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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Apr 08. 2020

변화

나는 예술가로 '안'살기로 했다


Er muss sein!


내가 정한 틀이나 공식 안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있던 나를 발견한다.

나에게 가장 급선무인 일이다. 그것을 부수고 나오는 일.



오래도록 유일하게 내 것이라고 생각했던 미술이란 것에 대한 융통성 없는 고집이나 예술에 대한 아집을 해체해야 할 것 같다. 나는 미술에 큰 포부가 없다, 예술에 일가견 또한 없다. 이 두 문장을 받아들이는 것이 그렇게도 그간 힘들었다.


나는 어쩌면 너무나 많은 것들에 관심을 가졌고 어느 정도의 재능이 있었기 때문에 어제와 오늘의 결심이 달랐던 적이 많음을 안다. 스스로 하는 거짓말조차 내버리고 나와 대면해보자면 나는 예술에 도취되도록 사랑한 적이 없다. 그보다는 나 자신에게 그런 예술을 덧대고 입혀보고 싶었던 알량한 욕심이었다. 항상 인지해왔던 것 같기도 하지만 이제까지는 모른 척했더란다.

나는 유일하고 거칠고 깊은 사상가, 예술가이고 싶었지

가벼운 재능으로 예술을 포방하는 철없는 지망생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이상적인 예술가가 될 수 없는 깜냥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지금의 나에게는 섣부른 것이라 여겨지고

당장 현실적이고 또 다른 자아실현의 욕구를 위해서 실질적인 목표가 생겼을 뿐이다.


지금의 나에게 그것이 섣부른 이유는 생각이 아직 조급하고 나의 예술에 대한 열정이 굳세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이나 마음가짐이 달라진다고 해도, 횡운이 나를 찾아온다 해도, 그 모든 것에 지금은 회의적이다. 나를 조금 더 똑바른 자세로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의 가지각색의 고민에서 도망치지 못하는 채로 기약 없는 시간 동안 나의 예술에만 전념할 자신은 없었다. 항상 자신은 없었고 그러나 낙관적인 기대만 있었을 뿐이다. 그토록 자신이 없는 이유는 하나다. 내가 나의 예술을 욕심내고 사랑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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