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은진 Apr 12. 2020

타임 타이머



타이머를 샀다. 갑자기 웬 타이머냐고? 최근 들어 집중력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나의 집중력은 초등학생보다 떨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집중하는 시간이 너무 짧다. 책도 10분도 채 읽지 않았는데 딴짓을 하고, 글도 매번 한 줄 쓰고 인터넷 하고 이런 경우가 많다 보니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      


내가 산 타이머는 정말 간단하게 작동된다. 5,10,15 이렇게 크게 숫자가 쓰여있고 버튼을 돌리면 초록색 판이 쓱 나타난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맞춰 놓으면 1분... 2분... 3분.. 이 지날수록 초록색 판이 조금씩 줄어든다. 그리고 맞춰놓은 시간이 다 지나가서 0이 되는 순간 알람이 울린다. 삐삐-삐삐- 삐삐- (약 3초)      


처음에 이걸 사고 30분으로 타이머를 맞춰놓으니, 타이머 선배인 오 사장은 그렇게 여유 있게 해 놓으면 안 된다며, 시간을 촉박하게 해 놓고 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다. (오? 그렇군요!)      


타이머를 맞춰놓고 일을 하다가 잠깐 화장실에 가고 싶어 타이머를 멈추려고 하는데 일시정지 기능을 찾을 수 없었다. 사장님에게 물었다. 


“근데, 왜 일시정지 기능은 없을까요?”

“그런 기능이 있으면 이 타이머의 용도에 맞지 않지. 무조건 이 시간 안에 끝낸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된다고!!!” 


아.... 네......

(핸드폰 타이머에는 잠시 중지 버튼이 있어서 언제든 타이머를 멈춰놔도 무방하다. 생각해보니 그래서 좀 효과가 덜했는지도 모르겠다. )


이 물건을 쓴 지 이제 3일 차. 타이머는 나에게 분명한 이득과 몇 가지 단상을 남겼다. 


우선 좋은 점은, 다행히 타이머를 맞춰놓으니 효율이 조금은 높아졌다. 초록색 판이 0에 가까워질수록 나는 시간에 대한 압박을 느끼게 돼서 한 글자라도 더 써보려고 노력하게 된다.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도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 참 신기한 물건!) 그리고 짧게 집중을 했는데도 삐삐- 알람이 울리니 뭔가 해낸 것 같은 느낌도 준다.      


그러면서 드는 몇 가지 생각들. 동시에 시간이 줄어드는 게 눈으로 보이다 보니, 내가 돈을 쓸 때처럼 ‘아... 내가 이만큼의 시간을 썼구나, 시간이 또 줄어들었구나’ 하면서 아쉽고 아깝고 이런 마음이 들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보자는 마음으로 이 타이머를 샀는데, 역으로 자연스럽게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한 것이다.      


불현듯, 왜 이렇게 효율적인 삶을 내가 원하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매 순간 시간을 의식하고 사는 삶, 그리고 시간이 가는 걸 잊고 사는 삶 어느 쪽이 행복할까? 

나의 일상을 잘 보내고 싶어서 계획도 세우고 타이머도 사는  것인데 말이다. 효율적인 삶, 여유 있는 삶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살아야 할 것인가. 뜻하지 않게 타이머를 나의 일상에 들이면서, 꽤 진지한 생각도 해보게 된다. 효율적인 일상과 여유로운 일상 사이. 그 어디쯤 내가 원하는 삶이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서점 일의 소확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