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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도연 Mar 17. 2024

겜알못의 게임로그#10<바이오하자드7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7: Biohazard, 2017

|타이틀|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Resident Evil 7: Biohazard)

|최초출시일| 2017년 1월 24일

|개발사| Capcom

|유통사| Capcom

|구입처| Steam

|사용기기| M2 맥북 에어 기본형/A12Z 아이패드 프로/아이폰 13 프로 (w/ 지포스 나우),  엑스박스 시리즈 X|S 컨트롤러, 백본 원 컨트롤러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이하 바이오하자드 7 혹은 7편)>은 게임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제법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4편의 성공 이후 점차 호러 요소가 옅어지고 액션성에 치중되어 가던 시리즈를 다시 호러로 원점 회귀시키는 동시에 그동안의 카메라 고정 시점 혹은 3인칭 숄더뷰가 아닌 1인칭을 도입하는 변화를 맞이한 작품입니다. 전투 베테랑 액션 괴물이 되어가던 기존 시리즈의 주인공들을 옆으로 밀어 두고 총 잡는 방법도 어색한 민간인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데리고 온 것도 도전적이었고요. 개발사인 캡콤에게 있어서도 새로운 게임 엔진이자 향후 캡콤 게임의 완성도를 높인 주역 중 하나로 손꼽히는 RE 엔진을 이용한 첫 작품이기도 합니다.


물론 제가 이런 말을 하면서 '그래, 그랬지'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는 없습니다. 저는 작년에 8편인 <바이오하자드 빌리지(Resident Evil Village, 2021, 이하 빌리지 혹은 8편)>를 통해서 이 시리즈를 처음 접했으니까요. 그냥 알아보니까 그렇다더라 하는 수준입니다.


<빌리지> 때의 글에서도 썼지만, 저는 <빌리지>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시작했다가 이 게임이 <바이오하자드 7>의 직접적인 속편이라는 걸 알게 되어서 잠시 멈추고 7편의 줄거리를 살펴봤었습니다. 그때는 지포스 나우 같은 클라우드 게이밍 서비스를 몰랐기 때문에 맥에서 <바이오하자드 7>을 플레이할 방법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바이오하자드 7>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게임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빌리지>가 그려내는 주인공 에단 윈터스라는 캐릭터가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7편은 에단 윈터스가 처음으로 바이오하자드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야기인 데다 <빌리지>가 그려내는 이야기와 캐릭터의 이해에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빌리지>를 시작했다가 도입부 컷신만 보고 바로 7편의 줄거리를 살펴본 것도 그런 이유였지요.


하지만 줄거리를 살펴보거나 컷신을 모아둔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는 아무래도 부족하지요. 게임은 직접적인 개입과 경험이 중요한 매체니까요. 그리고 클라우드 게이밍을 포함해 맥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남은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이기도 했다 보니 이걸로 그동안의 바이오하자드 여정을 일단 마무리하자는 생각도 들어 플레이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왼쪽: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 오른쪽: 바이오하자드 빌리지

7편은 8편 <빌리지>와는 물론이고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과도 분위기가 확연히 다릅니다. 일단 다른 작품들이 현실적으로 그려내고는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구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SF적인 혹은 판타지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면, 7편은 전반부만큼은 정말 현실적인 공간 그 자체입니다. 미국 외딴 시골에 있는 넓고 낡은 가정집이지요. 물론 저는 미국 외딴 시골의 가정집을 방문해 본 적은 없지만 게임의 제작진들이 꼼꼼한 현지 조사를 통해 굉장히 사실적으로 그려내려 했다는 이야기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아주 일상적인 공간을 공포의 현장으로 바꿔놓으니 기존 시리즈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위기감과 압박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게임의 내용과 분위기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공포감이 조금 덜하기는 했지만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시작했다면 정말 무서웠을 것 같았습니다. 사전 정보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긴장감은 아주 높았고 손전등 하나를 들고 어두운 저택을 돌아다닐 때의 분위기는 좋은 의미로 정말 끔찍하고 공포스러웠고요.


7편의 이야기는 주인공 에단 윈터스(Ethan Winters)가 아내 미아 윈터스(Mia Winters)의 영상 편지를 보는 장면에서 시작됩니다. 얼른 출장 업무를 끝내고 남편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미아의 애정 어린 영상이 끝나면 새로운 영상이 이어지는데, 무언가 두려워하고 있는 듯한 전혀 다른 모습의 미아가 이번엔 경고를 합니다.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고 이 영상을 본다면 이제 자신에게 신경을 끄라고요. 그리고 미아는 이후 연락이 두절됩니다.


