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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킹맘, 중2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다 2탄

교육하고 퍼실리테이션 하는것이 본업인 워킹맘,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쳐보다

아이들의 영어공부를 위해 갖은 방법을 다 동원한 끝에, 아이들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중2쌍둥이 아들들과의, 코로나 때문에 홈스쿨링이 일상이 된 흥미로운 영어공부, 아직도 진행 중인 여정을 공유한다.

지난 글 보기 (1탄) : https://brunch.co.kr/@chaehongmi/16


엄마가 먼저 공부를 해야 해 

영어문법책을 택배로 받자마자 한 것은 며칠간 내가 먼저 문법책을 공부한 것이다. 가정법과 시제에서는 내가 평소 헷갈렸던 부분을 명쾌하게 해소하느라 밑줄 치며 공부를 했다. 그리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문법 용어를 아이들에게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인터넷 자료들을 찾아서 모아두었다. 기본적으로 인터넷에 있는 자료는 내가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에게 찾아 들어가서 직접 확인하도록 하는 전략을 쓰기로 했다.  조동사, 관사, 대명사, 부정사, 분사... 나 때는 (라떼는 ㅎㅎ) 그냥 그러려니 하고 외웠던 용어들도 아이들에게 하나하나 설명해주려니, 때로는 국어사전을 뒤져야 하기도 했다.


내용에 대한 공부를 마친 뒤에는, 첫 수업 '문장의 기초'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를 고민했다. 일단은 엄마가 가르치면서 '절대 화를 내지 않겠다'라고 선언을 해 두었으니,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공부에 게을러지는 걸 보면 내가 화를 낼 가능성이 있으니, 아이들이 공부를 재미있게 하도록 만들어 주는 수밖에 없을 듯하였다.


성격 다른 쌍둥이를 위한 맞춤형 수업

이란성쌍둥이인 두 녀석은 정말 성격이 다르다. 암기력이 좋아서 뭐든지 후다닥 외우고, 말도 많고 경쟁하며 시끌벅적하게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둘째. 그런데, 한번 공부한 것을 다시 보는 것을 끔찍하게 싫어한다. 반면 첫째는 뭐든지 서두르는 법이 없고, 차분하게 천천히 아주 느리게 공부한다. 느리고 진중하게 공부하며 조용한 환경을 좋아하고, 한번 공부한 것을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내 시간이 두배로 들더라도, 아이들을  따로따로 가르치는 방법을 선택했다. 화요일과 목요일, 그리고 일요일. 일주일 세 번, 한 시간씩 하는 영어공부시간을 함께 정했다.

첫 번째 수업에서는 우선 공부할 문법 교재를 해부했다. 어떤 목차가 있는지, 부록에는 무엇이 있는지 (꼭 암기해야 할 표현 목록을 보자마자 아이들에게 당장 외우게 하고 싶은 유혹이 일었지만, 참았다), 각 목차에 들어가면 책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함께 살펴보았다.

그리고, 문법이 왜 중요할까 함께 생각해 보고, 엄마의 생각과 경험을 전했다.


그리고 '엄마도 잘 모르니, 한 목차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연구를 해서 수업을 준비할 테니, 수업 끝날 때마다 어떤 점이 좋았는지 혹은 싫었는지 이야기를 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문장의 5 형식 같은 문법을 공부할 때에도, 새로운 단어가 나오면 그 단어가 들어간 예시 문장을 하나씩 만들어 보게 하고, 그 문장을 '영어니까 외국인처럼 발음하며 다섯 번 말해보기'로 말하기를 병행해서 수업을 진행했다. 혀를 굴려서 영어를 발음하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첫째에게는 '한국어는 한국인처럼, 영어는 미국인처럼 말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그날 수업에서 만난 새로운 단어들 중,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되는 단어 (일상에서 많이 쓰이는 단어는, 영어로 말할거나 읽을 때에도 자주 사용하게 되기 때문에) 다섯 개를 각자 선택해서 다음 시간까지 외우기 숙제를 내주었다.


이 집 영어 수업 좀 하네요

수업을 끝내면서 오늘 수업이 어땠는지 물었을 때, 둘째가 '이 집 영어 수업 좀 하네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엄마가 무섭게 수업을 할까 봐 걱정했는데, 오늘처럼 하면 걱정이 없겠다란다.  첫째는 동생이랑 따로 수업을 해 주는 방식이 좋았다고 피드백을 해 줬다. 


이렇게 수업을 해 온지 3개월이 지나가고 있다. 때로는 둘이 함께 하는 특별수업을 준비해서, '러닝 토너먼트' 교수법 (빠르게 외워서 테스트를 보는 경쟁식 수업방식)을 썼다가, 첫째로 부터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마'라는 단호한 피드백도 들어가면서 고쳐가고 있다. 


특히 그동안 내가 대부분의 기업교육에서 사용했던 참여형 교육법들이 나와 성향이 비슷한 참석자들에게는 편안했겠지만, 첫째와 같이 진지한 학습자들에게는 곤욕이었을 수도 있었겠구나 하는 반성도 더불어 하게 되었다.


때로는 아이들도 일상에서 자주 쓰는 단어가 아닌, 이미 알고 있던 영어단어를 외웠다고 하면서 잔머리를 쓰고 있고, 나는 또 여기에 대응할 방법을 짜내고 있다.


엄마가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는 것이 단기간에 성공 여부를 알 수는 없는 것이기에, 3개월쯤 실천을 해보고 글을 써야겠다 싶어서 2탄을 늦게 쓰게 되었다. 결론은, 쉽지는 않지만, 아이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엄마가 가르치게 되면, 엄마도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로서 무언가 더 공부하고 싶은 것이 있고, 아이들도 흥미를 갖는 주제라면, 이렇게 아이들에게 가르치면서 배워보는 것을 권한다. 우리집의 영어 홈스쿨링이라는 이 흥미로운 여정이 더 오래 지속되도록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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