록 파리에서 함께 놀 수 있는 날은 2달도 채 되지 않겠지만 부산에서 파리의 추억을 함께할 친구가 생겼다.


프랑스 교환학생의 과제


내가 프랑스에서 교환학생 생활을 하고 있는 학교는 교환학생 지원자들 사이에서 공부를 많이 시키기로 유명한 학교이다. 공교육이 잘 되어있는 프랑스지만 사립학교이며, 그랑제꼴 중 하나인 우리 학교는 과제가 많다. 물론 수업마다 다르긴 하지만.


분량을 종종 정해주는 한국에서 하던 과제들과는 달리 분량에는 제한이 없다. 하지만 영어라서 어렵고, 미리 배울 내용을 과제로 내주어서 더 어렵다.

과제하며 찍은 사진은 이것뿐

또 조별 과제를 굉장히 자주, 아무렇지 않게 한다. 한국에서는 조별 과제를 한다고 하면 주로 많은 시간을 주고 열심히 피피티를 만들어 정해진 날짜에 발표를 한다. 이런 조별 과제를 하긴 하지만 수업시간에 시작해 그날 바로 끝내 버리는 과제가 더 많은 듯하다. 수업을 하다가 갑자기 ‘이 내용으로 그룹 프로젝트를 해볼까? 00분 후에 발표할게~’라고 하신다. 그럼 주위 친구들과 모여 토론을 하고 피피티를 만든다. 디자인적인 요소? 그런 거 없다. 내용만 있으면 okay더라. 그 덕에 발표를 매주 몇 번씩 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발표는 자연스럽게 토론으로 이어진다. 교수님과 학생들의 열띤 토론. 학생들끼리도 엄청나게 토론을 한다. 자발적으로 하는 끝이 없는 토론을 보며 낯선 장면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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