3년이 지난 뒤, 에단에게 미아가 보낸 이메일이 도착합니다. 루이지애나 덜비의 베이커 농장에 있으니 데리러 오라는 내용이었죠. 에단은 이메일을 인쇄한 종이와 미아의 사진을 챙기고는 베이커 농장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미아의 흔적을 발견하지만 동시에 끔찍하기 그지없는 광경도 목격하면서 본격적인 게임 플레이가 이어집니다.

미아가 보낸 이메일

<바이오하자드 7>의 주요 적은 베이커 가(家) 사람들입니다. 아버지 잭 베이커(Jack Baker)는 벽을 뚫고 나오는 괴력을 뽐내며 전기톱과 삽, 심지어는 자동차를 이용해 주인공을 위협합니다. 어머니 마거릿 베이커(marguerite Baker)는 히스테릭한 언행을 보이며 벌레를 몰고 다닙니다.  아들 루카스 베이커(Lucas Baker)는 <쏘우> 시리즈의 직쏘를 연상케 하는 사이코패스고요. 내내 휠체어에 가만히 앉아 있는 기분 나쁜 할머니는 저택 곳곳에서 뜬금없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리고 '이비'라고 불리는 정체불명의 소녀에 대한 언급도 있고요.


베이커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은 딸 조이 베이커(Zoe Baker)뿐입니다. 에단 윈터스가 어딘가에 숨어 있는 조이 베이커의 도움을 받아가며 아내 미아를 치료할 혈청을 만들고 저택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아가는 것이 전반부의 진행입니다.

베이커 가족. 왼쪽 위부터 잭, 마거릿, 루카스, 조이.

변종사상균이라는 곰팡이균(Mold)을 사람에게 감염시켜 만든 몰디드(Molded)라는 괴물이 기존 시리즈의 좀비나 기생충 감염자의 역할을 맡습니다. 흔히 말하는 잡몹이지요. 몇 가지 종류가 있고 그중에는 상대하기 제법 버거운 녀석도 있는데 솔직히 말해 그리 인상적인 존재는 아닙니다. 다른 시리즈에서 한 번씩은 나오던 물량공세가 없었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규모보다는 분위기를 통해 압박감을 전달하려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런 의미에선 생김새가 끔찍하고 어두운 공간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데다 탄약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 많다 보니 긴박감을 끌어내기에는 충분했습니다.


몰디드는 어떻게든 쓰러뜨릴 수 있지만 베이커 가족은 죽일 수가 없습니다. 몸을 자르고 머리를 터뜨려도 어느새 다시 나타납니다. 그래서 이야기 진행을 위해 정해진 곳이 아니라면 그들을 쓰러뜨리려고 하는 건 탄약 낭비에 불과합니다. 그들을 만나면 일단 도망치는 게 상책인 거죠. 이런 설정은 다른 게임에서도 자주 등장했지만 조금 다르기도 했습니다. 다른 게임에서는 상대가 어떤 의미로든 괴물이었다는 거죠. 우주 괴물이거나 거대한 좀비거나 저주받은 인형이거나.

마거릿 베이커와의 숨막히는 숨바꼭질

하지만 베이커 가족은 적어도 겉모습은 그냥 사람입니다. 그저 압도적인 광기에 사로 잡혀 있을 뿐이지요. 에단을 발견할 때마다 기묘한 가족관을 드러내는 말을 쏟아내며 쫓아오고요. 다분히 비현실적인 괴물이 쫓아오는 것과 눈을 정신 나간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쫓아오는 건 아무래도 다르다 보니 같은 숨바꼭질 진행이라도 다른 게임에는 없던 색다른 위기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바이오하자드 7>에서는 비디오 테이프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비디오 테이프를 발견하고 그걸 재생기에 넣으면 동영상 속 인물이 되어 촬영 당시의 상황을 플레이하게 됩니다. 비디오에 녹화된 과거를 플레이하면서 현재 상황에 필요한 정보를 알아내는 독특하고 신선한 시스템이었어요. 물론 동영상 속에서 잡히거나 죽을 수 있다는 것도 재밌었고요.


