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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정 Dec 21. 2018

파리에서 또 다른 나를 발견하다.

10월의 기록

나의 취향

 

나도 몰랐던 취향에 대해 알게 된 요즈음이다.


여태껏 해온 여행에선 평소 취향에 맞춰 화려한 야경을 가진, 큼직하고 멋진 건물들이 많은 대도시를 여행하는 것을 즐겨했다. 여전히 도시여행을 사랑하긴 하지만 그 화려함에 숨겨져 있는 골목 감성이 더 나의 취향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몽파르나스 타워도 좋지만 마레 지구의 뒷골목이, 길가에 늘어선 조금씩 다른 디테일을 갖고 있는 집들이 더욱 나의 취향임을 알아버렸다. 이따금씩 일본의 골목이 그리워져 유튜브로 여행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니 말이다.

또 새로운 나를 발견했다. 나는 ‘집순이’ 인가 보다. 한국에선 집에 붙어있는 것을 보기 힘들 정도로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했다. 굳이 나가야 할 필요가 없을 때에도 밖에 나가 거리를 돌아다니다 카페로 가서 할 일을 하곤 했다. 하지만 파리에선?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될 땐 나가지 않는다. 생각보다 내 방이 만족스러워서일까, 처음 해본 자취로 완전히 독립된 나만의 공간이 생겨서일까. 커피가 먹고 싶을 땐 카페가 많은 파리에서 굳이 홈카페를 한다. 이 정도면 집순이 맞는거 같다.


낯선 곳에서의 학교생활


8살 때부터 줄곧 학교를 다녀온 것이 13년하고 한 학기. 이곳에서 새로운 학교생활이 시작되었다. 친구들은 각기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문화를 가지고 왔다. 그들과 대화를 하며 나의 고정관념을 깨기도 깨주기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기도 알려주기도 하는 이곳. 교환학생에게 가장 중요한 활동이다. 친구들과 얘기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쉬운 점은 하나. 이 말도 하고 싶고, 저렇게도 말하고 싶은데 적당한 영어가 떠오르지 않는다. 영어공부나 열심히 하고 올걸. 리액션도 막 해주고 싶은데 나오질 않는다. 미드를 열심히 볼 걸 그랬나.


프랑스에서의 첫 시험


이곳에서 나의 목표는 F만 받지 않기. 수업시간에 한 공부로만 시험을 치르고 싶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곳의 중간고사 비중은 정말 작다. 기말시험의 반영 비율이 50%이기 때문. 그래서 크게 긴장이 될 요소는 없었지만 첫 시험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살짝 긴장이 되었다.

아침에 학교에 가면서 찍은 사진

시험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저번 학기에 교수님의 말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영어였던 경영정보론 수업과 시험 형식이 거의 똑같았다. 게다가 자신의 의견을 적는 에세이 형식이 많았기 때문에 크게 어렵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어 단어의 부족함을 느낀 것과, 점수에 대한 부분만 없었다면 말이다.


파리에서 보낸 21번째 생일

처음으로 외국에서 보냈던 생일. 공교롭게도 다들 공강이라 여행을 가서 처음으로 혼자 보내는 생일이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특별했던 올해의 생일. 외국에서 홀로 맞이하는 생일이었지만 어느 때보다 많은 축하를 받았다. 한국에서 날아온 메시지로도, 파리로 교환학생을 온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에게도 축하를 받았다. 한 친구는 무려 1시간 넘게 지각을 했음에도 오자마자 “생일 축하해! 페이스북에서 봤어!”라며 축하해줬다. 교수님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그래서 왠지 더 감동적. 수업이 끝나고는 학교 근처의 유명한 머랭 케이크 맛집에서 생일 케이크도 샀다. 생일날 학교를 가서 슬프기도 했지만 수업이 없었다면 그렇게 맛있었던 머랭 케이크를 먹지 못했겠지. 혼자서 생일상을 차려 먹겠다며 미역국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삼겹살도 한국 마트에서 사왔다. 파리에서 생일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특별한 생일이었는데, 정말 잊지 못할 생일이었다.


아, 파리에선 드디어 20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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