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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산결 Nov 27. 2022

월드컵의 추억들

추억 하나.


2002 한일 월드컵은 거친 입맞춤이다.


2002 한일 월드컵은 내가 기억하는 첫 번째 월드컵이다.

당시 나는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

지금은 열정적인 축구팬으로서

월드컵이 전 세계의 축제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당시에는 아무런 개념이 없었다.


부모님도 축구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뉴스 보도를 통해서만 월드컵과 축구에 대한 정보를 접할 수 있었다.

개막적에서 프랑스가 세네갈에게 패배한 것이

엄청난 일이라는 것도 뉴스를 통해서 알았다.

그 때문에 나는 폴란드의 올리사데베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인 줄 알았다.


우리나라는 폴란드와의 첫 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포르투갈까지 꺾으며 16강에 진출했고,

16강전에서 이탈리아도 극적으로 이겼다.


그리고 맞이한 스페인과의 8강전.

나는 부모님을 따라 대구 동성로 거리응원에 나갔다.

경기의 내용은 사실 별로 기억나지 않는다.

사람이 너무 많았고,

초등학교 5학년에겐 하늘에 걸린 전광판이 너무 멀었다.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승부가 결정된 그 순간이다.

우리나라의 승리가 확정되었고, (당시에는 그렇게 추정되었고)

옆에 있던 어떤 아저씨가 거침없이 나의 볼에 입맞춤을 했다.

그의 거칠한 턱수염만큼은 선명하게 기억난다.


어쩌면 아저씨가 아닐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처럼 축구에 열광하는 청년일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의 나는 비슷한 순간에

옆에 있는 어린아이의 볼을 훔칠 수 있을까.


엉뚱하지만 가끔은 그 국민적인 환호와 열의의 감정이 궁금하다.

그것 때문이라도 우리나라가 한번 더 기적을 써주었으면 좋겠다.




추억 둘.


2006 독일 월드컵은 국민 청원이다.


2006 독일 월드컵 때의 나는 이전보다 머리가 커졌다.

축구에 대한 이해 수준이 높아졌고,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트 진출로

해외축구로 어느 정도 챙겨보기 시작했다.


축구를 즐기기 시작했기 때문에

월드컵에 대한 기대도 컸다.

특히,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가 좋은 성적을 거뒀기 때문에

이번에도 잘할 수 있을 것이란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토고를 꺾고 월드컵 원정 첫 승리를 신고하고,

프랑스와도 비기면서 그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스위스와의 예선 최종전의 결과로 인해

높아진 기대감은 더 큰 실망감과 분노로 바뀌었다.


스위스의 골 과정에서 오프사이드와 관련된 논란이 있었고,

이 부분은 오심이라는 루머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나 역시도 그게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고,

많은 사람들이 경기 결과에 대해 수용하지 못했다.


그 당시의 분위기가 어땠냐면,

신문선 해설위원은 심판의 결정이 정심이라는 견해를 밝혔으나

국민적인 몰매를 받았고 이후 방송에서 보기 힘들어졌다.


그리고 이 고조된 분위기는

당시 핸드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받아보았을

한 문자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FIFA 공식 홈페이지에서 24시간 동안 500만 명이 서명하면 재경기를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경기의 전술적 흐름도 나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축구를 보는 눈이 생겼기 때문에

비슷한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나름의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때의 분위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보다 선수들의 아쉬움이 더 크고,

국민들이 그 아쉬움에 공감하는 한 방식이었다고 생각한다.




추억 셋.


2010 남아공 월드컵은 박지성이다.


박지성 선수는 누구에게나

대한민구의 축구 영웅 중 한 시람이다.

하지만 나에게 박지성 선수는 축구 그 자체이다.

박지성 선수의 활약에 울고 웃었고

한 주의 기분을 좌지우지했다.


당시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트에서와는 달리

박지성 선수는 국가대표님에서 다른 모습을 보였다.

소속팀에서는 전술적인 역할을 하는 선수였다면,

국가대표에서는 에이스이자 승부사 역할을 했다.


중요한 순간에 항상 골을 터뜨렸고,

특히 월드컵에서는 항상 좋은 활약을 했다.


역시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박지성 선수는 최고의 활약을 했다.

그리스와의 1차전에서 수비수들을 따돌리고 멋진 골을 터뜨렸고

이에 힘 입어 우리는 첫 원정 16강이라는 성과를 냈다.


그리고 이어진 우루과이와의 16강전에서

박지성 선수는 본인의 클래스를 여지없이 증명했다.

비록 경기는 아쉽게 졌지만 그야말로 ‘졌잘싸’였다.


경기가 끝난 뒤 지금은 세계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된 수아레즈 선수가

박지성 선수와 유니폼을 교환하기 위해 뛰어간 모습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축구팬으로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 장면이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은 박지성 선수의 마지막 월드컵이 되었다.

나에게도 가장 가슴 뜨겁게 응원한 마지막 월드컵으로 남아있다.


이후 손흥민 선수 등 많은 훌륭한 선수가 좋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때의 그 감정을 다시 겪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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