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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나'로 산다는 것의 진짜 의미

새로운 규칙, 다른 서울 #30_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차해영

한 사회의 시스템, 그리고 그 시스템을 형성하는 (보편적인) 가치관은 이미 오랜 시간동안 그것을 만들어온 '이전 세대'를 중심으로 잡혀있어요. 다음 세대의 사람들이 그에 따라서 살게끔 구축되어 있는 게 바로 사회 '시스템'이니까요.  지금 이 시간을 살아가는 '다음 세대' 당사자들은 그 시스템 속에서 여러 불만과 불평을 느낄 수 밖게 없어요. 그것이 세대의 문제든, 계급의 문제든, 혹은 여러 소수자에 관련한 문제든 간에, 기존이 시스템이 다음 세대의 삶을 포괄하지 못하는 부분은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개인적으로 저 또한 다양한 창구를 통해 저의 불평, 불만을 말해왔어요. 저는 1인 가구 청년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인데요. 이런 다양한 정체성으로 살아가면서, 이 사회에서 제가 '온전한 나 자신'으로 살기 위해선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해왔죠.  


가령 우리 사회에서 소위 '정상적인' 시스템에 안착해 살아가려먼, (이성애) 남성이나 여성이라는 성별 정체성을 가져야 하죠.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이 그와 다르다면 거기에 안착할 수가 없어요. 그 뿐인가요? 이성애 여성으로 살아간다고 해도, 결혼이나 육아를 앞에 뒀을 때 자기 자신이 아닌 가족-아이를 중심으로 삶이 재편되는 건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겪고 있는 현실이죠. 성적지향, 성정체성, 성별 등에 따른 혐오 문제도 굉장히 손쉽게 일어나고 있고요.  


'나'뿐이 아닌 '우리'모두를 위한 활동 


이외에도 삶에서 만나는 문제는 너무나 다양하죠. 그것들에 대해 말하고, 불평하고, 궁극적으로는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 활동을 펼쳤어요. 지역 공동체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청소년 기관에서 일을 하고, 미디어 활동도 해보고, 성소수자 활동이나 비혼여성 활동에도 참여하고요. 목표도 다양했죠. 성소수자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사회, 1인 가구로 살아도 건강하게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회 등.  


그 중 서울시의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하 서울청정넷)에서 활동하며 크게 느꼈던 게 있어요. 서울청정넷에선 다양한 갈래의 문제의식을 가진 청년들이 모여 그것을 직접적인 정책제안까지 끌고 가는 활동을 하거든요. 그 전까진 내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였는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 문제들을 접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고 그들 각각의 '가장 큰 문제'가 많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엇어요.  


결국 내 문제만 해결되어야 세상이 바뀌는 게 아니고, 이 많은 문제들이 전반적으로 해결되어야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더 많은 청년 시민들이 이러한 사실을 알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여기에 참여할 수 있다면, '문제'도 더 빨리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고요. 내 문제 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문제도 같이 해결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진 공간, '서울청정넷(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이 그런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해서 이후 운영위원장까지 맡게 됐어요.  


모두에게 '안전한' 공간 만들기 

서울청정넷에서는 하나의 활동이 마무리될 때마다 매듭파티를 하는데, 그 때마다 많은 친구들이 이야기한 게 있어요. “이곳은 정말 '안전한' 곳이다. 그런데 여기를 넘어서면, 일상으로 돌아가면 다시 불안전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였죠.  


안전하다, 안전하지 못하다는 어떤 점에서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에 답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들을 없애려는 문화가 필요한 거죠. 가령 채식하는 사람들을 포괄하는 식단을 준비한다거나 장애가 있어도 어려움 없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거나, 음성을 통한 정보전달 외에도 수어나 문자퉁역을 준비한다거나, 성소수자 친구들을 위해 성중립화장실을 둔다거나 하는 것들이요.  


이런 것들은 일상에서 당연히, 그리고 사소하게 누릴 수 있어야 하는 것들인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아요. 지난 시간 서울청정넷에선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고려해 행사문화를 만들어가려 했거든요. 이런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참여자들에게 안전함을 느끼게 하고, 또 많은 변화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해요. 안전한 공간, 안전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친구들이 늘어났고, 그들이 또 다시 다른 이들을 위한 '안전함'을 주려고 노력하게 됐거든요.  


사회가 변한다는 건, 사람이 변한다는 것 


저는 이 모든 과정이 혼자만의 불평, 불만을 넘어 사회시스템을 바꾸는 것이라고 믿어요. 그리고 '그럴 수 있다는' 걸 스스로 감각하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하죠. 사회가 변한다는 건, 사람이 변한다는 거잖아요. 나부터, 혹은 내 주변부터 변화하지 않는다면 사회는 변화하지 않을 거에요.  


결국 필요한 건 '공존'에 대한 감각이라는 거죠. 내가 온전한 나로 살아야 하는 만큼 내 주변의 타인들도 온전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야 하고, 그들을 온전하게 만들기 위해선 나부터, 내 주변부터 노력해야겠죠. 내 주변의 사람들이 나로부터 안전함을 느낄 수 있도록. 그리고 내 주변이 다른 사람들에게 안전하다고 느껴질 수 있도록. 그래서 다시 그 타인들이 다른 타인들에게 안전함을 전해주도록. 


내가 온전하게 살아간다는 게 남을 차별하거나 피해를 주는 방식이면 안 되잖아요. 상대 또한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온전한 사람들이 모여 안전하게 공존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이상적인 사회죠. 그래서 누군가와 공존하기 위한 '나부터의 변화'가 필요해요. 사회보다 더 빨리 변해야할 건 바로 그것이죠.  



기획·편집_청년자치정부준비단

인터뷰·글_한예섭

사진_김재기


세상은 이해하기 어려운 규칙들로 가득하다. 1980·90년대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기준, 과정, 결과들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여기 관성을 넘어 다른 시각으로, 기성세대가 이끄는 룰에서 벗어나 보다 새로운 규칙을 만들어 나가는 ‘빌더’들이 있다. 우리의 삶과 세상에 크고 작은 균열을 가져올 이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서핑과 위스키만으론 바뀌지 않는 당신의 삶에, 어딘가 색다른 균열이 생기길 바라며.  
매거진의 이전글 '청년'이라는 소개가 불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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