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고 있나요?
생각의 대상에 대하여
"그렇게 생각 없이 일하지 말고 생각을 좀 하면서 일을 해!"
오늘도 생각이 많은 나는, 주어진 과제에 대해 여러 번 신중하게 생각해서 전달할 말을 정리하고 정리한 말을 내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최대한의 예의를 갖추고 전한다.
하지만 과제에 대한 답이 맞지 않았는지, 내가 생각하는 예의와 받아들이는 사람이 생각하는 예의가 서로 다른 것인지, 아니면 그냥 서로 맞지 않는 것이었는지.
생각을 하면서 일을 하라는 훈계를 들었다.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훈계가 아니라 꾸중이 맞다.
나름 분명 충분히 생각이란 걸 하고 전달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이는 사람의 기준에서 만족을 하지 못하여 발생한 상황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로서는 기분이 많이 상했고, 그 느낌에 대해서 바로 말을 했더니 상대방은 그렇게 받아들였다면 미안하다고 하며 다시금 자신이 후배에 대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하는 말들을 나에게 건넸다. 아니, 뿌렸다.
생각을 했다 안 했다를 '판단'한다는 것은 내가 듣는 사람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고방식을 평소에 갖고 있을 때에만 가능하지 않을까? 너보다 경력도 많고 높은 곳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보다 아래에 있는 네가 생각을 하는지 안 하는지 나는 다 보인다는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하며 과제를 했는지는 결과로 말미암아 아주 대충 '파악'은 가능하겠지만 뇌에 뭔가를 연결하여 어떤 생각을 할 때마다 뇌파가 진동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모니터가 실질적인 판단의 증거로 존재하지 않는 이상 어떻게 깊고 깊은 타인의 생각을 '판단'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이 없다, 생각을 좀 해라'라는 말에 심장이 두근거리며 혈압이 올랐던 이유는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영역에 감히 침범하여 본인의 기준만으로 지레짐작하여 나를 판단했다는 것에 있었다.
그 상황에서 사람의 생각에 관하여 얘기할 것이 아니라 단지 과제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이렇게 수정하면 좋겠다. 이걸 추가하면 좋겠다. 이런 방식으로 쓰는 게 좀 더 나을 것 같다. 등등.
위에서 내려다보며 과제를 건네주는 사람에 대한 평가와 판단을 하기보다는 같은 고도에 위치하며 건네는 과제에 대해 함께 바라보면서 해결방안을 함께 찾는 것이다.
직위나 직급이 보다 위에 있을 경우, '생각'의 방향은 보다 더 '사람'을 향해 있어야 한다. 쉽게 말하면, '결과로써의 과제'에 의해 사람을 '판단'하기 이전에 판단을 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어떤 느낌이 들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사람을 '훈계'의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보다 상위 직급에 있더라도 잠시 내려놓고 사람을 '생각'의 대상으로 여겨야 한다.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의 말을 전하는 사람은 이런 방식으로 말을 한다.
"참고만 해.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고, 이걸 이렇게 좀 바꿔보면 좋을 것 같아."
"너의 생각이 참 좋은 것 같다. 이것만 추가하면 더 좋을 것 같다."
가르치려고 하기보다,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을 하기보다, 그냥 단지 일의 해결방안에 대한 생각만을 전한다. 그것도 듣는 사람의 기분을 헤아리는 말로.
직장인들 대부분은 이미 성인이다. 누군가가 굳이 가르치려 하지 않아도 닮고 싶은 사람의 행동을 보며 스스로 배워 나갈 수 있는 학습능력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학습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이 아닐까.
'사람을 생각하며' 배려의 말을 건네는 것은 그 환경에 단단한 벽돌을 쌓는 것과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