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를 진학한 후 한동안 방황했다.
원하지 않은 학교와 학과였고, 대학교 수업도 기대했던 것과는 달랐다.
나의 방황은 생각보다 길어졌고 제대로 된 준비 없이 3학년을 맞이했다.
다른 동기들은 공인회계사, 행정고시, 로스쿨, 취업 등 각자의 진로를 정했지만
나는 그때까지도 미래의 방향을 어렴풋이 정하지도 못했다.
단지 학업을 더 길게 이어갈 여유가 없었고 학교도 빨리 졸업하고 싶었다.
결국 취업만이 답이었다.
가족, 친척 또는 주변 지인 중에 흔히 말하는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이 없었고,
아웃사이더였던 탓에 동기나 선배들과도 교유관계도 특별히 없었다.
취업을 목표로 했지만 정작 취업에 대한 조언을 구할 사람이 주변에 없었다.
인터넷에 널브러진 취업에 대한 정보들은 현실적으로 와닿지 않았고,
취업을 해야겠단 생각은 가지고 있었지만 정작 언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될지 모든 것이 막연했다.
그러던 때에 그 친구를 만났다.
내가 복학하면서 같이 수업을 듣게 된 후배였는데,
오히려 내가 선배로 모셔야 할 만큼 미래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진 친구였다.
자신의 목표가 분명했고 목표를 향해 한 단계씩 준비하고 있었다.
그 친구의 모습은 나에게 귀감이 되었고 긍정적인 영향과 자극을 받았다.
규칙적이지 않은 삶을 살다가 매일 아침 도서관으로 출근하게 되었고,
지금껏 읽어보지 않은 신문을 매일 아침마다 읽기 시작했다.
학점도 관리했고 단순히 학점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의 전공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내가 취업하고자 하는 회사나 직무에 대해 고민했고 취업준비의 방향을 잡았다.
이러한 노력들 덕분에 나는 4학년 2학기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기에 이미 취업을 할 수 있었다
그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면 내 방황이 더 길어졌을 수도 있다.
지금은 비록 연락하며 지내지 않지만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에
큰 도움을 준 그 친구에게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렇게 취업한 회사에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다.
회사의 주요 사업이 내가 관심을 가진 분야는 아니었지만,
내가 희망한 직무였고 실제로 해보니 더욱 재밌는 점이 많았다.
가장 좋았던 것은 이곳에서 만난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는 것이다.
내가 바라본 선배들은 각자 뚜렷한 강점을 보유하고 있었다.
지적 능력, 성실성, 문제 해결 능력, 보고서 작성, 대인관계, 발표 스킬 등
선배들은 특정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또한, 서로 다른 영역에서 그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고
선배들을 보고 배우는 입장에서 칠첩반상, 진수성찬이 따로 없었다.
덕분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흡수할 수 있었다.
선배들의 능력을 똑같이 발휘할 수는 없지만
어깨너머로 간접 경험을 하면서 특정 상황에서의 대응력을 키웠고
다양한 분야의 역량을 고루 개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좋은 선배들을 만난 덕분에 빠르게 회사에 적응할 수 있었고,
아직까지도 경력으로 보면 주니어지만
기대 이상으로 많은 업무를 경험하고 배울 수 있었다.
앞으로 나의 커리어가 어떻게 나아갈지 알 수 없지만,
선배들과 함께 일한 시간들이 견고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