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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겨찾기 Dec 11. 2019

9박 10일 아이슬란드 가족여행(1) : 계획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아이슬란드 여행 

 귀국일이 정해졌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은 아이슬란드였다. 유럽을 떠나기 전 꼭 한번 가보고 싶은 여행지였고, 겨울이 되기 전에 가는 게 좋을 듯 싶었다.      


 마침 10월 중순부터 2주 동안 아이들의 가을방학이 있어 그 기간에 맞춰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다만 어떤 경로로 얼마 동안 다녀올지 아는 바가 없어 막막했다.     


 몇 년 전 아이슬란드에 다녀온 처제 네는 5박 6일 동안 최남단의 비크(Vik)까지 다녀왔다고 했다. 두 지역에서 숙박하면서 주요 관광지를 방문했다는 것이다. 우리 역시 이러한 방법이 가장 무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번이 아니면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부 지역만 보고 온다면, 아니 5박 6일만 여행을 한다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다.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 10월 초 9박 10일 동안 아이슬란드로 신혼여행을 다녀온 사람의 블로그를 발견했다. 반시계 방향으로 하루에 한 도시씩 이동하면서 아이슬란드의 외곽순환도로(링 로드)를 도는 일정이었다.     

레이캬비크부터 케플라비크까지 순환도로를 따라 9개의 도시를 거치는 경로이다. 실제 여행에서는 관광지를 경유하기 때문에 파란선대로 이동하지는 않는다.

 처음 떠오른 생각은 ‘우리 가족이 이것을 할 수 있을까?’였다. 그들과 달리 우리에게는 아직은 어린 두 명의 아이들(만 7세, 5세)이 딸려 있었다. 매일 한 도시씩 이동하는 것을 아이들의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식사와 높은 물가도 문제였다. 매일 이동을 하면 밖에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다. 아내와 나만 여행을 한다면 대충 끼니를 때워도 문제없지만 아이들은 우리만큼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한다. 물가가 비싸서 매일 외식을 하는 건 부담스러웠고 여행 기간이 길어지면 숙박료도 그에 비례해서 늘어날 터였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하겠지만 이러한 걱정들은 전부 다 기우임이 밝혀졌다. 아이슬란드 여행이 끝날 때쯤 우리는 여행기간을 조금 더 길게 잡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 아이들의 가을방학이 2주임을 감안하면 앞뒤로 주말을 포함하여 최장 16박 17일까지 가능했을 것이다.      

 

 우리는 블로그에서 본 신혼부부의 일정에 맞춰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이왕 아이슬란드에 가는 김에 한 바퀴 돌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컸다. 아이슬란드가 ‘유럽 여행의 끝판왕’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기에 더욱 그렇게 해보고 싶었다. 아내 역시 같은 마음이었다.     


 이렇게 마음을 맞춘 아내와 나는 비행기 표를 구입했다. 뒤셀도르프에서 레이캬비크까지 가는 직항은 없었고, 오슬로에서 갈아타야 했다. 시간은 비행시간은 1시간의 경유를 포함하여 6시간이 걸렸고, 비행기 값은 1인당 20만 원 정도였다.       


 그 후에는 신혼부부의 일정을 우리에 맞게 조금 수정하여 이동 및 숙박 계획을 세웠다. 우리의 숙박 계획은 레이캬비크-헬라-비크-회픈-에이일스타디르-미바튼-흐얄테리(Hjaltery, 아퀴레이리 부근)–스티키스홀무르-케플라비크였다. 숙소 사이에 있는 주요 관광지를 방문하면서 이동하는 일정이었다.    

 

 이 중 ‘흐얄테리’라는 곳은 한국어 발음을 찾을 수 없어서 내 멋대로 적은 것인데, 북부 아이슬란드 최대 도시인 아퀴레이리와 북쪽 해안에 있는 달비크의 중간쯤에 있는 곳이다. - 우리는 이곳에서 아이슬란드 여행 중 최고의 하루를 보냈다.

아이슬란드의 도로망, 내륙 지역의 상당 부분이 통제되어 있다

 아이슬란드의 면적은 103,000㎢로 대한민국의 면적(100,210㎢)과 비슷하다. 9박 10일 동안 아이슬란드를 한 바퀴 도는 것은, 서울에서 대전과 광주를 거쳐 여수까지 간 다음 부산을 지나 강릉까지 갔다 다시 서울로 오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우리의 일정에 의하면 하루에 적게는 200km 많게는 450km를 이동해야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여정이었다. 하루에 한 곳씩 수박 겉핥기로 보는 게 의미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책을 대강이라도 끝까지 읽는 것이 앞부분만 자세히 읽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았다.     


