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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진 Oct 19. 2019

레이디 버드를 보고 나서

유독, 마음에 남는 대사를 많이 만나는 영화가 있다. 몇일 전에 본 ‘레이디 버드’가 그랬다. 영화에 나온 장면과 대사 하나하나가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이 영화를 다 보자마자 생각했다.     

 

“이건, 완전 내 이야기잖아!!!”      


이 영화에서 나오는 모녀의 이야기를 보며, 어릴 적 나와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이만큼 엄마와 딸 사이를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하게 묘사한 영화를 보지 못한 것 같다. 간혹 어딜 가든 엄마와 친구처럼 함께 다니고 온갖 고민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나는 그렇지 못했으니까. 


엄마랑 제일 가까운 친구가 된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친구 같은 모녀 사이’라는 것도 어쩌면 내가 가진 환상이지 않을까 싶다.실제로는 나처럼 조금 대면대면 할 때도 있고,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하지 못하는 관계가 더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영화 속에서 나온 레이디 버드와 엄마의 관계에 위로 받았는지도 모른다. 사실 대부분의 모녀는 이렇게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해 싸우기도 하고, 속마음을 표현하기 힘들지 않을까?      


내가 영화를 보고 가장 좋았던 장면은, 바로 레이디버드가 엄마에게 나를 좋아하냐고 묻는 장면이었다. 영화 내내 다투는 게 일상이 되어버린 모녀. 기분 좋게 쇼핑을 하는 와중에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하다가 레이디 버드가 잠시 멈춰서 엄마에게 묻는다.      



Lady Bird : I just wish... I wish that you liked me. 

(난 그냥 엄마가 날 좋아해줬으면 좋겠어) 

mom : Of course l love you. (물론 널 사랑하지)  


Lady Bird : l know you love me, but do you like me? 

(나도 알아근데 나를 좋아하냐고     


엄마는 당황스러워하며 대답하지 못한다. 나 역시 이 장면을 보는데 조금 멈칫했다. 사랑한다고 말하는 엄마에게 좋아하냐고 되묻는 레이디버드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나는?’, ‘나는 내 가족을 좋아하나?’ 누군가 나에게 가족을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하겠지만, 한 사람으로서 좋아햐나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까? 나의 엄마, 나의 가족도 불완전한 한 사람이라는 걸 인정하기 어려웠던 시절이 떠올랐다.   

   

레이디버드는 가족의 무시와 저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친다. 


“내가 원하는 건 이곳을 벗어나는 거야, ”     


어떻게 해서든 가족들 품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곳을 향해 가려는 레이디 버드의 행동을 응원하며 보다가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조금 슬퍼지기도 했다. 그 시절 내가 엄마에게 가졌던 서운함, 원망, 어떻게서든 가족 곁을 떠나고 싶어했던 마음이 주인공의 모습과 내내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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