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짜리 볼펜

다른 질문은 다른 답을 부릅니다

by 공부하는 꽃사슴

조수용 님의 『일의 감각』에는 볼펜 디자인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볼펜 하나만 간단히 디자인해 줄래? 회사 기념품을 갑자기 만들게 되었어. 나중에 밥 한 끼 살게.”

“볼펜 디자인을 부탁합니다. 비용은 10억 원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본능적으로 달라집니다.

‘도대체 볼펜이란 무엇인가?’ ‘10억짜리 디자인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지?’

질문 하나가 사고와 접근을 완전히 바꿔놓는 것이죠.


저는 이 이야기가 조직을 다루는 우리의 방식과 닮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상 시스템 좀 손봐야겠어. 인건비 절감도 필요하고, 구성원 불만도 많아.”

“우리 회사의 장기적 방향에 걸맞은 보상 시스템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인재들은 과연 무엇을 바랄까?”

질문이 달라지면 접근도 달라지고, 그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는 전혀 다른 길로 이어집니다.


조직관리에서 중요한 건 우리가 어떤 질문으로 대화를 시작하느냐입니다.

단기적 불만을 잠재우는 질문에 머물면, 해법도 단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큰 질문을 던지면, 조직은 스스로의 방향과 정체성을 다시 묻게 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회사와 구성원 간의 ‘보이지 않는 약속’, 심리적 계약에 주목해 왔습니다.

누구도 계약서에 쓰지 않았지만, 사람들은 늘 마음속에 기대를 품습니다.

“이 정도 노력했으니 회사가 지켜주겠지.”

“내가 맡은 역할을 다하면, 조직도 나를 인정해 주겠지.”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심리적 계약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지금, 그 약속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저는 ‘심리적 계약의 전환’을 주제로, 과거부터 가까운 미래까지

조직과 개인을 오가며 이 보이지 않는 약속을 탐색하려 합니다.

때로는 연구 데이터를, 때로는 현장의 이야기를 빌려,

우리가 왜 함께 일하고 왜 때로는 떠나는지를 살펴보려 합니다.

심리적 계약이라는 렌즈를 통해 사람과 조직, 그리고 일의 관계를 다시 바라보는 여정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아마 다른 질문을 던지는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답도 달라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