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윤섭 Jan 13. 2019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5

인간관계가 숙제가 될순없어

세상에서 가장  풀기 어려운 과제다. 그놈의 인간관계란 게 말이다.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처음 사회관계를 배우게 된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닥친 최고의 난제 중 하나였다. 늘 주변에 무리를 거느리고 다니는 소위 O형 친구들(요즘으로 치면 핵인싸)은 나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자 미스터리한 존재였다. 저 인간은 어찌 저렇게 늘 대화 소재가 넘쳐나고 사람들에 둘러싸여 뭔가를 함께 하고 있는가. 그런 친구들과 전혀 다른 정반대의 지점에 있는 나는 그 자체가 일종의 콤플렉스였다. 사교성 있는 건 좋은 것, 사교성 떨어지는 건 나쁜 것 혹은 부족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니 억지로라도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늉이라도 해야했다. 허나 워낙에 어린시절부터 남들과 뭔가를 공유하는데에 (대화를 한다거나) 큰 필요성을 못 느꼈던터라, 쉽지가 않았다.


한반에서 나와 대화하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 별로 할말도 없고 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전혀 어린이답지 않은 모습이다. 그렇게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쭉 일관된 모습으로 살다보니,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전혀 훈련이 안된채 사회속에 던져졌다.


사회생활 잘 하려면 적당히 남들과 섞일 줄도 알아야 되는데, 어릴때부터 워낙 그쪽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지라 그게 힘들었다. 나를 끌어줄 선배와도 유대를 맺어둬야하고 필요할때 부를 수 있는 후배들도 평소 챙겨둬야 일 하기가 수월해질텐데, 그렇게 전략적으러 필요에 의해 관계를 유지하는게 영 힘들었다.


관계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노력. 때되면 안부 문자를 하고, 가끔은 커피도 마시고 밥고 먹고 해봤다. 문제는 이 과정이 전혀 즐겁지 않고 일의 연장 같은 기분이라는 거다. 얘길 나누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집에서 할일들을 떠올리며 시간이 어여 흘러 귀가해 내 침대에 편히 드러눕길 기다린다. 이게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기가막히고 자괴감도 든다.


자연스럽지 않고, 영 불편하다. 체질이 거부한다.


역시 나는 인간관계를 힘들어 하는 사람인거다. 학창시절 16년에 직장생활 18년까지 쭉 이 상태라면, 역시 아닌거다.


내 주변에 희한하게 만나면 기분 나빠지는 부류가 있었다. 특별히 나에게 손해을 끼치거나 싫은 소리를 하는 게 아닌데도, 얘기하다 보면 눈 촛점이 흐려지면서 집에 빨리 가고 싶게 만드는 사람. 그래도 관계 유지 차원에서 만날 수밖에 없는 사람. 하기 싫은, 미뤄두고 싶은 숙제같다.


주변에 사람이 많지 않고, 휴대폰 연락처에 친구 목록이 빈약한게 마치 콤플렉스처럼 느껴졌었는데, 모든 게 무의미한듯 보였다. 세상에 내 감정만큼 소중한 게 어딨다고, 좋지도 않은 사람들과 억지 시간을 보내는가.


요즘은 주기적으로 누군가 연락하거나, 만나거나 하지 않는다. 그 사람의 근황은 간접적으로라도 보기 싫어 SNS도 언필한다. 어차피 소중하지 않은 관계는 그런식으로 소멸될 것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함없는 관계는 내 사람인 것일테니. 숙제하듯 억지로 해야하는 관계는 과감히 청산하고자 한다.


혼자 있은걸 지독히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친구가 있다. 잠시 잠깐의 시간도 혼자 못 견디고 늘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 안심이 되는 사람. 일종의 강박 불안증이다. 혼자 있는다고 하늘이 무너지지도 않고 지구가 망하지도 않는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관계의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하다. 피곤하게 했던 숙제다 사라진 기분이다. 억지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외출하는 일 없이,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채운다. 그렇게 점점 더 완전한 침대형 인간이 되어간다. 오늘도.



매거진의 이전글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4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