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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안전한 '커뮤니티'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26_청년인정협동조합 김태환

도봉구 동네모임, 청년'ㅇㅈ' 협동조합

 

처음에는 휴학생 신분으로 가볍게 시작한 '동네 청년모임'정도의 활동이었는데요. 거기서 다른 청년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고 이야기 나누다보니 계속 생각이 들더라고요. “좋은데?” 이렇게 좋은데, 좋은데 하다보니 지금까지 왔죠. 올해부터는 협동조합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요.  


동네에서 청년들을 모으다보니 청년들이 가진 고민이 모이고 그러다보니 모임의 주제가 생기더라고요. 이 도봉구라는 동네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먹고 살 수 있을까?'라는 주제요. 소박해 보이지만 개개인 혼자가 이뤄내기는 힘든 목표잖아요? 청년들이 본인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면서 먹고 살 수 있게 도와주는 일종의 플랫폼의 역할을 저희가 하고 싶어 협동조합을 만들었죠.  


모임을 만들어 여러 청년들을 만나보니, 나이, 직업에 따라 같은 주제를 두고도 다양한 고민이 나오더라고요. 그런데 다양한 고민 속에도 공통적인 게 하나 있었어요. '편하게 만날 수 있는 동네 친구가 없다'라는 것.  


이 이야기를 다들 공통적으로 하시더라고요. 이런 고민을 해결해 보고자 '동네 친구 만남'의 형식으로 청년 커뮤니티를 만들어 봤죠. 20~25명 정도 규모로 사람을 모아서 한달에 한번씩이라도, 같이 술을 마시거나 밥을 먹는 가벼운 만남이라도 가져보자 하고 시작한 거죠.  



'동네 커뮤니티'가 생기면 뭐가 좋은데? 


동네 커뮤니티라는 게 뭐가 중요할까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동네 친구들 만나고 교류한다고 청년문제라는 게 해결되나? 하고 질문할 수도 있죠. 물론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정책, 행정 분야의 혁신이 필수적이에요. 저희 협동조합도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정책적인 혁신을 목표로 두기도 했고요. 


특히 청년정책 관련해서는 청년의 삶을 위한 정책임에도 청년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을 때가 많잖아요. 기성 정치인의 목소리가 아닌 청년들 자신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저희도 많은 활동을 했어요. 도봉구의 '청년정책네트워크'에 합류하고, 다른 분야의 단체들과도 네트워킹을 시도하기도 하고요.  


그런데 그렇게 활동을 하다가 느낀 게 있어요. 아무리 행정이 바뀌고, 정책이 만들어져도 청년들 자신의 일상적인 안정감이 없으면 소용 없다는 것이죠. 처음 활동을 시작할 땐 정책만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 생각했지만, 청년들을 직접 만나다보니 그걸로 포용할 수 없는 영역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안전한' 커뮤니티가 필요해요 


커뮤니티를 통한 관계의 형성이라는 건, 단순히 친구를 만든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요.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자기 정체성에 따른 '안전한 관계'의 형성이라는 데에도 큰 의미가 있지요.  


제 경우를 예로 들어볼게요. 저는 '서울 동북권 퀴어 페미니스트 모임'에도 참여하고 있는데요. 이 모임을 열고 사람을 모은 데는 안전한 공간에 대한 욕구가 크게 작용했어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 퀴어 당사자, 페미니스트로서의 이야기를 나눌 데가 없더라고요. 오히려 자연스럽게 나오는 혐오 발언이 더 접하기 쉬웠죠. 서울 전체를 보면 소수자 이슈를 다루는 단체도 많고 저도 그런 단체에 소속되어 있었지만 내 일상, 내가 잠자는 곳에서부터 안전함을 느낄 수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럴 수 없으니 외로웠죠.  


그래서 책모임을 시작으로 '우리가 사는 공간'에서 안전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관심사를 공유할 수 있는 모임을 만들었어요. 지금은 서울 동북권에서 퀴어 문화를 조성해보자!라는 데까지 나아갔죠. 보통 퀴어 문화의 인프라(예를 들면 퀴어 당사자가 편하게 갈 수 있는 미용실이나 서점, 상담센터 같은 곳들이요)자체가 마포구 중심으로 서북권에 모여 있거든요. 우리에게 안전한 인프라, 얼라이(Ally) 공간이 우리 지역에도 필요하지 않느냔 거죠.  


저는 청년과 관련한 다른 많은 의제에도 이것이 똑같이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청년, 퀴어, 페미니스트 등등 다양한 정체성의 사람들이 동네에서부터 공동의 목소리를 모아낼 수 있을 때, 그래서 우리에게 절실한 무언가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 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이 분명 변할 수 있겠죠. 어쩌면 정책이나 행정의 변화보다도 더 크게.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 과정, 결과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관성을 넘어 다른 시각으로, 기성세대가 이끄는 룰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빌더’들이 있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올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핑과 위스키만으론 바뀌지 않는 당신의 삶에, 어딘가 색다른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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