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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기술을 상상하는 법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25_서울청정넷5기 다양성분과 조혜선

AI가 우리사회에 상용화되어서 우리 인간과는 다른 사고 주체들이 사회에 진입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면 두려운 상상일 수 있지만 또 어떻게 보면 (인간에 의한) 새로운 차별이 생기고 말 것이라 상상할 수도 있겠죠. 그렇게 된다고 보면, 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인간적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상상하게 돼요. 논리적인 언어로 인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인간을 구성하는 육체적인 요소로? 그럼 육체적인 요소가 결함되면 인간이 아닐까요? 그건 아니잖아요.  


쉬운 문제가 아니죠. 만약 정말로 AI 사회가 도래한다면, 대체 인간이 무엇인지 그리고 인간적인게 무엇인지 지금부터 고민해볼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이건 당연히 인간 자신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죠. 현재까지 쌓인 인간 사회의 구조, 그 속의 차별이나 불평등을 반영한 고민이기도 하고요.  


기술도 '정치적인' 문제에요. 


이런 식의 고민을 토대로, 저는 최근 '기술이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가지고 몇가지 모임을 주최해서 운영했어요. 정확히 말하면 '기술이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아니죠. '기술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가운데,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할까'에 가깝다고 할까요.  


보통 우리는 기술, 그리고 기술이 내놓는 결과물 같은 것을 굉장히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잖아요. 예를 들어 빅데이터 같은 걸 보면요, 현재 쌓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모델을 만들어서 이 모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는 방식이지요. 그럼 우리는 “데이터에 기반해서 만들어졌으니까” 이 기술의 결과 또한 객관적일 거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사실 '현재까지 쌓여온 데이터'는 그 어떤 것보다 현재 우리의 정치, 사회 구조를 반영하고 있을 수밖에 없어요. 현재의 차별적 현상들, 그러니까 여성이 차별받는 현실, 장애인권이 지켜지지 않는 현실 등이 말이에요.  


그래서 기술에 대해서도 다분히 '정치적인 고민'이 필요해요. 기술을 현실에 적용할 때, 현실을 위한 기술을 개발할 때, 이것이 현실의 모습과 접목되면 어떻게 적용되고, 어떤 결과를 낳을지 또 우리는 이걸 통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야 할지를 말이에요. 다시말해 기술도 정치의 영역에 있다는 거죠. 우리 삶의 모든 것들이 결국 정치이듯 말이에요.  


기술과 함께 우리의 고민도 발전해야 해요. 


기술의 발전이 너무 빠르다보니 물론 그에 대한 정치적인 판단, 올바른 판단을 하기가 힘들어질 때도 있죠. 업계의 사람들 입장에서도 최대한 빨리 '돈을 만들어야' 할 상황이니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힘들어 하는 경우가 있어요.  


지난해 안타까운 사고로 사망하신 故 김용균 씨 사건을 생각해보면요. 그 사고가 기술이 덜 발달됐기 때문에 생긴 건 아니잖아요. 해당 사건을 비롯해 몇 번이고 발생해 온 산재 사건 중에는 사실 얼마 되지도 않는 기술로 막을 수 있던 사고가 많았어요. 그저 기업이 그러한 기술을 적용하는 게 거추장스럽고, 비효율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었지요.  


간간히 논란이 되는 유튜브나 페이스북의 알고리즘 이슈, 혹은 인터넷 광고 같은 것의 문제들도 마찬가지에요. 혐오적인 콘텐츠의 범람, 지나치게 상업적인 방향성, 더 나아가 '페이크 뉴스'가 증폭되는 현상도 모두 기술에 대한 정치적 고민이 뒤따라야 했을 문제들이죠.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우리 개인의 사고, 나아가 그것들이 모여 만들어내는 정치적 합의 수준의 고민 또한 발전해야 하는 이유에요. 기술을 어떤 식으로 발전시킬 것인가, 기술을 어디까지 적용할 것인가, 어떤 분야의 어떤 사람들을 위해 기술을 쓸 것인가. 이런 것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의 생각을 모으고, 더 올바른 방향으로 동의를 모아 나아가야죠.  


모두에게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블록체인을 통한 '전자정부' 이슈나 문화예술과 과학기술의 접목 등의 주제를 가지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봤어요. 평소 해당 기술들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 혹은 전자정부 이슈와 관련된 소셜임팩트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혹은 예술가 당사자들까지 다양한 참여자분들을 만날 수 있었죠. 


저는 이러한 사람들을 모아 함께 '상상'해 나가는 활동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있고, 그게 필요한 어떤 사회 분야가 있다는 것을 서로의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하다보면, 그것들을 연계해 하나의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갈 수 있겠죠.  


하나의 방식으로만, 한 사람의 상상으로만 변화를 이끌어 내기엔 한계가 너무 명확하잖아요? 저도 그렇더라고요. 제 분야를 토대로 현실의 변화를 위한 많은 상상을 해봤지요. 예를 들어 다양화된 형태의 청년노동자들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저의 상상을 적용하려 했을 땐 내가 몰랐던 부분, 내 상상과 동떨어져 있던 그들의 현실이 한계로 작용했어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 있는 사람들의 상상을 서로 이어주고 싶어요. 다방면의 목소리를 모으고 함께 논의해 나가는 사회, 그래서 누군가 혼자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아니라, 모두가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회를 말할 수 있는 사회, 그런 사회야말로 우리가 원하는 '이상적인 사회'가 아닐까요?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 과정, 결과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관성을 넘어 다른 시각으로, 기성세대가 이끄는 룰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빌더’들이 있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올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핑과 위스키만으론 바뀌지 않는 당신의 삶에, 어딘가 색다른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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