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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닐 Jan 05. 2020

일상과 일생, 예술과 욕심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나는 특히나 내 삶의 방향에 있어서 가장 대비되는 욕망을 가진다.

불황속에 밥이나 빌어 먹고 살려나 싶을 때는 그저 남들처럼 안정적인 일을 하길 원했고

그러다가 그런 '안정'이라는 게 별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릴 때는 '나'다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이 결심에서 조차 이것이 정말 나 일 것인지 아니면 나이고 싶어 하는 모습일지 몰랐다.


내가 결과에 상관없이 행복할 수 있는 일은 생각해보면 대단히 큰 일도 아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나를 표출하며 그것에 대하여 인정을 받거나 사랑을 받으면 곧 즐거웠다. 단순하게만 유추하자면 나는 가까운 사이라 아니더라도, 여럿과 함께 즐거움을 공유하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심지어 직업 적성검사라거나 그런 공식적인 검사 결과지도 나에게 연예산업에 종사하라 한다. 

현대미술이라거나 예술이라거나 그런 멋들어지고 거창한 장르는 아무래도 내가 최고로 열망하는 무언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예술적 허영심, 예술적 자아실현에 대한 욕심이 많은 사람이라 포기하기가 싫은 무언가였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유학을 준비하고 있지만 독일에서 미술을 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꽤나 텁텁하게 다가온다. 그 긴 시간을 이십 대의 막바지를, 온전히 다 바쳐야 하며 그 시간을 위해 가장 친숙하고 가까우며 즐거운 이 나라와 이 사람들을 떠나야 한다는 것. 이런 당연한 희생을 가끔은 이해하고 싶지 않다. 나는 어쩌면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개인적 욕심보다 자잘한 정에 더 이끌리는 연약한 사람이었나, 생각한다. 


그래도 한 가지 욕망은 상황에 상관없이 일정했는데, 그것은 '죽어도 재미없게 살기는 싫다'였다.

수많은 고민을 다 지나고 나면 결국 어떻게 하면 더 재밌게 살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일상의 재미를 넘어, 내 일과 내 삶 자체에 너무 단단해서 끊어낼 수 없는 대단한 재미를 갈구한다. 

그게 도대체 어떤 형식인지 아직 스스로도 모르면서 다분히 갈구한다. 재미없게 살 바에야 죽겠다, 라는 말을 되새기며 살아보기로 한다. 언제인가 어떤 형식의 재미를 찾게 되려나 기대하면서. 



Fritzlarer Str, frankfurt,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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