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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엄과 낭만사이 Mar 30. 2023

나는 10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HR 업무, 만 10년을 채우고 깨달은 것

HR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해 커리어 전환을 시도했다가 다시 돌아왔다. 끊어졌던 시간들을 다 붙이니 올 해로 어느덧 한 영역에서 만 10년의 경력이 생겼다.


개인블로그에 비공개로 써 둔 5년 전 글을 우연히 발견했다.

그때는 플로리스트로 전향해 2년 차였고, 멋모르고 신나게 배우던 때를 지나, 꽃은 알면 알수록, 하면 할수록 더 어렵다는 걸 느끼던 때였다. 나의 꽃 선생님은 전공부터 쭉 한 길만 걸어와 10년 넘게 그 업계에 몸담았던 분이고, 그녀를 보며 느낀 것을 글로 썼던 기억이 난다.


엉성한 습작을 소환하자니 부끄럽지만  당시의 통찰만큼은 소중하기에 용기를 내본다. 



2017.11.9  16:56 비공개

제목 : 10년이라는 시간

최근 들어서 한 분야의 일을 10년씩 해온 사람들을 알아가고 있다. 그들을 통해 깊은 울림이 있고 깨달음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이렇다.

1. 기본에 충실하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제품이나 서비스 등이 아주 기본에 충실한 것인데 한 끗 차이로 퀄리티가 다르다.
특별한 기술을 쓰지 않았는데 은은하게, 뭔지 모를 특별함이 느껴진다.
워낙 특별한 것들이 넘쳐나는 세상이라 오히려 기본에 충실한 것들이 더 특별한 것처럼 느껴지나 보다.
그들은 더 화려하게 더 멋있게를 외치지 않는다. 물론 할 수 있지만 안 하는 것일 뿐이다.

2. 본질에 집중한다.
10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오랫동안 한 가지의 일을 묵묵히 참아온 것은 본질,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알고 그것을 사랑하기 때문인 것을 알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처음 마음가짐대로,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그 일을 사랑하고 있었고,  여전히 지금도 좋아하는지 순간순간 영혼에게 물어보며 집중한다.



나를 다지는 시간

근속 10년 차에 해외여행이나  금 한 돈 등을 주는 복지가 유행이었던 적이 있었다, 반복적인 것들을 견뎌낸 '인내와 성실' 혹은 '전문성'이라는 가치를  인정해 준 것이다.

대퇴사의 시대, 빠른 변화를 겪는 요즘 세대에서는 근속 10년 차를 찾아보기도 힘들거니와, 있다고 하더라도 오랜 근속을 오히려 '고인물'이라 칭하고 안 좋은 시각으로 보는 경향도 적지 않다. (물론 특정 산업군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다.) 시간에도 인플레이션이 온 것일까. 요즘 10년이 예전 10년이 아닌 것처럼, 의미도 해석도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하지만 실망하지 말자. 강산도 변할 만큼 10년이라는 시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동안 어떤 커리어를 쌓아 왔든, 그 시간을 지나왔다면 분명히 변화는 있었다.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말이다. 프로페셔널함을 얻었을 수도 있고, 어쩌면 얼떨결에 시작한 이 업무를 자연스럽게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어느 쪽도 아닌 것 같다면  2년 차의 눈에 비친 10년 차의 모습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소한 기본기는 무지 탄탄해졌을 것이며, 그 일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없는 '한 끗' 차이도 장착했을 것이다.


물론 지금도 여전히 실수하고, 안 해본 경험도 많지만, 새로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두려움' 보다는 '자신감'으로 맞이할 수 있'끗'이 생겼다. 여기서 말하는 자신감이란 내가 모든 걸 다 할 수 있다가 아닌, 모르는 걸 모른다고 할 수 있는 당당함이다.



'어떻게 같은 일을 10년 넘게 할 수 있어요?'

나의 어이없는 질문에 꽃 선생님은 '계속 물어봐야죠. 내 자신에게 너 이거 좋니?라고. 진짜 힘들 때도 많았는데 그때마다 내 영혼에게 계속 물어봤어요. 이거 진짜 좋아하는 거 맞냐고, 근데 얘(장미)를 보고 있으면 좋은데 어떡해요. 계속해야죠' 라고 했다. 정말 좋아하는 것을 직업으로 삼고 있는 그녀는 몸은 고되지만 진심으로 행복해 보였다.


사람마다 그 일을 하게 된 이유는 생계를 위해, 멋있어 보여서, 정말 좋아해서, 혹은 우연한 기회로 등 여러 가지 가 있지만, 그것을 10년 동안 계속 지켜낼 수 있는 힘은 내가 그 일을 '정말 좋아하는지'에 대한 진심에서 나오는 것이고, 우리는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 그 진심에 솔직해져야 한다.


자, 이제 내 영혼에게 말을 걸 차례이다. 나에게 지금 하는 일은 어떤 가치가 있냐고, 과정이야 어찌 됐든 지금 좋냐고, 그래서 지금 행복하냐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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