반가운 볼트 커터

무기는 다른 시리즈에 비해 조금 간소한 느낌이었습니다. 애초에 경찰이거나 군인, 특수요원 등이었던 다른 주인공들과는 다르게 에단은 엄연한 민간인인 데다 장소도 민가인 만큼 많은 무기가 있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요. 권총 두 종류와 샷건 두 종류, 수제 화염방사기와 유탄발사기 정도입니다. 하지만 화염 방사기는 마거릿을 상대할 때만 도움이 되다 보니 그리 존재감이 없고 유탄발사기는 제가 늦게 입수를 하는 바람에 탄약만 쌓아두고 단 한 번도 쓰지 않았어요.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동전을 모으면 가장 강력한 무기인 매그넘을 입수할 수는 있는데 저는 아이템 수집을 위해 시간을 쓰고 싶지는 않아서 매그넘은 일찌감치 포기했습니다. 후반부에 가서 미아의 과거 파트를 플레이하고 나면 미아가 갖고 있던 무기가 추가되기 때문에 선택지가 늘어나기는 합니다. 무기는 아니지만 이제 시리즈 전통이라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볼트 커터도 등장해 반가웠습니다.


배경이 되는 다양한 공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베이커 저택 본가의 다양한 공간들

초반에 갇히게 되는 베이커 저택 본가는 아무래도 2편에 나왔던 라쿤 시경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때와는 달리 쓸데없이 긴 동선이 없었기 때문인지 소위 말하는 "뺑뺑이 돈다"는 느낌이 적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길을 익히고 정보와 아이템을 찾으면서도 지루한 순간이 없었습니다. 2편 속 라쿤 시경은 매력적인 공간이기는 했지만 일부 아이템이나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한 동선이 너무 길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고, 그걸 A 시나리오와 B 시나리오에서 똑같이 반복해야 했다 보니 아무래도 좀 지겨워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물론 라쿤 시경은 베이커 저택 본가보다 더 크고 복잡하기도 했지만요.


처음엔 저택 본가가 베이커 저택의 전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넓은 베이커 농장 곳곳에 구 저택, 게스트 하우스, 처리실, 온실, 루카스의 고문실 등 여러 공간이 있었고 각각이 서로 다른 역할을 하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거대한 공간이 정말 평범한 민가인가 싶기도 했지만 미국의 드넓은 시골 농장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기도 하더라고요. 가본 적은 없지만.

베이커 저택 (출처: Reddit, @SushiReese)

드넓기는 해도 내부는 결국 평범한 민간인의 집인데다 7편 특유의 설정으로 인해 유령을 보는 듯한 경험을 자주 하게 되는데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좋아했던 "저주받은 집" 소재의 공포 영화가 떠올라서 묘하게 반갑기도 했습니다.


에단이 베이커 농장을 탈출하면 미아의 시점으로 바뀌면서 난파선 내부를 수색하게 되는데요, 난파선 내부의 광경은 정말 끔찍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물질에 뒤덮이거나 몸이 변형되어 흉측한 몰골로 굳어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코스믹 호러의 분위기도 물씬 풍기고요. 배에서 일어난 사고를 생각하면 충분히 코스믹 호러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여기서부터는 기존의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강력한 무기도 생기고 다양한 기계 장치를 조작하기도 하면서요.

코스믹 호러를 연상시키는 난파선의 내부 모습

베이커 부부가 '이비'라고 부르던 소녀이자 베이커 가족을 비극으로 몰고 간 장본인이라고 할 수 있는 이블린의 존재도 난파선에서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전반부에서는 다소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풍겼지만 난파선에 남은 기록을 통해 SF적인 설정과 세계관을 드러내면서 여전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세계에 속해 있다는 걸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지요.


