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설이던 혼자 여행을 드디어 떠나봤다.
새로운 해를 시작함과 동시에 혼자 여행을 떠났다. (30살 생일 전 혼자 여행을 떠나자는 생각에 미련을 결국엔 못 버렸다.) 여행이라 해봤자 LA에서 SF으로. 차로 약 5시간 반 걸리는 비교적 가까운 거리다. 매번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을 갔지만 이번엔 차를 끌고 가기로 했다. 늘 출장이나 여행 목적으로 갔으니, 이번에는 평범한 샌프란을 경험하고 싶었다.
목적을 갖고 떠나는 여행이 아니기에, 마음 내키는 대로 차를 끌고 다니고 싶었다. 챙겨갈 수 있는 짐의 부피도 아무런 제약이 없기에 가지고 가고 싶은걸 다 갖고 떠났다. 이번에는 그동안 사람들과 같이 여행을 가며 못 들려봤던 평범한 동네 꽃집이나, 가보고 싶었지만 취향이 엇갈릴 수 있는 갠취 박물관, 유명하지 않은, 아직 안 가본 커피집, 그리고 꼭 한번 들리고 싶었던 산책로까지. 친구들이랑 떠나면 카페에 지긋이 앉아 스케치 몇 장 채울 새도 없었으니, 이번엔 그런 여유를 가지자.
샌프란
모두들 각자 마음속 유난히 특별하게 느껴지는 도시가 있는지 모르겠다. 나에겐 샌프란이 그러한 도시이다. 마음만 먹으면 살 기회를 만들 수도 있고, 가까운 미래에 삶의 터전을 옮겨 자리 잡아야 할 곳일지도 모르기에. 무엇보다 개인적인 추억도 얽혀있고 기대도 얽혀있기에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기도 하고, 먹먹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설레기도 한, 삶의 도전을 던져주는 도시. 샌프란. 올해는 1월 새로운 시작을 하며 내 안의 자리 잡은 감정들을 간소화시키기 위해 갔다. 그곳에서 마음의 정리가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혼자 여행의 결과는 성공적! book 해둔 에어비엔비도 정말 따뜻하고 깨끗한, 아담한 곳이었고, 날씨나 매일 들린 곳도 100% 즐기며 돌아왔다. 출발 전, 가서 하고 싶은 것들을 쭉 적었었는데, 리스트를 보니 거반 다 하고 왔다. 나이스. 가는 날 오는 날을 버린다 치고, 통으로는 이틀간의 여행. 떠나오길 참 잘했다 싶은 며칠이었다. 지루한 침묵 여행이 될까 걱정했지만, 사실 난 전혀 지루하지도 않았고, 외롭지도 않았고, 나 자신의 동반자가 되는 꽤 든든한 여행이었다. 다른 누구에게 맞출 필요도 없고, 이야기할 필요도 없고, 나 자신에게만 충실하면 되는 시간. 꽤 좋은 하루를 보냈다고 느껴질 땐 스스로 동선을 잘 짰다, 잘했다고 나를 칭찬하기도 하고, 누군가 꽉꽉 채워둔 파킹 미터기 자리를 운 좋게 찾아 파킹 할 때는 혼자 기뻐하기도 하고... 혼자의 감정에 충실하기에 바빴다.
사실 개인적으로 생각이 복잡해 떠나 정리하고 싶었던 거였는데, 아무 생각 안 하고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굳이 이 여행에 의미를 붙이자면, 30살이 되기 전에 혼자 여행을 떠나보고 싶었고 그걸 이뤄낸데 만족한다. 장거리 운전도 전혀 나쁘지 않았다. 아! 우선 해보면 된다. 혼자 여행이 맞을지 안 맞을지, 먼저 해보면 된다. 이번을 계기로, 내게 적당히 익숙한 곳이라면, 혼자 여행이 내 적성에 제법 맞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이것이 앞으로의 많은 혼자 여행의 시작이 될듯하다. 자신감 +1 획득.
올해에도 이렇게 생각만 했던 것들, 일단 해보자! 일단 해보고 평가해보기로 한다. 이 선택들을 통해 나를 또 알아가고 배워나간다.
Day 1
Disney family museum
Dumpling Time (to go)
Ampersand SF
Four Barrel Coffee
Dinner @ Serpentine
Magnolia Dogpatch (beer)
Cirque du Soleil- Volta
Day 2
Stanford dish loop Hike
Mints & Honey
Zanze’s Cheesecake (closed)
Arsicault Bakery
Stable Coffee (closed)
Dinner together
Day 3
Coffee Shop
Panama Bay Coffee
Lv Fusion Eate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