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테니스의 왕자>라는 일본 만화책에 푹 빠진 적이 있다.
(내가 테니스라는 운동을 가장 처음 시작한 계기이기도 하다.)
천부적인 테니스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멋져 보였고,
특히 주인공이 속한 중학교 테니스부의 하얀 유니폼에 반했다.
<슬램덩크>라는 만화책에서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다.
주인공 강백호가 속한 북산고등학교의 원정 유니폼은 하얀색이었다.
그리고 강백호의 첫 번째 농구화인 에어조던 6 모델도 하얀색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축구를 좋아했고 해외축구와 월드컵 경기를 챙겨보았다.
축구 선수들도 팀의 개성을 나타내는 유니폼을 입고,
그중에서 독일 대표팀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하얀 유니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영향으로 나도 하얀색 신발과 체육복을 즐겨 입었다.
단순하지만 고급스럽고 개성이 없는 것 같지만 포인트를 살릴 수 있는
그리고 어떤 색상과도 잘 어울리는 하얀색이 좋았다.
2008년 말도 안 되는 루머로 가수 나훈아씨가 기자회견을 한 것을 기억한다.
당시 나는 나훈아라는 가수를 들어만 보았지 실제로 관심을 가져본 적은 없었다.
그래서 그의 실물을 제대도 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가수라는 이미지 때문에 아저씨를 떠올렸지만,
실제 그의 모습은 내 생각과는 달리 남성미가 넘치고 카리스마를 풍겼다.
특히, 백발의 긴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모습은 한 마리의 백호 같았다.
그때 결심했다.
언젠가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면 차라리 백발로 염색할 것이라고.
오늘 흰 눈썹을 한 가닥 발견했다.
흰머리와 흰 코털은 이미 몇 가닥 없앤 적이 있다.
친구들에 비하면 나는 양반일지도 모르겠다.
몇몇 친구들은 이미 흰머리가 많이 나기 시작했다.
특히, 오랜만에 만났을 때 흰머리가 제법 난 것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세월을 맞이하는 자연스러운 변화이겠지만 아직까지는 이 변화에 대한 저항심이 더 크다.
영원할 줄 알았던 20대는 이미 지나갔고, 완연한 30대를 항해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은 탓일 것이다.
이 변화가 낯설다.
그렇게 좋던 하얀색이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