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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Oct 19. 2021

아닌 척했지만 조금의 설렘은 품고

제주에서 일주일 살기 : 1일 차

이번 주가 아니면 정말 휴가를 쓰지 못할 것만 같았다.

연말이 될수록 더욱더 바빠지는 직무의 특성상

어쩌면 지금이 제일 한가한 시기일 것이다.


한 주 동안 고민을 하다가

휴가를 가도 되겠다는 확신이 드는 순간

일단 숙소부터 예약했다.


화려한 곳도, 예쁜 곳도, 북적북적한 곳도 필요 없었다.

잠시 머물다가 쉴 수 있는 곳이면 충분했다.


그렇게 일주일 동안 머물 숙소를 정하고

왕복 항공권도 함께 결제했다.

그 외에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쉬고 싶다는 마음으로 떠난 여행.

그래도 막상 비행기가 가져오는 묘한 설렘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한두 번 타는 비행기도 아니지만

괜스레 바깥 풍경을 찍어본다.


갈 곳도 정하지 않고

여유롭게 보낼 터라 렌터카도 빌리지 않았다.

일주일을 담은 캐리어를 끌고

시내버스에 올랐다.


숙소가 있는 서쪽을 향해가는 길은

제주 바다를 너머 해가 지고 있었고

검붉은 햇볕의 산란에 차창은 도화지가 되었다.


자연이 빚은 멋진 작품에

내일 뭐하지라는 생각을 덧칠한다.




이미 해가 모두 넘어가버린 시간,

완전히 어두워진 제주의 시골길을 지나 도착한 숙소엔

마침 일주일을 함께 보낼 룸메이트도 도착해 있었다.


룸메이트도 이번 여행은 혼자 온 것이었고

저녁시간이 이미 지난 터라

더 많은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이

일단은 밥부터 찾게 되었다.


밥 먹으러 어떻게 나가지 싶었지만

룸메이트가 빌려온 렌터카 덕분에 쉽게 다녀올 수 있었다.


농담 삼아 이 숙소에 있는 사람이 우리 밖에 없는 것 아니냐 했지만

다행히도 숙소에 돌아오니 저마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여행객들이 있었다.




설렘은 어색함일 수도, 긴장일 수도, 낯선 것일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설렘을 찾기도 힘들고

어쩌면 그 자체가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행은 설렘을 수용하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 상황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덕분에 밤늦은 시간까지

여러 사람들과 다양한 이야기의 보따리를

서슴없이 나눌 수 있었다.


뭐하지라는 걱정은 역시 괜한 것이었다.

비록 아직까지도 둘째 날에 뭐하지라는 고민의 답은 내리지 못했지만,

그냥 이 설렘을 안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설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뭐라도 될 것만 같다.

일단은 시작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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