주인공은 당연히 에단 윈터스입니다.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에단만큼 신체적 수난을 겪은 인물이 있을까 싶을 만큼 고생을 합니다. 손목이 잘리고 입이 찢어지는 건 기본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목이 잘리기도 하니까요. 신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만만치 않습니다. 3년 동안 실종되었던 사랑하는 아내를 찾으러 갔더니 그 아내가 전기톱으로 자신을 죽이려고 달려드니까요. 손목을 자른 것도 다름 아닌 그 아내였고. 그런 아내에게 에단은 어쩔 수 없이 총을 쏘고 도끼를 휘두릅니다. 3년 만에 찾은 아내의 목에 도끼를 박아 넣은 순간의 감정은 뭐라 표현하기가 어렵겠지요. 게다가 그 상황을 이해는 할 수는 없지만 모든 폭력이 아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는 느낌이 들고 아내도 쓰러지기 전에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다면 더욱 복잡한 심정이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에단이 미아를 공격할 때 좀 더 많은 대사가 있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이 죽을 상황이기에 어쩔 수 없이 맞서지만 아내에게 신체적인 해를 가하는 건 망설이거나 어떻게든 손발을 속박해 제압하려는 시도를 먼저 하는 등의 연출이 있었다면 더 현실적이었겠지요. 총이 있더라도 냅다 머리를 조준해 방아쇠를 당기는 게 아니라 먼저 위협사격을 하거나 다리를 쏜다든가 하는 것도 좋고요. 물론 게임의 진행을 위해서는 결국 머리를 쏘고 목에 도끼를 휘두를 수밖에 없겠지만요.

에단이 미아의 이메일과 함께 챙겨갔던 두 사람의 사진

사실 에단 윈터스라는 캐릭터 자체는 후속작인 <빌리지>에 비해 그리 두드러지지 않습니다. <빌리지>의 에단 윈터스는 처음부터 끝까지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뚜렷한 동기와 목적을 갖고 있고 평범한 아버지에서 희생적인 영웅으로 변모해 나가는 과정의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분명히 들지요. 반면 7편의 에단은 '공주를 구하는 기사' 역할에 충실한 평범한 캐릭터입니다.  입이 좀 험하고 담력이 세다는 특징은 있지만 서바이벌 호러 장르의 캐릭터로서는 특별할 게 없죠.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캐릭터로서 스스로 존재하기보다는 플레이어의 껍데기로만 머무르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공주를 구하는 기사'라는 역할을 제외하면 에단이라는 인물을 구성하는 요소 대부분이 이야기에서 핵심적인 역할은 하지 않아요. 에단 윈터스라는 캐릭터는 <빌리지>에 이르러서야 폭발적으로 완성되기 시작하면서 단순한 게임 진행을 넘어 서사의 핵심에 자리를 잡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게 큰 단점은 아닙니다.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의 역할 자체가 플레이어의 옷이 되어 게임을 굴러가게 하는 것이니까요. 게다가 캐릭터에 자잘한 요소가 너무 많으면 몰입이 어렵기도 하고요. 개발사 캡콤이 에단 윈터스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걸 보면 어느 정도 의도된 설정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7편에서는 플레이어가 몰입하게 쉽게 만들어 둔 다음, 8편에서 캐릭터의 서사를 완성시키는 계획이었을 수도 있고요. 근거는 없습니다만.


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캐릭터가 굉장히 인상에 남았습니다. 다름 아닌 미아 윈터스입니다. 에단의 아내이자 <빌리지>에서 로즈의 어머니이기도 했던, 어떤 의미에서는 의도치 않게 에단을 고생의 나락으로 밀어 넣은 장본인이기도 한 인물이지요. 그래서 국내외의 리뷰나 커뮤니티를 찾아보면 미아를 원망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나 있기도 하고요. 저는 미아를 딱히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7편과 8편의 비극에 미야의 이기적인 행동들이 어느 정도 기여했다는 건 부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7편을 직접 플레이하면서 미아를 바라보는 시각이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베이커 저택에 갇혀 있던 미아 윈터스

변화의 시작은 미아가 총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장면을 보며 느꼈던 위화감이었던 것 같네요. 미아가 비밀 조직에서 근무를 했었다는 건 알았지만 연구원이나 사무직 정도로만 생각했다 보니 다양한 화기를 자연스럽게 다룰 수 있는 수준의 훈련을 받았을 거라고는 상상을 못 했거든요. 특히 <빌리지>에서도 사실 평범한 가정 주부 정도의 존재로만 그려지니까요. 그래서 이 위화감을 곱씹으며 미아 윈터스라는 캐릭터를 파고 들어갔더니 이 캐릭터가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조금 길어질 수 있으니 미아에 대한 이야기는 별도의 글을 통해서 이어가도록 하지요.


