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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Oct 11. 2021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

만 5년의 직장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 중 한 가지는

‘실수를 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감히 범접할 수 없을 것만 같이 일을 잘하는 선배도

알게 모르게 실수를 한다.

단지, 내가 모를 뿐이다.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가슴을 쓸어내린 실수를 했다.

급여, 평가 등 회사 구성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을 하기 때문에

두 번, 세 번 검토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내게 보이지 않던 것들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발견된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본 놀라운 현상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입사원 교육 자리에서나 후배들에게도

‘실수를 최소화하라’고 하지

‘실수를 하면 안 된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물론, 실수에 관대하라는 뜻은 아니다.

똑같은 실수가 반복되면 실패의 DNA가 몸에 배고

결국엔 실수가 그 사람의 실력이 된다.


다만, 실수를 피할 수는 없다.

누구나  번쯤 실수를   있고, 모든 사람들이  점에 공감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더 중요한 것은 실수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실수나 혹은 잘못을 했을 때

그 사실을 숨기기 급급했다.


두 가지 확신이 나를 그렇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하나, 나는 완벽하게 이 실수를 숨길 수 있다.

둘, 이 실수가 밝혀지면 크게 책망받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수는 언젠가 밝혀진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라고 했던가,

그로 인해 돌아오는 질책도 걱정보다 크지 않다.


오히려 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도와주려 하는 사람들이 더 많다.

실수를 한 당사자가 가장 당황스럽고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이나 친구들처럼 나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나의 두 가지 확신은 모두 틀렸다.

그 순간 나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였다.


실수를 품을 수 있는,

그리고 나의 과오를 남들에게 솔직히 밝힐 수 있는,

비록 그것이 나를 발가벗은 기분으로 만들지언정.




용기 말고도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책임이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면,

적어도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그런 과정 없이 ‘나 실수했어요’라고만 말한다면,

그것은 용기가 아니라 객기이며

나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전가시키는 이기적인 행동일 뿐이다.


그리고 용기와 책임의 적절한 균형이 중요하다.

용기가 너무 빨라서도 안되고 책임이 너무 길어져서도 안된다.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하여 용기를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을 놓칠 수 있다.




어릴 적 레고 조립을 하다 보면

간혹 한 단계를 빼먹고 블록들을 맞추다가

한참이나 뒤에 그 사실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완성품으로 제대로 조립하기 위해서는

빼먹은 단계까지 분해하고 다시 조립하는 수밖에 없다.

그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


아무리 이렇게 저렇게 블록을 끼워 넣으려고 애를 써도

블록은 내 마음처럼 들어가지 않는다.

그럴수록 레고에 대한 마음만 멀어질 뿐이다.


내 마음이 무너지기 전에 레고를 무너뜨려야 한다.

그 과정을 다시 걷는 것이 조금 힘들고 두렵더라도,

방법을 빠르게 판단하고 용기를 내야 한다.

실수는 그렇게 만회해야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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