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시선을 주는 연습
20대 초반의 나와 이제 막 30대로 접어든 내가 달라진 점이 하나 있다면 스스로에게 ‘왜?’라는 질문을 더 많이 한다는 점이다. 학교를 다닐 때의 나는 ‘졸업하고 나서 무엇이 될 것인지’, ‘무슨 일을 하며 살지’에만 집중했지 ‘내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선 여유를 갖고 고민하지 않았다. 사실상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모두에겐 각자 저마다의 속도가 있는 법인데 20대 초중반에는 사실상 사회가 정해놓은 속도를 따라가기 급급해서 ‘나만의 속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정작 고민해야 될 부분들을 쉽사리 놓쳐버렸다.
진짜 ‘마음의 전공’은 그 사람의 밥벌이와 상관없을지라도 그 사람의 일상을 지탱해주는 뜨겁고 단단한 열정을 동반한다고 한다. 왜 글쓰기를 좋아하는지, 왜 여행을 좋아하는지, 밤새도록 오직 자신의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의 열정과 지혜가 생겼을 때, 비로소 우리 마음속에 ‘제2의 전공’이 태어난다는 책 속의 한 줄을 읽는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무엇이 되려고 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끊임없이 나에게 던지는 ‘Why?’가 아닐까란 생각. 당장 눈 앞에 닥친 현실이 급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면서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바로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경험하고, 배우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상 속에서 스스로에게 ‘why’란 질문을 계속 던지는 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저 무탈하게만 하루가 지나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신입 시절부터, 어느덧 실적의 무게를 매년 견뎌내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왜?’라는 질문은 가끔씩 더 큰 혼란을 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스스로에게 ‘why’란 질문을 계속 던지는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나는 내 직사각형 명함 속에 나와있는 이름 석자로만 내가 표현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우연히 책 속에서 이런 문구를 본 적이 있다. ‘무엇을 해야만 멋있는 사람이 아니라 아무것도 안 할 때 정말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문구. 그리고 그건 직업이 아니라, 내 삶이 아름다워야만 이룰 수 있는 꿈이라고. 그래서 아주 잠시 동안만이라도 남에게 보이는 삶보단 내가 보는 내 삶에 조금 더 시선을 주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나만의 속도’를 찾아서 앞으로 나아가되, 혹 결과가 눈 앞에 바로 보이지 않더라도 보이지 않는 시간들을 버틸 자긍심을 가지는 것. 어쩌면 가장 느리게 보일 수도 있는 이 방법이 가장 빠른 지름길일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종종 내 지인들은 나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도대체 너의 이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 거야?”라고 말이다. 그럼 난 이렇게 답하고 싶다. 나는 ‘당신의 소속이 어디십니까?’라고 묻는 사람들의 질문에 여러 가지로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내가 더 이상 마케터가 아니어도 나는 글을 쓰는 작가이자, 영감을 주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이자 동기부여를 주는 삶을 살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