중간 보스라고 할 수 있는 잭 베이커와 마거릿 베이커는 굉장히 사적이고 소박한 욕망을 내세우며 에단을 공격합니다. 그 욕망이란 가족과 그 속에서의 자기 위치를 지키는 거죠. 문제는 그 욕망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블린에 의해 광기와 함께 강제로 주입된 것이라는 사실이었고요. 후반부 잭 베이커의 본모습이 잠깐 등장하는 장면이나 DLC <딸들>을 통해서 잭과 마거릿 베이커가 사실은 정말 따뜻하고 친절한 사람들이었다는 게 드러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고 나면 그들에 대한 동정심이 일기도 합니다. 충성심이나 야망, 복수심 따위를 전시하고는 했던 시리즈 속 다른 중간 보스들과는 차별되는 부분인 만큼, 이게 <바이오하자드 7>만의 재미이자 개성적인 매력 요소 중 하나가 되는 것 같기도 하네요.


루카스 베이커는 이블린을 만나기 전부터 정신 나간 사이코패스였습니다. 이블린을 만나면서 오히려 물 만난 물고기처럼 자신의 가학적인 욕망을 풀어나가지요. 게다가 지질하기까지 하다 보니 다른 가족들과는 달리 호감도 동정도 들지 않는 인물입니다.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진 캐릭터이기도 하고요.

루카스 트랩 속의 결코 잊을 수 없는 광대

하지만 루카스의 트랩에서 탈출하는 과정은 게임 속에서 유독 인상에 남는 구간이기도 합니다. 우연히 발견한 비디오 테이프를 통해 같은 곳에 먼저 갇혔던 인물이 되어 퍼즐과 트랩을 풀어나가고, 그 인물이 탈출에 실패해 사망하는 걸 교훈으로 삼아 살아서 탈출할 방법을 알아내는 과정은 굉장히 재밌고 흥미로웠습니다. 가학적인 함정이 가득하다는 점에서 <쏘우>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했고요.


조이 베이커는 체질적인 이유로 이블린에게 완전히 지배당하지 않고 이성을 유지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3년 동안 맨정신으로 지옥으로 변한 집과 가족을 견뎌내야만 했습니다. 뛰어난 생존력을 보이는 에단이 등장하자 그를 이용해 이블린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혈청을 만들고 탈출하려고 하지요. "여기까지 온 건 당신이 처음이야"라고 하는 걸 보면 과거에도 비슷한 시도를 몇 번 했었지만 아무래도 실패했던 모양입니다.


조이는 실질적인 등장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전화 통화를 통해 계속해서 존재감을 드러냅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딱히 특별할 것 없는 조력자 캐릭터인데 베이커 농장을 탈출하는 순간 재미있는 선택지가 에단 그리고 플레이어에게 주어집니다.


혈청은 하나밖에 없는데 치료가 필요한 사람은 둘인 거죠. 이블린에게 조종 당해 본의 아니게 자신을 죽이려고 했던 아내 미아. 그리고 혈청을 만들고 농장을 탈출하는데 도움을 줬지만 만난 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조이입니다.


정사(正史)는 미아입니다. 저도 미아를 선택했고요. 이후에 공개된 DLC <조이의 마지막>이나 후속작인 <빌리지>도 미아를 선택한 것을 전제로 이어집니다.  사실 누구를 선택하든 일부 컷신을 제외하고는 게임의 진행 자체는 거의 동일합니다.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미아의 운명인데 아무래도 조이를 선택한 쪽이 여러모로 비극에 더 가깝습니다.

이블린

이블린(Eveline)은 최종 보스이자 비극의 원흉입니다. 베이커 가의 비극은 가족이라는 개념에 대한 이블린의 기묘하고 왜곡된 집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지요. 동시에 이블린은 가해자가 된 피해자이기도 합니다. 불법 행위를 통해 실험실에서 태어났고 아이로서도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한 채 실험체로서 이용당하기만 했었으니까요. 이블린이 안타까운 존재이기는 하지만 자신의 욕망에 대해 너무나도 맹목적이기 때문에 달리  구제할 길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특히 <빌리지>의 DLC인 <섀도즈 오브 로즈>까지 가면 정말 손을 쓸 수 없는 수준이라는 걸 알게 되고요.


<섀도즈 오브 로즈>에서 이블린이 갑자기 등장해 처음엔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는데 7편을 플레이해 보니 <섀도즈 오브 로즈> 곳곳에 힌트가 존재했더라고요. 예를 들어 <섀도즈 오브 로즈>의 인형에 집에서 퍼즐을 풀 때 등장했던 인형이 바로 7편에서 이블린이 가지고 놀았던 것으로 보이는 인형이었습니다. 저는 기억을 못 하지만 7편에 나왔던 난파선의 사진도 등장했다고 하네요.

