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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 Sep 08. 2019

다국적 기업 전화면접 후기

동남아시아의 떠오르는 전자상거래 플랫폼

오늘은 내게 의미 있는 날 중 하나이다. 처음으로 내가 가고싶던 글로벌 전자상거래 기업과 전화인터뷰를 본 날이거든! 막상 끝나고 나니 잘 봤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면접 준비할 때 이만큼 의욕적으로 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1년간 원하지도 않는 회사와 직무에 마구잡이식으로 지원하면서... 서류합격해도 시험이 너무 보기 싫어서 안 간게 태반이고, 취직 후 그 일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을 떠올려보면 정말 끔찍했다. 취업이 내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내기 위한 수단이 아닌 맹목적인 목적이 되어서 나의 사고를 한없이 편협하게 만들었고, 내 있는 그대로의 인성과 자질이 중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수학 문제 1개 더 틀리고, 종이에 뚫린 펀칭 갯수를 세지 못해서 전전긍긍했다.



뭐 능력을 키워서 이직을 할 수도 있는 거고, 당장 맘에 안 드는 직무여도 안전하니까 시도해볼 수 도 있는 것이고, 이것들 역시 내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될 수도 있지만, 난 내가 의미를 찾지 못하는 일을 비교적 견디지 못하는 편이다. 인내하고 버텨내서 꿈에 다다르는 것은 정말 싫다. 좀 재밌고 짜릿한 일들을 하면서 꿈에 다다를 순 없는걸까? 모든 일에 인내와 끈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요즘 들어 더욱 절감하고 있으나, 내가 원하는 일에 그 인내심을 쏟아붓고 싶은 걸..




아무튼! 오늘은 내가 재미를 느끼는 분야 중 하나이고, 저기는 진짜 초엘리트들만 가는 곳이겠지...하며 벌벌떨며 지원조차 하지 못하던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과 인터뷰를 성사한 날이다! 그것도 내부자 추천전형으로! 

이 스토리에 대해서는 다음에, 내가 어떻게 구직방식을 바꿨고 또 어디서 그런 것들을 배웠는지 공유하겠다!


그런데.... 나란 닝겐은 정말 한결같다. 분명히 인터뷰 시간을 오후 한 시라고 기억해두고 달력에도 오후 한 시라고 적어놓고 오후 한시가 되기만을 기다리면서.. 강아지가 뼈다귀를 오독오독 씹어먹는 모습을 보면서 심신의 안정을 찾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인터뷰가 열두시였던 것..... 전화를 두 번이나 못 받고,  세 번째에 비로소 받았다....ㅠㅠ 하.. 첫인상이 90%인데...


싱가포르에서 국제전화로 전화를 걸어오면 싱가포리언 리크루터와 20분 정도 통화를 하게 된다.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되었다. 나는 영어..... 잘 하는 편은 아니다. 순수 국내 미드로만 공부했고, 현직자들이 대부분 해외대 출신인 것을 보고 괜시리 자격지심이 들어서 하기도 전에 위축되고, 영어 못해서 비웃음 당하면 어쩌지. 인터뷰 취소하고 싶다....하면서 걱정을 엄청 했었는데, 그래도 준비한 예상 질문 내에서 대부분의 질문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대답할 수 있었다. 





인터뷰 복기 내용

1. 너에 대해 소개해주겠니?

나는 2013년부터 전자상거래에 관심을 가져왔어. 실제로 대만 전자상거래 스타트업에서 머천다이저로 일한 동시에 너희 플랫폼에서 6개월간 셀러로도 일했어. 나의 best acheivement는 내가 소싱한 상품이 야후타이완 뷰티카테고리의 대표 상품으로 선정되었던거야. 내가 너희 포지션에 딱 맞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 포지션은 셀러와 현지 마켓을 모두 이해해야 하는 직무야. 마켓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경쟁력 있는 셀러를 발굴할 것이고, 셀러가 무엇을 원하는 지 혹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조차 모른다면 어떻게 그들을 매니징하겠어? 난 머천다이저와 셀러로서의 경험 모두를 가지고 있을 뿐더러 dedicated한 attitude로 임하기 때문에 내가 이 포지션에 Good fit 이라고 생각해.


2. 요즘 뭐하고 지내?

{예상 질문 리스트에 없었던 내용. 당황; ;; ;; ; ;}

한국에 돌아온 후로는 이커머스 인더스트리에서 구직활동을 했지. 그리고 타이완 마켓 말고 동남아시아 마켓에 대한 지식이 더 필요하다고 느껴져서 계속 공부하는 중이야. 


2. 왜 대만에 가서 일했던거야?

난 원래 온라인으로 외국에 뭘 파는 것에 관심이 있었어. 그래서 대만에 가서 실제로 스타트업에서 일을 했었고, 이 경험이 나중에 내가 셀러로 일할 수도 있게 해줬지. (할 말 까먹.....) 그래서......... 횡설수설 (지금도 뭐라고 말한지 기억이 안난다. 기억의 삭제....)


3. 그럼 왜 다시 돌아온거야?

