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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섭 Jan 13. 2019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4

당신도 혹시 침대형 인간인가?

단순히 집순이로 생각하면 오해다. 침대형 인간의 메인 무대가 집인 건 맞지만, 보다 고차원적인 생활양식과 삶의 철학을 포함하고 있다. 뭔가 구체적이지 않아 당신이 말하는 침대형 인간이 뭔지 당최 모르겠다 하는 분들 있을 터. 그럼, 혹시 나도 침대형 인간일까 궁금한 분들을 위해 다음의 체크리스트를 준비했다.


1) 일단 잠자는 시간이 꿀같다.


성공한 연예인들이 하는 말이 있다. ‘잠은 죽어서 자라’. 뭔 개소린가 싶다. 인생 참 빡세게 산다. 침대형 인간에겐 헐렁의 미학이 있다. 눈 떴을 때만 인생이고 잠자는 건 버리는 시간이란 생각은 헛소리다. 나는 하루 딱 1/3을 자는데 쓴다. 그만큼 가치가 있다.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침대에 누워 아무고민 없는 무아의 상태에서 온몸을 릴랙스하는 그 순간이 아주 행복하다. 낮에 열심히 살아온 나에 대한 보상이다. 운 좋으면 현실에서 이루지 못할 상황을 꿈을 통해 실현하기도 한다.


그리고 잠 자는 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다. 실제로 눈감고 램수면에 빠지는 순간, 우리 뇌는 낮동안 학습했던 일들을 뇌짚으며, 정보를 취사선택해 서랍에 넣고 빼며 정리하는 일을 한다. 잠이 없으면 낮에 했던 일의 효율이 절반으로 줄어든다고 봐도 된다.


2) 약속이 생기면 좋지만 깨지면 더 좋다


주말 약속이 없는 걸 불안해 하는 사람이 있다. 늘 사람들 사이에 속해 있어야 마음에 평온이 오는 사람. 침대형 인간은 정반대 지점에 있다. 내 시간을 할애해 어떤 장소에 일부러 나가 누군가를 만나는 게 정말이지 귀찮고 시간낭비 같다. 메신저로 충분히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데, 굳이 만나서 밥을 먹든 영화를 보든 하는 과정이 아주 불편하다. 그래도 사람처럼 살려고 억지로 그런 과정을 시도해보긴 했으나, 역시 불편하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 같은 사람은 약속이 잡히면 좋긴 하지만, 약속이 깨지면 더 좋다. 뭔가 관계는 긍정적으로 유지하면서 귀찮은 과정은 생략된 느낌이랄까. 물론 나도 사람을 만나긴 한다. 하지만 1년에 한번 정도만 만나도 충분하다는 거. 그렇게 해도 좋은 관계가 유지되면 진심으로 좋은 관계가 아닐까.


3) 혼밥, 혼술에 전혀 거리낌 없다.


간혹 혼자 뭘 먹는 행위를 측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영화는 혼자 봐도 밥은 혼자 못 먹는 사람이 태반이다. 타인의 시선때문이다. 정작 남들은 뭘 먹는지 신경도 안 쓰는데도 불구하고, 남들 시선 신경쓰느라 혼자 먹고 싶어도 못 먹는다. 아직 어른이 아닌거다.


혼자 집에서 밥 잘 먹는 침대형 인간은 혼자의 시간에 당당하다. 식당가도 혼자 1인분씩 잘 시켜먹고, 혼자 비행기타고 여행가서 셀카도 잘 찍고, 뭐든 혼자서도 잘한다. 집에서는 뭐든 다 혼자 하면서 왜 다들 집 밖에만 나가면 미숙아가 되는가.


위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침대형 인간의 자격이 충분하다. 웰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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