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수습기자의 일지
사실 나는 술을 좋아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대학생 때부터 마신 술만 하더라도 엄청난 양일 거다 아마도. (내 살의 99.9% 원인도 다이어트에 늘 실패하는 원인도 술이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술자리이던지 부담 없이 잘 참여하는 편이다. 특히, 홍콩에서 인턴으로 생활하는 1년 간은 정말 술과 생활했다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이 마셨다. 한국이 아니니 부모님으로부터 자유로웠다고 홍콩은 맥주가 아주 저렴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하루 한 캔은 기본적으로 마시면서 매일을 보냈다. 또 함께 인턴쉽을 떠난 친구들 중 6명이 마음도 잘 맞고 술도 잘 마셨기 때문에 맥주 마실 일이 많기도 했다. (모이면 늘 박스씩 맥주를 사는 건 필수였다)
그 정도로 술을 좋아하는 나도 실제 회사생활을 하니 회식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기자협회 체육대회 뒤풀이 때문에 더 부담스러워졌다. 체육대회 후 회사 근처에서 뒤풀이를 했다. 그날 엄청난 양의 소맥을 마셨다. 얼마나 마셨는지 웬만한 술자리엔 끄떡없는 내가 마지막에는 화장실로 도망가있을 정도였다. 또 다음날 아침은 얼마나 죽을 뻔했는가.
그렇게 한번 심하게 회식을 하고 나니 술이 무서웠다. 오죽했으면 친구들 한태 어떻게 하면 술을 안 마실 수 있을까를 물어보기까지 했으니. (나의 발언에 친구들 대부분이 상당히 놀랬다) 그렇게 혹독한 첫 회식을 치르고 난 뒤 오는 회식은 늘 무섭기만 했다.
그러다가 얼마 전 사회부 부서 회식. 다행히도 술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어서 내가 원하는 종류와 원하는 만큼의 술을 마시고 올 수 있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일찍 회식이 종료돼 그다음 날이 아주 편했다. 며칠 뒤 있었던 전체 회식. 몸이 심각하게 안 좋았기 때문에 더 긴장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처음에는 물로만 건배를 하고 이후엔 적당히 맥주를 마실 수 있어 무사히 컴백했다. 회식이 끝나는 시간이 새벽 4시였지만.
그렇게 또 다른 회식을 통해 회식의 무서움을 잊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걱정스러운 건 탈수습. 우리 회사는 수습기간이 끝이 나면 탈수 습식을 진행한다. 바로 윗 기수 선배들은 1차에 다 뻗었다는 소문을 들었는데, 아직 3개월이나 남았지만, 탈수 습식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상단 이미지 출처: 구글(google) '맥주'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