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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 Apr 19. 2023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

좋아하는 일은 운명처럼 다가오지 않아요




“성공한 사람들과의 인터뷰에서 반복해서 나왔던 한 가지는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는 이야기였어요. 그 사람들은 해야만 하는 일이라서 또는 수입이 좋아서 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 헤스터 레이시     






좋아하는 일이 뭐예요? 상대가 이런 질문을 하면 늘 말문이 막혔다. 책도 좋아하고, 글 쓰는 것도 좋아하는데 그것은 어떤 일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까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이 뭘까? 막연하다. 지난 한 주 동안 고민해 봤지만 그럴듯한 해답이 나오지 않았다. 글이나 영상을 찾아보니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것 같았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좇아 미친 듯이 달려가는 사람을 보면 사람들은 한마디씩 던진다. 부럽다거나 좋겠다거나 이미 절반쯤 인생을 성공한 거라거나. 사실 글을 쓴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내던진 말들이다. 그들에게 나는 좋아하는 일을 좇는 사람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나에게 글쓰기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아 그것을 이해해 보겠다는 발악이자 나를 돌아보며 어떻게든 나를 이해하겠다는 선언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만, 무엇을 써야 하는가는 항상 어려웠다. 나는 글쓰기보다는 무엇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담긴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엇을 쓰는 사람인가? 여러 가지 장면들이 떠오른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면서 웃고 떠드는 나, 처음으로 달리기를 시작해 잠깐이나마 하늘에 떠 있는 나,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읽다가 도저히 못 보겠어서 잠시 덮은 뒤에 다시 읽고 있는 나, 오랜만에 본 연극에서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인 나, 그 모든 순간을 사랑한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이란 이런 순간들인 걸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에게 좋아하는 일이란 커다란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찾았다고 할 때, 영화 보는 걸 떠올리기보다는 연기를 한다든가, 소설을 쓰는 것처럼 직업적으로 분명한 걸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에서 일이란 누워있거나 넷플릭스 보는 걸 뜻하지 않을 테니까.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으려니 여간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뭔가 대단한 일이어야 할 것 같고, 엄청난 결심이 필요할 것 같고. 우선 이 부담을 없앨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가 사랑한 순간들에 집중했다. 그 순간에 내가 집중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흥미가 있어서 가능한 것일 테니까. 앤젤라 더크워스의 책 <그릿>에서 말하는 것처럼 열정은 먼저 발견하고 그다음에 키우는 것일지도 모른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수영선수, 로디 게인스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어렸을 때 운동을 좋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로는 미식축구, 야구, 농구, 골프, 테니스를 거쳐 수영팀에 들어갔죠. 이 팀 저 팀을 계속 기웃거렸습니다. 푹 빠질 수 있는 종목을 찾을 때까지 여기저기 기웃거렸던 것 같아요. 수영팀에서 테스트를 받은 날 탈락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육상에 관해 알아보려고 도서관에 갔습니다. 다음에는 육상팀 테스트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릿>을 보면 더 많은 사람이 어떻게 좋아하는 일을 발견했는지 나온다. 그들은 이것저것 시도해 보다가 자신에게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선택지를 택했다. 거기에 운명적인 사랑은 없었다.


흥미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것은 뜨개질일 수도 있고, 사진을 찍는 것일 수도 있고, 소설을 쓰는 일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흥미가 조금이라도 생기는 순간, 그 흥미가 소진될 때까지 꾸준하게 해 봐야 한다. 요즘 내가 흥미를 느끼고 있는 주제는 먹는 것과 감정의 관계다. 얼마 전에 치킨을 시켜 먹었는데 먹을 때는 기분이 좋다가 먹고 나서는 불쾌한 느낌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먹는 것이 나를 만들까? 내가 먹는 것에 따라 그날의 기분이 상당 부분 정해지는 걸까? 아마 다음 글의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흥미 있는 일이란 일상에서 발견되는 사소한 순간들이다.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겐 의미가 있거나 재밌는 일이어야 한다. 그런 일을 찾아야 한다.


생각해보면 글쓰기도 그랬다. 2019년 이전까지 그냥저냥 글을 써 왔지만 이게 내가 좋아하는 일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2019년에 최혜진 작가의 글쓰기 강의를 들으면서 글쓰기에 대한 내 흥미가 그야말로 폭발했다. 그 흥미를 좇아왔더니 어느새 글쓰기는 내 삶의 태도가 되었다. 이제 글쓰기가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이제 곧 내 이름으로 책이 나오니 좋아하는 일이 업이 됐다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지속할 수 있도록 흥미가 생기는 일들을 예민하게 바라봐야겠다. 그렇게 하나씩 발견하다 보면 내게 좋아하는 일이 잔뜩 생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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