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는 많지만 생각은 하는 공무원입니다
글의 시작
나는 2016년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여 2021년 현재 6년 차에 접어들고 있는 교육행정직 공무원이다. 영어교사 임용시험을 30살이 될 때까지 몇 년간 준비해도 합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차선책으로 선택한 직업이기도 하다.
정말 하고 싶어 선택한 직업은 아니었지만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사회 초년생의 마음이 다 비슷하듯 나 또한 잘하고자 하는 의지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 의지가 너무 컸던 걸까. 아니면 나에 대한 평가가 너무 과했던 걸까. 처음엔 누구든지 다 하는 실수라고들 하지만 같이 근무했던 기가 센 팀장님과 부장님의 그 기에 눌려 자꾸 실수만 저질렀고, 심지어 그 실수들이 반복되기까지 했다.
교육행정직 공무원은 회계업무가 기본이 된다. 이 말은 숫자에 취약해서는 안 되고, 금액이 정확하게 들어갔는지 꼼꼼히 확인하는 작업이 항상 필요하다는 말이다. 처음엔 숫자 뭐 그런 거 그냥 가계부 쓰듯 얼마가 들어왔고 얼마가 나갔는지 확인만 잘하면 되는 거 아닌가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많은 업무로 정신이 없을 때에는 '2'가 '5'로 보일 때도 있고 '8'이 '0'으로 보일 때가 많다. 이로 인해 금액을 잘못 송금하는 경우도 있었고, 수신인을 잘못 지정해서 다른 사람에게 돈이 송금되는 경우도 있었다.
한 번은 제때 내야만 하는 공과금 납부 기한을 잊어버리는 바람에 금액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납부해야만 하는 세금을 내지 않은 바람에 세무서까지 다녀온 적도 있다.
정말이지 실수에 실수를 반복하는 실수투성이 공무원이었다.
차라리 다른 건 다 잘하고 실수만 하면 좋겠지만, 나는 자신감도 없었다. 외부에서 나를 찾는 전화가 왔을 때에는 왜 꼭 내가 모르는 것에 대해서만 질문을 하는지 항상 답변은 비슷했다.
"죄송하지만 좀 더 알아보고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전화를 할 때면 상사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지하로 내려가 핸드폰으로 자주 연락을 했다.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보면 왜 그렇게 피해 다니고 숨어 다니기만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정말이지 나는 실수를 수도 없이 저지르고, 자신감도 없는, 꿔다 놓은 보릿자루 같은 그런 공무원이었다. 최소한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어서는 안 되지만, 내가 마치 방해공작을 일삼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공무원이었다.
5년 후, 나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사실 엄청나게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된 것은 분명 아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한 1cm 정도? 앞으로 나아갔다는 느낌이 많이 드는 요즈음이다.
쉼터에서, 지하실에서 하던 전화를 이제는 사무실 안에서 한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긴 하지만. 매번 반복되는 일이나 정말 작은 일까지도 컴퓨터 바탕화면 달력에 일일이 작성하여 관리하기 때문에 공과금을 납부 기한 내에 꼬박꼬박 내고 있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거기서 시련을 겪기도 하고 즐거움을 겪기도 한다. 그 과정 속에서 우리는 분명 알게 모르게 성장을 해 나간다. 나도 성장을 했듯이.
그렇게 1년, 2년... 해를 거듭할수록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하는 일에 대한 생각이 자리 잡고 이는 곧 그 사람만의 철학이 된다.
지난 일과 현재의 일,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생각이 많은 나는, 과거를 곱씹어보며 후회하거나 즐거워하고, 미래를 예상하며 걱정하거나 긍정하기도 하며 현재를 살아간다.
어제는 이 사람과 무슨 일이 있었고, 오늘은 이 업무를 하면서 어떤 벽에 부딪혔고, 또 내일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하게 될지. 그 과정 속에서 나오는 반성과 생각. 그리고 바로 거기에서 피어 나오는 나만의 철학.
오직 나 자신만의 철학이 있어야 공무원 생활을 그래도 조금은 잘해나갈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글을 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