사실 나 내 previous job을 좋아했어. 전자상거래에 대한 나의 흥미를 발견할 수 있었고 매우 감사해. 하지만 오직 대만 시장을 상대로 한다면 사실 솔직히 말해서 대만 시장은 작은 편이고 한계가 있어. 전자상거래의 좋은 점은 시간,공간,국경을 초월한다는 거잖아. 나는 더 international 하고 bigger한 플랫폼에서 일하면서 더 많은 사람과 마켓을 상대하고 싶었어.


4. 영어 말고도 중국어를 할 줄 아는거지? 한국어 네이티브 스피커랬나? 

응 맞아



5. 대만시장이 작은 편이라고 했는데, 니가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 역시 한국 셀러들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 알고 있니? 그럼 이것도 너에겐 상당히 작게 느껴질 수 있겠네 

(이 질문은 잘 이해하지 못해서 두번이나 I  think I couldn't understand 100% clearly, could you please speak one more time? 하면서 물어봤다.)

응 한국 셀러를 발굴해서 그 사람들이 해외에서 판로를 얻을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이라고 알고 있어. 내가 한국 셀러를 상대하지만, 그걸 위해서 동남아 마켓을 먼저 이해해야겠지. 그래서 사실 나는 굉장히 큰 마켓 전체를 상대하고 있는거야.


6. 저번 회사에서 무슨 일을 했던거야?

저번 회사에서 나도 셀러나 브랜드를 발굴해서 우리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역할을 했어. 하지만 자사 플랫폼 외에도 홈쇼핑이나 오프라인 등의 판로를 직접 개척해야 한다는 점이 sales skill을 필요로 했지.

CRM은 세일즈나 마케팅과 비슷한 것 같아. 언제나 그들이 원하는 것을 줘야하지.

우리는 스타트업이었고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때론 그게 어렵기도 했어 (이말을 대체 왜한건지)


7. 예전에 우리 플랫폼에서 셀러를 했었다고?

응 너네 플랫폼에서 한국 식품을 대만 소비자들에게 판매했었어.


8. 대학교 재학중이었는데 어떻게 대만에 가서 일한거야? 

대만 취업을 위해 1년을 휴학했어.


9. 대만에 있는데 어떻게 졸업이 되지?

아 마지막 학기에는 수업이 없어서 학교에 출석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대만에 있는 동안 졸업할 수 

있었어. 그러니까 나는 학교를 총 6년 다녔고 중간에 중국 어학연수를 위해 1년 휴학, 대만 취업을 위해 1년 휴학했어.


10. 몇년도에 입학했는데? 

2011년.



11. 서울에서 일하기 원하는거야? 아니면 나중에 다른 나라로 갈 생각도 있어?

이 포지션에 채용이 된다면 당연히 서울지사에서 일하면서 많이 배우고 싶지만, 만약 이후에 나에게 다른 해외 지사로 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absolutely 너희의 요구를 충족할 수 있어. 나도 travel 을 좋아하거든.


12. 희망 연봉 알려줄래?

대만에서 일하는동안은 평균 entry level보다 25% 높은 금액을 받았는데, 이 곳에서는 아직 인터뷰도 남아있으니까 너희가 판단하는 내 실력과 표현에 따른 salary를 받고 싶어. 너네 entry level 평균 연봉이 어떻게 되니?


(구체적 금액 제시해줌)


아. 그렇구나. 괜찮을 것 같아. 사실 나에게 급여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내가 더 배울 수 있고, 내 커리어를 디벨롭시킬 수 있다는 게 나에게 더 중요해.


느낀 점


아쉬움이 남는 점

 내 예상보다 1시간 일찍 시작했기 때문에 준비되지 않았다는 생각에 긴장하였고, 말하면서 계속 심장이 쿵쾅거려서 조급하게. 질문도  다 듣지 않고 먼저 막 답을 내뱉어버리는 태도를 보였다.

또 중간에 침묵이 생겼을 때 회사나 직무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 그리고 외국계기업인만큼 아무리 신입직이더라도 해당 직무와 산업에 대한 경력과 지식을 요구하는데, 계속 내가 전자상거래가 좋다는 말만 하고 배우고 싶다는 말만 했지. 내가 어떤 것을 잘 하고, 어떻게 그것들을 이뤘는지를 더 자신 있게 자랑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한국어로 하는 면접도 내 의지대로 분위기를 끌고 가기 어려운데, 더군다나 영어로 하려니! 어떻게 말을 하는 것은 둘째치고 내가 대답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에 매달려야만 했다...


좋았던 점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완벽하지는 않지만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영어로 표현했던 점이 대견하고, 앞으로 영어 공부를 더 꾸준히 한다면 인터뷰하는 데에 큰 문제는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영어 때문에 쫄지 말자! 내가 답변을 한국어로 번역해서 써두긴 했지만 실제로는 저렇게 유창하게 말하지 않았다. 번역하니까 그래보이는거지.. 중간에 말하면서 문법도 틀리고 단어도 애매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그게 두려워 말하지 않는 것보다 용기 있게 내 의견을 전달하는 게 외국계기업에서는 더 중요하게 평가되는 만큼 그냥 일단 내뱉는 게 차라리 더 나은 것 같다! 


주위에서 들려오는 말을 신경쓰지 않고 내가 가고싶은 길을 가는 것은 굉장히 불안하면서도 짜릿한 일이다. 이번 인터뷰의 결과가 어찌 되었든, 내 인생은 수많은 길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즐거운 과정을 누리면서 나의 방향성을 설정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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