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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섭 Jan 13. 2019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6

현재를 사는 법

이상한 습관이 있다. 아직 일어나지 않았거나,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 대해 미리 걱정하고 그 상황이 닥쳤을 때를 대비해 어떻게 말할지까지 연습을 하는 거다. 화날 것같은 상황이 다가온다 싶으면 머릿속으로는 이미 상대에게  핏대를 세우며 말을 퍼붓고 있다. 혼자 속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가 또 금방 사그라든다. 하지만 대게 그런 상상속의 상황은 실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고, 다시는 이런 쓸데 없는 짓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 또 그러고 앉아있는 나를 발견한다.


항상 앞서간다. 그게 문제다.


주 3회 요가를 간다. 주로 집안에서만 활동하다보니 이러다 혹시 몸 어딘가 굳어가진 않을까해서 생존을 위해 시작한 운동이다. 요가에서는 호흡이 중요하다. 천천히 들이마시고 내뱉으면서 호흡의 속도에 맞춰 동작을 이어간다. 평온한 마음 상태가 되야 하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몸은 요가 동작을 따라가고 있지만 머릿속은 요가 끝나고 해야할 것들 생각에 분주히 돌아간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몸은 요가원에 있는데 마음은 이미 책상에 앉아 일처리 중이다.


나는 도대체 어디를 살고 있는건가. 현재는 없고 미래만 있다. 한번에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신경쓰며 산다는게 여간 피곤한게 아니다. 핸드폰 많이 쓰면 배터리가 금방 방전되듯이 내 몸도 마찬가지로 금세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러다 요가 강사의 한마디가 귀에 꽂혔다.


“현재에 집중하세요. 생각이 과거나 미래에 있다면  모두 잡생각입니다. 현재만 생각하세요”


꼭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불안증 환자마냥 1분뒤, 1시간 뒤, 하루 뒤 상황에 집중하며 정신이 팔려있던 나에게 정신 차리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한번은 두피 마사지를 받는데, 나보고 생각을 그만하시라고 두피가 딱딱하게 굳었다했다. 쪽집게 같은 사람이다. 쉴때는 생각을 멈추고 머리를 비우는게 간강에도 좋다한다.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항상 앞서 생각하면서 대비를 했지만, 사실 상황이 더 나아진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쓸데 없는 걱정이었고, 그럴수록 오히려 더 불안감만 가속시킨 꼴이 되곤했다.


현재만 살아도 제대로 살까말까한데, 미래부터 걱정한다는 게 정말 가당치 않은 일 아닌가. 어리석은 일은 이제 그만할때가 된 것 같다. 미래의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해도 절대 늦지 않을 터. 주인 잘못 만나 고생한 머리를 이제 좀 쉬게 해줘야할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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