 여행이 끝나갈 무렵 우리가 세 가지 면에서 나름 괜찮은 선택을 했다고 느꼈다. 첫째, 아무리 짧은 기간 을 여행하더라도 – 3박 4일에 불과하더라도 – 링 로드를 한 바퀴 돌아야 한다. 아이슬란드의 동서남북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일부만 보았다면 절대 경험할 수 없었던 신세계였다.     


 둘째, 링 로드를 도는 경우 시계 방향보다는 반시계 방향이 조금 더 낫다. 여행 중 게스트하우스에서 마주친 다른 나라 여행객들 중에는 북부의 아퀴레이리에서 여행을 시작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북부 지역의 경관이 환상적이라고 했다. 우리는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가면서 점점 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었다. 만약 북쪽에서 시작했다면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조금 실망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주관적인 관점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셋째, 링 로드에서 벗어나더라도 ‘스티키스홀무르’는 가야 한다. 여행 일정을 짜는 동안 ‘스티키스홀무르’라는 도시가 링 로드 여행의 중심이 되는 1번 국도에서 벗어난 것을 몰랐다. 1번 국도를 벗어난 후 한 시간 넘게 자갈길을 달려야 했다.      


 그 신혼부부가 왜 그곳으로 가려고 했는지 계속해서 의문이 들었다. 결론은 그럴 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스티키스홀무르가 있는 ‘스네펠스네스’ 반도는 아이슬란드의 축소판이다. 만약 아이슬란드에서 하루의 시간만 허락된다면 스네펠스네스 반도에 가면 된다.      

아이슬란드의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11시 방향에 길쭉하게 튀어나온 곳이 스네펠스네스 반도이다.

 결국 우리의 일정은 블로그에서 우연히 발견한 신혼여행 덕분에 꽤나 합리적인 구색을 갖출 수 있었다. 여행을 하는 내내 그 신혼부부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 지금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찾아보니 이러한 경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따르는 ‘순리’에 가까운 듯하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만약 언젠가 다시 아이슬란드를 간다면 이러한 계획을 세워 볼 생각이다.      


 첫째, 하루의 일정을 더 빡빡하게 잡는다. 그 신혼부부도 그렇고 우리도 그렇고 하루에 3-4곳의 관광지를 찾았다. 우리 같은 경우 어떤 날은 2곳만 가기도 했는데, 매일 이동하는데다가 여러 장소를 다니기까지 하면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상하게도 힘들지 않았다. 아내와 나뿐만 아니라 아이들 역시 별로 힘들어 하지 않았다. 아이슬란드에서의 9박 10일이 끝나갈 무렵 체력이 소진되기는커녕 처음 왔을 때보다 더 힘이 넘쳤다. 공항으로 향하는 길에 다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유일한 여행이었다.      


 둘째, 여름철에 여행한다. 아이슬란드에 서식하는 퍼핀(puffin)이라는 희귀한 새와 해변에서 물을 뿜어내는 고래는 여름철에만 볼 수 있다. - 고래 투어를 하면 고래를 볼 수 있지만 여름철에는 고래 투어를 하지 않아도 고래가 해변가로 온다.      

12월 10일 현재의 남서부 지역의 도로 상태이다. 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은 통행할 수 없는 구간이다. 1번 국도임에도 통행할 수 없는 구간이 대부분이다.
아이슬란드 여행을 할 때에는 'Road.is' 사이트와 앱을 통해 도로 상황을 반드시 찾아봐야 한다. 우리가 여행한 10월 중순만 해도 주황색, 하늘색 구간이 제법 많았다.

 날이 좋은 여름이면 내륙의 하이랜드 도로가 통제되지 않는다. 여름에는 해가 길어서 더 많은 관광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여름에는 오로라를 볼 수 없다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겠지만 여름철 여행이 선택의 폭이 더 넓다.   

  

 셋째, 1번 국도를 벗어나 내륙으로 들어가 본다. 아이슬란드에서 본 최고의 풍경은 1번 국도를 벗어난 곳이었다. 5일째 되는 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1번 국도를 잠시 벗어나야만 했다. 도로 보수를 위해 일부 구간이 통제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는데, 덕분에 잊지 못할 눈 호강을 했다.     


 아마도 아이슬란드를 자주 찾는 사람들은 내륙으로 들어가 보려고 할 것이다. 1번 국도를 따라 순탄하게 항해하는 여행도 좋지만 과감하게 대자연에 맞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철저하게 준비해야겠지만.  

   

 그 다음 우리가 한 일은 렌터카를 예약하고 숙소를 잡는 것이었다. 특히 렌터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아이슬란드의 도로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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