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지난달, 우연히 참여한 온라인 글쓰기 수업에서 글감 하나를 받았다.
'가장 힘든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선뜻 떠오르지 않았다. 힘든 순간들은 많았지만 '가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니 참 어렵다. 결국엔 이 글감으로 글을 쓰지 못했다. 삶이 계속 던져대는 질문들은 날이 갈수록 난이도 최상으로 치닫고 있는데 가장 힘든 시절의 나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니. 글감 컨셉을 좀바꿔야지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3년 후로 타임슬랩 했다고 상상하고 지금의 나에게 몇 마디 해보자. 과거의 나를 위로하기엔 지금의 내가 더 위로가 필요하니깐.
요즘 나는 방전되기 직전의 건전지 같다. 다행히도 회복탄력성이 꽤 높은 나는 방전되기 직전에 스스로를 채워주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이를테면 출근 전 1시간의 여유 시간 동안 일기를 쓰며 나와 대화하는 것. 퇴근 후 3시간, 오로지 나에게 집중하며 떠오르는 생각과 글을 쓰는 것.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1시간 뛰다 오는 것. 그렇게 나에게 집중하고 몰입하는 시간들로 다시 중심을 잡길 반복한다. 글쓰기가 내 인생에 없었다면 나는 아마 일찌감치 방전되고도 남았을 것이 분명하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업 준비 1년 후 입사한 회사에 어느덧 9년째다. 졸업 후 10년의 세월이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되다니. 짧은 문장에 비해 그간 쏟아낸 내 에너지와 노력의 총량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겁다. 너무 많이 쏟아내서일까. 요즘에는 하루에도 수십 번 건전지가 깜박인다.
3년 후의 나는 지금의 나에게 어떤 말을 해줄까.
인생에는 3단계가 있고,
인간은 두 번의 착각을 한대!
1단계 (열정기)
2단계 (권태기)
3단계 (성숙기)
1단계 열정기 때는 이 열정이 영원할 것이라고 착각한다는 것. 그러다 그전에 의미가 있었던 일이 지금은 의미가 없어진다고 느낄 때 권태기가 찾아오는데 이때 인간의 두 번째 착각은 바로 '이 권태가 계속 갈 것이라고생각한다는 것'
열정이 많았던 사람일수록 권태가 크다고 한다. 지금의내가 더 이해가 된다. 온 마음을 다해 열정을 쏟아낸 10년이었기에 지금의 권태가 더 크게 다가오는 거겠지.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꽤 많이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권태기에 들어섰다니. 아직 갈길이 멀다는 생각에 이 사실이 그다지 위로가 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이 권태가 계속 가지 않는다는 사실은 잔잔한 위로로 다가온다.
사람이 변하려면 3가지 요소를 바꿔야 한다.
첫째는 사람, 둘째는 환경, 셋째는 습관. 지금의 이 권태로움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단 한 가지다. 단순하게 생각하는 것. 방전되면 다시 에너지를 채우면 되는 것이고, 그럼에도 계속 깜박인다면 새로운 건전지로 교체해 버리면 되는 일이다.
이 단순한 사실을 두 달에 걸쳐서 깨닫다니.
난 아직 성숙해지려면 멀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