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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 사람 May 28. 2021

<아플 때마다 글을 썼다>
문학 나눔 도서선정

<아플 때마다 글을 썼다>가 2021년도 아르코 문학 나눔 도서에 선정됐습니다. 어젯밤에 이 소식을 듣고 설레서 밤을 설쳤어요. ‘나는 책 한 권 냈을 뿐인데, 이런 상을 받아도 되나’ 하면서요. 이걸 온전히 저만의 성과라 생각하면 어리석은 사람이겠죠. ‘호모 에디투스’분들과 함께 글쓰기 모임을 한 게 더 나은 원고를 만드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소설가 박경희 님께서는 제 원고를 세네 번이나 읽어보시며 미진한 부분을 보완하고 책 전체의 얼개를 구성하는데 조언을 주셨어요. 호밀밭 출판사 편집자분들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고요. 덕계 꽃피는 마을 분들의 격려와 염려가 글 쓰는데 늘 큰 힘이 됩니다.          


<아플 때마다 글을 썼다>를 읽으면 제가 투병생활을 끝내고 이제는 건강하고 자유로운 사람이 된 걸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원고를 쓰는 와중에도 몸과 마음이 시름시름 아팠어요. 요즘도 몸과 마음이 흔들흔들할 때가 있답니다. 개인적으론 단순히 몸의 병이라기보단 마음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저는 곤경에서 무언가를 배우지 못하고, 같은 곤경을 몇 번이나 겪고서야 겨우 제 문제를 파악하는 사람이에요. 제 마음의 문제도 이렇게 아프고 또 아프면서 겨우 조금씩 깨달아가는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어쩌면 아직까지도 투병생활 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몸의 불편과 무기력을 견디며 글을 썼지만 힘든 와중에도 한편으론 행복했어요.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앉아서 끙끙대다 보면 제 안에 있었던 가장 진실한 마음, 깨닫지 못했던 누군가의 진심 같은 것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순간순간이 참 감동적이었고 그럴 때면 인생이란 게 참 살아볼 만하게 느껴졌답니다. 컴컴한 어둠에 갇혀있는 누군가에게 제 글이 낡은 이정표라도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썼어요. 단 한 명에게라도 저의 진심이 가 닿는다면 저의 어리석은 방황과 기나긴 투병생활의 고통마저 충분히 의미 있는 것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글쓰기에서 항상 도망가던 사람이었습니다. 저 같은 보잘것없는 사람이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하고 싶은 일에서 도망가면서도 한편으로는 미련을 못 버리고 글쓰기 주위를 뱅뱅 맴돌았습니다. 서른을 훌쩍 넘겨 뒤늦게나마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제가 인생에서 내린 선택중 가장 잘 한 선택 같습니다. 때때로 무력감에 사로잡히고 글쓰기가 막막하게 느껴지더라도 이제는 글쓰기에도 도망가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매일 책상 앞에 앉아 울고 웃고 투정 부리고 감동하며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려 합니다. 초짜 작가의 책을 문학나눔도서로 선정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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