왼쪽: 7편 속 이블린의 인형. 오른쪽: <섀도즈 오브 로즈>에 등장한 인형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서 두 작품 이상에서 직접적인 악역으로 등장한 인물이 제가 알기로는 알버트 웨스커 밖에 없는데 그런 의미에선 이블린이 7편에서 최종 보스로 등장하고 8편 <빌리지>에서도 DLC 속 중간 보스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제법 흥미로운 악역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섀도즈 오브 로즈>에서 로즈가 미란다는 퇴치했지만 이블린은 에단에게 방해를 받은 이후로는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언젠가 다시 모습을 드러낼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하게 되네요.


그러고 보니 주제곡 <Go Tell Aunt Rhody>는 이블린의 심정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원래는 오래된 포크송인데 가사와 멜로디를 바꿔서 음울한 분위기를 잔뜩 담은 매력적인 곡으로 바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계속 듣게 됩니다.


Go tell Aunt Rhody
That everybody's dead

I was raised in a deep and dark hole
A prisoner with no parole
They locked me up and took my soul
Shamed of what they'd made

Go tell Aunt Rhody
That everybody's dead

I call to him and he will come
She'll answer him like he's the one
His arm's outstretched, but when she's done
He'll be torn apart


로디 아주머니에게 전해 줘
모두 죽었다고

난 깊고 어두운 구멍 속에서 자랐어
풀려날 수 없는 죄수였지
그들은 나를 가두고 내 영혼을 앗아갔어
그들이 스스로 초래한 일이야

로디 아주머니에게 전해 줘
모두 죽었다고

나는 그를 불렀고 이제 그가 찾아올 거야
그녀는 그가 운명인 것처럼 대답하겠지
그는 손을 내밀겠지만 그녀의 일이 끝날 때면
그는 갈기갈기 찢어질 거야


추가 컨텐츠로 몇 가지 DLC가 있었습니다. 다 해볼 생각은 들지 않았고 그중 스토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만 골라서 해봤습니다.


<딸들(Daughters)>

선량한 농부 잭 베이커가 난파선에서 어린 소녀 이블린을 구출해 집으로 들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조이 베이커의 시점에서 3년 전 그날, 베이커 가족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두 가지 엔딩이 있는데 재미있는 점은 처음 플레이를 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배드 엔딩 혹은 정사(正史)와는 다른 엔딩으로 갈 수밖에 없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다시 플레이를 해야 본편으로 이어지는 엔딩으로 갈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즉,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시간을 되돌려 과거의 실수를 바로 잡아야 역사를 바로 잡을 수 있게 된다는 거죠. 시간여행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자주 다루는 소재입니다. 그래서 처음 배드 엔딩을 보고 나면 얻게 되는 업적 타이틀이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입니다. 과거로 돌아거 실수를 만회하려는 시도를 그린 영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 2004)>를 노린 듯한 이름이네요. 실제로 조이가 기시감을 느끼는 듯한 연출이 있다면 재밌었겠지만 그러면 아무래도 <바이오하자드>의 세계관과는 잘 어울리지 않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메타적인 경험이 가능했기에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딸들>의 두 가지 엔딩 화면

본편에서 조이가 어떻게 혈청을 만드는 방법을 알고 있었는지가 드러나면서 이후 3년 동안 조이가 겪었을 고통을 상상하게 만들어주는, 짧지만 흥미로운 이야기였습니다.


<Not A Hero>

본편에서 잭과 마거릿은 에단이 처치를 하지만 루카스 베이커는 어느 순간부터 모습을 감춥니다. 에단의 입장에서는 적을 없애는 것보다 미아와 함께 탈출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더 이상 추적을 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주역이자 생체무기테러 대응 조직 BSAA 소속인 크리스 레드필드(Chris Redfield)는 그렇지 않죠. <Not A hero>는 크리스 레드필드가 루카스 베이커를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빌리지>에서 그랬던 것처럼, 크리스는 에단과는 차원이 다른 전투력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런 만큼 본편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종류의 몰디드가 등장해 적당한 난이도의 재미를 제공하고요.


