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년째 텃밭농사를 짓고 있다. 밭은 네다섯평 정도다. 누구는 혼자서 백평을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인간이 손으로 백평 농사를 지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텃밭에 들른다. 차양모자를 쓰고 장화를 신고 잡초를 뽑고 씨앗을 심는다. 허리가 아프고 귀찮기도 하지만 내 생활을 넓은 관점에서 보면 밭에서 보내는 시간이 나를 살리고 있다. 인간의 마음에는 자연에 있을 때만 채워질 수 있는 빈 공간이 있다.흙을 만지고 이름모를 풀을 뽑는다. 병아리콩을 심는데 까치가 얼쩡거리길래 "이쉐끼! 마!"하며 큰소리로 쫓아냈다. 모모의 정원은 농약을 안치고 비닐멀칭을 안해서 땅이 건강하게 살아있다. 개미와 지렁이와 달팽이와 개구리와 벌과 나비와 애벌레가 내 옆에 있다. 왠만하면 생
명을 해치지 않는 게 좋다. 언젠가부터 집에 벌레가 있어도 조심스레 잡아서 베란다 밖으로 던지곤 한다.
네평텃밭이라도 할 게 항상 많다. 씨앗을 심기 전에 퇴비를 주고, 날이 따셔지면서 무성하게 자라는 잡초를 뽑아야 하고, 완두콩이 타고 올라갈 수 있게 줄을 쳐주고, 지난 가을에 심어놓은 쪽파도 수확해야 한다. 항상 헐레벌떡 정신없이 움직인다. 텃밭농사하는 사람이면 풍경도 바라보며 느긋하게 하면 좋을텐데 늘 허겁지겁 정신없이 움직인다. 내가 정신없는 사람이라 밭에서도 정신이 없다. 숨을 천천히 쉬고 천천히 걷고 주변 사람들과 전체상황을 잘 살필수 있는 텃밭사람이 되고 싶다.
쪽파 옆에 바랭이가 자라나 맨손으로 뽑으려는데 잘 안된다. 온힘을 다해, 사력을 다해서 뿌리로 땅을 움켜쥐고 있다. 풀하나가 온 힘을 다해서 자기가 서있는 곳을 끌어안고 있다. 풀하나의 살아가려는 힘이 너무나 쎄다. 습관처럼 자기를 부정하곤 하는 나는 왠지 머쓱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