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빛나니까 [마무드 에세이, 18]
나 자신에게, 내 주변 사람에게 늘 하는 말이 있다. 이렇든 저렇든 나는 내 인생이 가장 힘든 법이라고.
친구와 연락을 하던 도중 그런 말을 했다. 무언가를 바랐었지만 막상 이루어지니 그렇게 바라던 게 맞는가 싶을 정도로 암울하다고. 요즘의 나도 비슷하다. 바라던 일과 바라던 일터를 손에 쥐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게 내가 진짜 바라던 일이 맞는지 뒤돌아보게 되고 내가 생각했던 일들과는 조금 다른 모습에 실망을 반복하면서 앞이 캄캄해진다. 이게 맞는 걸까.
이게 맞는 걸까 라는 질문은 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맴돌고 나를 괴롭히다가 일주일이 지난 이제는 톡 치면 눈물이 날 지경까지 되었다. 누구를 탓할 순 없다. 내가 선택한 길이고, 감정선이 느슨해 잘 늘어나는 것 역시 나이기에. 그렇다 보니 자꾸 자책하고 나에게 책임을 물으려 하게 된다. 그렇게 나는 끊임없이 나를 채찍질하고 한계까지 몰아넣는 선택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누구보다 쉬는 방법을 제대로 알았고, 쉴 때는 쉬기만 할 줄 알았던 내가 이제는 어떻게 쉬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계속해서 일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고 쉬는 날에도 그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까지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그래서 또 이렇게 노트북 앞에 앉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글을 쓴다. 내 숨구멍은 아마 글을 쓰는 시간과 결과물 아닐까. 이런 내가 글을 포기한다면 아마 모든 걸 포기하게 된 상태 아닐까 잠시 생각해본다.
친구가 나에게 바라던 대로 됐는데 막상 그렇게 되니 암울하다고 했을 때 나는 모든 인생은 암울하다, 다만 각자의 필터를 씌우고 세상을 바라보면서 살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친구에게는 그렇게 말해놓고... 내가 정해놓은 답이 이미 있었는데 나는 그 답을 애써 모른 체하며 그 주변을 빙빙 돌았던 것 같다.
이 세상에 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인생이 과연 몇이나 있을까. 아니, 존재할 수 있는 일인가 싶다. 다만 지금 내가 놓여있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제자리에 머물기보단 조금씩이라도 발걸음을 떼 나아가는 것, 작은 행복을 큰 행복으로 느낄 수 있는 필터를 쓰고 세상을 바라보는 것 정도가 아닐까.
조그마한 희망과 행복 한 줌으로 온갖 거대한 불행에 버티며 살아가는 게 삶이진 않을까. 너무 잔인하지만 현실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언젠가는 무너질 것을 알기에 나는 똑바로 보고 살아가려고 한다. 그런 내 모습이 마치 부서지는 파도에 비치는 햇빛처럼 빛날 것을 알기에.
당신들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바라던 삶의 모습이 아닐지라도 그 삶을 버텨내고 있는 당신들의 모습은 이미 충분히 빛나고 있고, 충분히 멋지다는 것.
내가 언제나 당신들과 함께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For Eddy. HB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