특별한 이야기가 진행되지는 않습니다. 크리스가 루카스를 추적해 제거하는 게 전부지요. 그럼에도 <Not A Hero>의 엔딩은 제법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크리스는 루카스를 제거한 이후, 베이커 가의 가족사진을 보며 자문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한 일이 의미가 있을까?"라고요. 베이커 가족의 비극을 일으킨 원인 중 하는 크리스가 속한 BSAA가 커넥션에 급습해 생체무기 이블린을 회수하는데 실패한 것입니다. 그러고도 3년 동안이나 사건을 방치했었죠. 뒤늦게 나섰지만 결국 베이커 가족은 3년 동안 고통을 겪은 뒤에 모두 희생되었죠. 크리스는 결국 아무도 구하지 못해습니다. 나중에 조이가 살아있다는 걸 알고 구하러 가지만 에단이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고 이마저도 사실은 조이의 삼촌 조가 구한 거고요.

자기 행동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크리스.

제가 직접 해보지는 못했지만 <바이오하자드 5>나 <바이오하자드 6>에서도 크리스는 비슷한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많은 민간인과 동료의 희생을 목격했던 거지요. 특히 <바이오하자드 6>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물려줄 예정이었던 충성 어린 후배를 잃기까지 했다고 하네요. 그렇기에 베이커 가의 가족사진을 바라보며 크리스는 자신이 정말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을 겁니다. 결국 <Not A Hero>라는 제목은 크리스 스스로가 자신은 영웅 같은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듯합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과 생각 때문에 <빌리지>의 도입부에서 다소 과격한 방법으로 첫 등장을 장식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네요.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결심이 행동으로 나타난 거죠. 물론 <빌리지>에서도 모든 게 크리스의 생각대로 흘러가지는 않지만요.


<조이의 마지막(End of Zoe)>

본편에서 에단에게 선택받지 못한 조이는 자신은 이곳에 있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자조합니다. 에단과 미아가 도움을 보내겠다고 말하지만 조이는 쓸데없는 일이라며 거절하죠. 그렇게 퇴장한 이후 조이는 다시 등장하지 않았습니다. <조이의 마지막>은 그 이후 조이에게 일어난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만 주인공은 조이가 아니라 잭 베이커의 형이자 조이의 삼촌 조 베이커(Joe Baker)입니다. 조 베이커는 괴물들로 가득한 늪에서 우연히 하얗게 석화되어 버린 조이를 발견합니다. 그때부터 조이를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조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조 베이커와 조이 베이커

조는 굉장히 유별난 캐릭터입니다. 일단 굉장히 호전적입니다. 조이를 먼저 발견한 건 BSAA 요원들이었는데 조는 그들이 조이에게 해를 가하려는 존재라고 생각하고는 제대로 이야기도 듣지 않고 폭행해 버립니다. 노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어 에단이 총으로 여러 발 쏘아야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던 몰디드를 맨주먹으로 때려눕혀요. 막혀 있는 문도 때려서 부숴버립니다. 그러다가 화물운반용으로 쓰이는 BSAA의 강화 장갑 장비를 손에 넣은 다음부터는 주먹 한 방으로 몰디드의 머리를 터뜨려버리는 수준에 이릅니다. 아예 완전한 액션 장르로 바뀌면서 음악도 그에 어울리게 바뀌고요.


<Not A Hero>도 본편과는 달리 액션에 무게를 두고 있었는데 그럼에도 공포스러운 연출이 많이 있었다면 <조이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맨손 액션의 정점을 찍고 있었습니다.


도입부에서 조이를 도와주려던 BSAA 요원들을 마구잡이로 폭행부터 하고 보는 모습이나 처음 보는 첨단 기계가 말을 듣지 않자 또 무작정 내려치는 모습, 또 잭과 자주 싸우고 그럴 때마다 동생을 피박살 냈었다고 하는 대사를 보면 이런 지나치게 호전적인 성격 때문에 동생 잭의 가족과 멀리 떨어져 혼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미 몰디드와 감염된 동물들을 사냥하며 지내고 있었다는 것과 살아있는 벌레를 거리낌 없이 삼키는 것만 봐도 일상적인 삶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 조이는 무척 아꼈던 모양입니다. 조이를 구하기 위해 감염된 악어가 득실거리는 늪을 몇 번이나 지나며 죽을 위기를 감수하니까요. 그리고 제법 훌륭한 공감 능력과 통찰력도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괴물이 되어 다시 나타난 잭이 조이를 데리고 가자 필사적으로 쫓아가지만, 잭이 그렇게 조이를 데려간 곳은 다름 아닌 교회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집이었어요. 잭이 괴물이 되어 이성을 잃어버린 상태에서도 본능적으로 조이를 안전한 곳 혹은 친근한 곳으로 데려고 했다는 점에서, 조는 잭의 내면 깊은 곳에는 여전히 자신의 딸 조이에 대한 사랑이 남아있다는 걸 짐작합니다. 그걸 모든 일이 끝난 다음 조이에게 말해 주고요.


