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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윤섭 Jan 13. 2019

침대형 인간이지만 괜찮아_#13

욕심 내다버리기

그 사람의 성격,성향을 쉽게 파악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집에 가보는 거다. 집은 그 사람의 무의식, 성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울과도 같다.


욕심에 있어 둘째가라면 서러운 친구가 있다. 먹고 토하는 한이 있어도 눈에 보이는 음식은 최대한 많이 밀어넣고, 뭔가 공짜가 생기면 나중에 필요없어 버릴지라도 일단 챙기는 친구. 집에 놀러가 봤더니 그 성향이 그대로 묻어있었다. 온갖 물건들로 바늘 꽂을 틈도 없이 빽빽했다. 뭐든 생기면 챙기고보는 성격탓에 집안이 온통 만물상이다. 벽에는 모자들로 빈틈이 없고, 침대위도 인형,베개들로 사람 누울자리도 부족해 보인다.


욕심대회에 나가면 명실공히 대상감인 또 다른 지인이 있다. 그녀는 새벽 5시에 기상했는데 옆집  창문에 불이 켜져 있으면 화가 난다했다. 뭔 소린가 물어봤더니, 본인보다 더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열받는단다. 내가 1등으로 시작한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사실이 못 마땅한거다. 남에게 너그럽지 못하고 고집스럽고 탐욕스러웠던 그녀. 그녀의 집에도 가보았다. 역시 투머치다. 쌓인 물건들이 집을 짓누르고 있다.


나이들수록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가장 꼴불견이다.

문득 내 집은 과연 어떤 모습인가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는 지향점이 분명 있었는데, 작금의 상황을 보니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 나쁘게 말하면 난장판이다. ‘헉, 남 욕 할 때가 아니구나’


분명 책상위에 노트북과 꽃병만 있었는데 지금은 정체불명의 물건들이 쌓여있고, 화장대 위는 눈뜨고 못 봐줄 정도다. 아주 가관이다.


미니멀리즘은 단순히 인테리어적 관점만은 아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도 있는 듯 하다. 뭐 하나라도 남들보다 더 가지려고 꼼수 부리고 잔머리를 굴리는 나를 마주할때 얼마나 소름끼치게 징그러운지 모른다. 그런 순간을 만날 때마다 욕심덩어리를 내다 버려야겠다고 부단히 노력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필요없는 물건은 누군가에게 나눠주면서 집을 비워나갔다. 집이 정돈되고 불필요한 물건들이 사라지면서, 놀랍게도 마음도 정리가 되고 욕심도 비워지는 듯 했다.


그런데 지금 내 집은 또 다시 물건지옥이 되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혐오했던 그들의 모습에 다시 닮아가고 있는 거다. 가랑비에 옷 젖듯. 나도 모르게 조금씩 마음에 욕심이 들어찼나보다. 내가  특별히 더러운 인성이기 때문은 아닐거다. 나이들다보면 혈관에 기름때가 끼듯, 마음에 욕심의 때가 끼기 마련 아닐까. 다만, 그걸 깨닫고 멈추거나 고쳐나가면 되는 거 아닐까.


내가 욕심치가 어느 정도 높아졌나 점검해보기 좋은 방법, 내 집, 내 방을 한번 바라보자. 불필요한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다면 그게 신호다. 사저없이 비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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