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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jai Jan 20. 2019

소소한 나의 삶 속 운동들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운동에 관한 기억과 썰들

해가 바뀌고 나서 아직 한 번도 gym에 안 갔다. 작년 후반기엔 절친 두 명이 결혼을 치렀고, 나는 그중 한 명의 maid of honor이 되어 어쩔 수 없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짐을 꽤 열심히 나갔었다. 너무 열심히 한 탓일까. 새해가 되었지만 짐 근처엔 얼씬도 하기 싫고, 1일 5 칙촉은 기본으로 밤에도 먹고 낮에도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나의 craving을 아낌없이 충족하고 있다.


나는 기본적으로 땀 흘려하는 운동이 적성에 맞다. 뭔가 몸에 열을 내고 땀을 흘려야 내 다리에 팔뚝에 붙어있는 지방도, 늘 나를 잡고 늘어지는 나의 게으름도 함께 훨훨 타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기분이 좋아진다. 아드레날린과 함께 복잡하게 맴돌던 잡생각과 걱정거리가 훌훌 함께 날아가는듯하다. 또 자신감을 얻는다. 내 문제들보다도 나는 강하고 내 삶을 케어하는 건강한 사람이라는 좋은 의식을 갖게 만든다.



일상 속 casual 한 운동


운동은 어려서부터 좋아했다. 어떤 운동을 마스터했다는 뜻은아니다. (...) 저먼 나라의 아이들처럼 어릴때부터 겨울이면 스키를 타고, 여름에는 스노클링을 하며 익스트림 스포츠를 쉽게 접했다는 말도 아니고 (...) 그냥 소소한 배드민턴과 산책의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면, 나는 도시와 변두리 두루두루 다양한 곳에 살았다. 저녁노을이 지는 시간이 되면 가족과 함께 공원과 논둑에 나가 소소한 산책이나 줄넘기, 배드민턴 등을 했다.  시골에 살 땐, 산책로를 따라 장작이 타는듯한 가을 냄새를 맡으면서, 여름엔 길가에 피어난 코스모스와 또 어디선가로부터 나는 진한 재스민 꽃 향을 맡으며 슬렁슬렁 산책하였는데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그 소소한 산책 또한 운동이라면 나에겐 운동이었다.  


초 6 때는 가톨릭 여학교를 다녔는데 그때 학교 농구팀을 조인했다. 불 호랑이 같았던 걸걸하고 무서운 인상의 거구 Benjamin코치의 지도 아래 농구를 배워나갔다. 엄마가 사준 소중한 나의 농구공으로, 시간이 날 때마다 아파트 단지 아래에서 틈틈이 드리블링 기초와 트릭을 마스터하는 것이 그리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여름방학 때는 땡볕 아래 힘든 여름 트레이닝을 다녔다. 제법 재미를 붙였는데, 엄마는 열심히 시합 시즌 때마다 이 학교 저 학교로 라이드를 주시며 서포트를 아낌없이 주셨다.



쓰면서 또 생각나는 건, 어릴 때부터 아빠와 함께했던 키 크기 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초등학교 때부터 별명이 슈퍼땅콩이었을 만큼 키가 작았던 터라, 키 크기에 좋은 것은 죄다 먹고 트라이해봤다. 딸의 자존심을 세워주기 위해 풀 서포트를 아낌없이 주셨던 부모님 덕분이다. 두 가지의 운동을 병행했는데 하나는 키 크기 운동기구- 탄성밴드를 이용해 유연성을 기르면서 스트레칭을 통해 성장을 촉진하는 방식의 운동이었고. 하나는 맨몸 체조였는데, 그것 또한 아빠가 내가 중도 포기하지 않도록 항상 같이 해주셨다. 나의 개인 트레이너를 자처하신 셈이라 감사할 따름이다. 효과가 있었겠지?


고등학교에 들어서는 태권도를 3년간 했다. 시작하게 된 계기는 "고쿠센"이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일드 "고쿠센"에 나오는 주인공 여선생의 카리스마에 반해 엄마를 졸라 태권도 도장권을 끊었다. 그 드라마에 완전 꽂혀버려서, 나도 터프하고 멋진 여자가 되고 싶다고 다짐했었다 (오글오글 내 손가락...). 다행히 내 적성에 아주 잘 맞았고, 3년간 brown stripe까지 꽤 올라간듯한데, 11학년 미대 portfolio 준비로 바빠져서 아쉽게도 그만두었다. 태권도를 배우며  나름의 자세교정과 호신술을 통해 얻는 자신감 외에도 인내심과 꾸준함이란 귀중한 덕목을 배우는 계기가 되었다. 왜냐면 학교가 끝나고, 가기 싫든 가고 싶든 태권도 클래스가 있는 날에는 무조건 참석해야 했으니까.