그리고 조이 역시 삼촌 조를 의지했던 것 같습니다. 조이가 석화되어 발견된 곳은 다름 아닌 조의 집 근처였어요. 강에 빠진 조가 물길을 휩쓸려 도착한 곳이 다름 아닌 베이커 저택 근처였던 걸 보면 조의 집은 베이커 농장 옆에 있던 강의 상류 어딘가라고 짐작할 수 있겠네요. 그래서 조이는 에단과 미아가 떠나간 다음에 삼촌 조를 찾아간 것 같습니다. 이블린의 영향 때문에 있어 그동안은 쉽게 갈 수 없었지만 에단과 미아를 탈출시키고 나서는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새로운 시도를 해본 것일 수 있겠지요. 어쩌면 이블린이 퇴치되었다는 걸 깨달은 다음에 삼촌 조가 있는 곳으로 떠난 것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이블린이 일부러 그런 것이든 아니면 이블린이 사라졌기 때문이든 조이는 삼촌의 집에 미처 도착하기 전에 석화되어 버립니다. 그걸 BSAA 요원들과 삼촌 조가 차례로 발견하며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죠.


어마어마한 괴력과 정신력을 갖고 있고, 조카 조이를 지키기 위해 괴물이 되어버린 동생을 쓰러뜨릴 수밖에 없었던 조는 고작 한 시간 남짓의 플레이타임만으로도 본편의 다른 조연들 못지않은 엄청난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싸우면서 자랐던 동생 잭이나 서로 아끼고 의지하는 조카 조이와의 관계 역시 특별해 보이고요. DLC만으로 끝나버리는 게 아쉬울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본편에서는 조에 대한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한 번 플레이를 해보면 나면 정말 잊을 수 없는 캐릭터인 만큼 본편 속에 조의 존재에 대한 언급이나 흔적 등이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네요.


이 외에도 몇 가지 DLC가 더 있지만 아직 해보지 않았습니다. <침실>과 <악몽>, <21>의 주인공은 본편에서 비디오 속에서 등장해 에단에게 몇 가지 힌트를 줬던 인물 클랜시 자비스(Clancy Jarvis)입니다. 클랜시도 제법 흥미로운 인물이기는 한데 DLC의 내용이 특별한 서사가 없는 방 탈출 게임이나 카드 게임, 사격 액션 게임이라서 굳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에단은 죽어야 한다>와 <잭의 55세 생일>는 본편 이야기와 정말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보너스 게임 같은 거였고요. 언젠가는 해볼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아마 하지 않을 것 같네요.

그동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만난 캐릭터들

이렇게 <바이오하자드 7: 레지던트 이블>을 끝으로 클라우드 게이밍을 포함해 맥에서 가능한 모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를 플레이했습니다. 모두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이번 경험으로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의 팬이 된 것 같습니다.


맥에서만 가능한 게임만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게임로그를 시작했다 보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선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애초에 윈도우 PC도 엑스박스나 플레이스테이션도 없고요. 하지만 일부 작품이 닌텐도 스위치 버전으로 나와 있더라고요. 마침 반값 할인도 하고 있고. 해볼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맥에서도 아직 해보고 싶은 다른 게임이 남아있기도 하고 <바이오하자드> 시리즈에 너무 오래 묶여 있는 게 조금 부담스럽기도 하네요.


예정대로라면 다음 게임은 <데스 스트랜딩 디렉터스 컷(Death Stranding Director's Cut, 2021>입니다. 하지만 플레이타임이 너무 길어서 과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드네요. 게임 10개 정도는 해보자고 시작했던 거라 여기서 잠시 멈춰야하나 하는 생각도 있고요. 이것도 고민해 봐야지요.


아무튼 다음 글은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미아 윈터스라는 캐릭터에 대한 글입니다.

미아 윈터스

겜알못의 게임로그

맥북에어(2022)나 아이패드 프로(2020)에서 가능한 것만 합니다. 컨트롤러로만 합니다. 싱글 플레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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