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란 무엇인가 보다 어디에가 더 중요하다. 동네 목욕탕의 헤어 드라이기는 중요하다면 중요한 일이겠지만 젖은 머리와 털을 말리는 게 그 일생의 전부이다. 반면 덴마크의 한 1인 우주선 회사에서는 드라이기를 인류의 오랜 꿈인 우주여행을 실현시키기 위해 사용한다. 그래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이 될까 보다 어디에 있을까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
나의 쓸모란 무엇일까.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의 곁에 있어주는 것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새벽 기차에 태워 강릉으로 데려가는 일
대전 출장길에 튀김 소보루를 사서 돌아오는 일
소곱창을 사주는 일
기념일을 위해 몇 달을 저축하는 일
얼굴도 모르지만 이름은 수없이 들어본 사람의 무례한 언행과 행동에 공감해주는 일
손을 잡고 함께 걷는 일
밥은 먹었지는 묻고 가끔은 잔소리까지 하는 일
결국 나의 쓸모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다. 그 무게가 가끔 버거울 때도 있지만 나는 내가 이렇게 사용되는 게 좋다. 오래도록 곁에 머물며, 얼마나 시간이 지나 발자국으로 파인 땅을 보고 그리 나쁜 생을 아니었다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