길고 긴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어


살다가 간혹 한없이 가라앉는 기분에 잠겨 허우적거릴 때, 미래에 대한 막막한 걱정과 일상 속 무기력함을 느낄 때마다 나를 구원해주는 것도 바로 운동이다. 첫 번째 이별을 겪은 후, 한없이 다크한 동굴 모드에 빠져있을 때도 유일하게 나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것은 운동이었다. 그전까지는 gym 근처에 얼씬거린적도 없었고, 운동에 돈을 제대로 투자한 적도 없었는데 (정확히는 내 돈으로). 이상태로는 안 되겠다 싶어서 24/7 fitness에 가입을 했고, 매일 퇴근하자마자 짐으로 쏜살같이 달려가 2시간가량 시간을 보내곤 했다. 운동하는 시간 만큼은 행복했다. 내 머릿속을 떠나 운동하는 것 자체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생각을 잠시 끄고 전환하기에는 딱이었다. 뭔가 반복적으로 운동을 하는 동안은 나름 인생의 progress를 만드는 것같이 느끼게 만들었기에 운동은 나에게 easy win이었다. 그때는 운동중독 반 이별 후유증 반 때문인지 살도 많이 빠졌었다. (안쓰러울 정도로.)


그 당시에는 유산소 운동- elliptical과 treadmill을 중점으로 하곤 했는데. 근력운동으로 눈을 돌리게 된 건 나이를 좀 먹고 나서이다. lean 한 바디도 바디지만, 탄탄하고 근육이 있는 toned up 된 몸의 중요성을 느낀 후! 친언니와 가까운 친구들의 결혼식이 가까워질 때면, 드레스 밖으로 드러난 매력적이고 탄탄한 등과 팔을 만드는 게 소원이었다. 특히나 인스타 속 스페인계 influencer들은 대게 탄탄하고 까무잡잡한 모습을 띄고 있었는데, 그것이 나의 미의 기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눈처럼 새하얗고 금방 부러질듯한 가녀린 몸은 나의 미의 기준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진지하게 취미를 삼은 것 중 하나는 등산이다. 처음에 취미를 들리게 된 것은, 대학시절 거의 하루가 통으로 소요되는 큰 산으로 장시간 등산을 간 적이 있었는데, 너무 고생을 해서 그 이후로 다시는 등산을 안 가겠다 했었다. 그렇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break up을 경험한 후, 스스로 찾아가게 된 곳은 산이었다. 정상에 오르는 건 둘째 치고, 산을 묵묵히 오르는 그 과정이 많은 상쾌함과 성취감을 안겨다 주었다. 그래서 꽤 여러 해 동안 thanksgiving holiday때마다 산을 오르는 것이 나만의 특별한 tradition이 되었었다. 그 당시 우스갯소리로 친구들에게서 엄홍길 대장이란 별명을 얻었는데, 그건 내게 어떤 advanced 스킬이 있거나 전문적인 지식이나 장비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냥 그들이 보기에도 내가 산을 꽤 좋아하는 게 느껴지고, 기회만 나면 등산모임을 만들어서였던 것 같다.


그 외에는 기회가 될 때마다 그루폰 같은 사이트를 통해 indoor rock climbing 등을 즐긴다. (이때까지 딱 3번갔다...) 그렇지만 자주 가는 것은 아니어서 갈 때마다 새로 로프 묶는 법을 배워야 한다.



올해는 꼭 배우고 싶은 것이 있다. 바로 수영이다. 어릴 때 몇 해 동안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마다 엄마가 언니들과 나를 수영클럽에 보내셨는데, 매년 갈 때마다 물 뜨는 것부터 새로이 다시 배워야 했다. 왜 통 늘지 않는가 보니, 나는 기본적으로 물에 대한 무서움을 갖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물을 무서워하니 통 물과 친해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수영은 내과가 아닌가 보다 하며 잊고 살았는데, 나이 먹으면서 수영을 꼭 배워야겠구나 하는 순간들을 꽤 자주 맞이했다. 친구들과 휴가를 내 lake tahoe로 놀러 갈 땐, 그 푸르고 청명한 물속을 자유자재로 가르며 헤엄치는 그들이 부러웠고. 또 (나의 함께 버켓 리스트 중 하나였던) sky diving을 함께 cross out 했던 현이가 (맞다. 맨 처음 스위스 여행기 글에 나왔던 그 친구이다.) 샌디에이고로 스노클링을 하러 가자고 제안했을 때에, 나의 발목을 잡았던 것도 0점인 나의 수영 스킬이었다. 그 밖에도 서핑을 해보기 위해서라도 수영을 배워야 한다.



사실 미국은 한국처럼 실내수영장이 잘 돼있지도 않고 잘 찾아볼 수도 없다. 야외 수영장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늘 시작하기를 꺼려했었다. (나는 추은 건 극도로 싫어한다.) 두 번째로는 수영 클래스를 끊으려면 수영복을 입을만한 준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유남생? 그래도 수영은 올해 내가 꼭 배우고 싶은 운동 중에 하나이다.


아무튼 간에 나의 운동 히스토리에 대해 심심한 썰을 풀어놓았는데, 이걸 쓰는 순간에도 나는 침대와 한 몸이 되어 칙촉을 먹고 있다. 오늘은 짜장면에 찹쌀떡까지 함께했다. 아 살찌는 건 정말 순식간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듯 하다. 이 놀팡 놀팡 한 생활도 곧 청산해야겠지.


어제 오래간만에 만난 친한 언니가 제안을 했다. 2월에 주짓수를 같이 트라이 아웃하자고. 나는 이미 작년에 주짓수를 두 번이나 트라이 아웃해봤다. 쉽지 않은 빡센 운동이다. 그래도 의리로 같이 가보려 한다. 아 그전에 월요일부터 다시 짐이나 꾸준히 나가야겠다. 첫 번째도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중요한, 나의 건강을 위하여. 삼십 대의 첫해는 건강하게 맞이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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