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수습기자 일지
입사 후 한 달 동안의 일을 남겨보려고 한다.
입사 후 일주일 동안은 비편집국을 출근했다.
논설실, 경영지원실, 고객지원국, 광고국 등등
이 기간 가장 힘들었던 건 다들 쉬는 공휴일에도 나는 출근을 해야 된다는 것.
또 다들 쉬는 일요일에도 나는 출근을 해야 된다는 것.
(신문이 주 6일 나오기 때문에 기자들도 주 6일을 출근한다)
입사만 하면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주말 출근과 공휴일 출근은 더 지치고 더 힘들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지.
일주일 후 편집국으로 출근했다.
편집부, 사회부, 경제부, 문화부, 정치부, 타 지역 본사를 짧게는 하루에서 길게는 3일을 교육받은 후 다시 경제부, 문화부, 정치부 등 부서를 돌았다.
1. 사회부 교육
사회부에선 구청과 경찰서를 돌며 명함 받아오기 과제를 캡이 내주셨다. 구청이야 주민들이 자주 가는 곳이니 입성하는 건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정책과 홍보팀, 공무원 노조 등을 돌며 명함을 받았는 데 문제는 경찰서.
난생처음으로 방문한 경찰서는 입구에서부터 제지를 당했다.
"어디가 십니까?" "저 정보계요" "네? 왜 가십니까?" 등 몇 번의 답변 후 들어갈 수 있었다.
사실 정보계에는 가까운 삼촌(친 삼촌은 아니지만)이 근무하고 계셔 조금은 편안하게 미션을 수행했다.
문제는 형사계....
그냥 당당하게 쓱 들어가라는 삼촌의 말에도 형사계 앞에서 주저주저를 얼마나 했는지,
입장 후 어색하게 주의를 살핀 다음 높아 보이시는 분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당황하신 표정을 하시며 "누구세요?"라고 물으시는데
"안녕하십니까. 수습기자 OOO입니다. 인사드리고 명함 받기 과제 수행하러 왔습니다"를 말하는 데 어찌나 떨리던지.
이후 팀장님께서 웃으시면서 "빨리 명함들 꺼내 기자님 한 장씩 드리라"라는 말에 안심을 했다.
여기서 알게 된 점!
형사분들은 개인적으로 명함을 구입하셔야 된다고 한다. (왜쥬? 아직도 이해가 안 가지만) 그래서 명함 크기도 형태도 전부 다 다른데 없으신 분들도 꽤나 있으셨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시간 안에 명함 20장을 모아서 복귀할 수 있었다.
2. 정치부 교육
정치부는 내년 총선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을 조사 해오라는 명이 떨어졌다.
다행히도 나는 근처 시장을 배치받았는데,
아마 잘 응해주지 않을 거라는 선배의 말에 번쩍 생각난 건 엄마!
엄마의 인맥을 이용하자였다. (생각보다 이 결정은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그렇게 엄마와 친한 가게부터 시작으로 약 2시간 동안 질문하고 물은 내용을 정리해 선배에게 제출했다.
약 15명 정도를 인터뷰 한 나와 달리 동기들은 거절을 당하기 일수였다고 한다. (역시 인맥의 힘인가)
그렇게 기자란, 그리 환영받지 못하는 직업이라는 걸 느끼며 하루가 마감되었고
이후 나의 이름을 단 첫 기사가 나갔다.
3. 문화부 교육
평소 기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부서가 문화부라고 한다.
그렇지만, 문화적 지식이라곤 전혀 없는 나로선.
(대중문화에도 관심이 없는 편이다. 정말 민망하지만 내가 아는 최신 아이돌 그룹은 샤이니이다.)
더 부담스럽게만 느껴졌는데..
공연, 미술전 그리고 현대무용을 보고 기사를 작성하라는 부장님의 지시에 그대로 멘붕
특히, 현대무용 관람 후엔 선배가 내 얼굴을 보며 빵 터지셨다.
말 그대로 물음표만 가득한 체 공연장을 나오니 관장님께서 그냥 있는 그대로를 느끼시면 된다고 하셨다.
그럼 이 혼란함을 적어도 되나요 관장님?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머리를 쥐어 짜내서 제출했다.
문화부 너무 멀고도 어려운 길이였다.
4. 서울 본부
우리 회사는 타 지역에도 본부를 두고 있다. 4개의 본부가 있는 데, 그중 하나가 서울 본부이다.
시청역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 자리를 잡고 있다. 2일 간 서울 본부 교육을 받으러 갔다.
첫 째날은 국회와 청와대, 둘 째날은 영화 시사회 일정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청와대 기자실 방문은 정말 설레었다.
두근두근 춘추관(청와대 기자실)이라니! 선배의 안내를 받으며 이리저리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진짜 나중에 내가 여기를 꼭 출입하겠다는 다짐도 했다.
서울 일정 중 가장 좋았던 건 아는 지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거(교육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
특히, 함께 스터디를 같이 한 서울 모 방송국에 근무하는 기자 오빠를 만났을 때였는데
진짜 기자가 되어서 만나니 기분이 새롭기도 했다.
그중 가장 기분이 좋았던 부분은 내 명함을 전달했을 때였다. 오빠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내 명함을 엄청 꼼꼼히 보시는데 뭉클함과 감동을 느꼈다.
앞으로 나도 타인의 명함을 받을 땐 정말 정성을 다해 보아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언급한 신문사의 몇몇 부서들의 특징들을 짧게 요약하면
사회부는 '정말 뻔뻔해지기' 경제부는 '주변 이웃과 친하게' 정치부는 '능글맞게' 문화부는 '해박함' 편집, 교열은 '꼼꼼하게' 라면, 부서들의 공통점은 '어렵다. 어려워도 너무 어렵다'이다.
그렇게 한 달하고 보름이란 시간을 보낸 후, 4일째 사회부 경찰서를 출입하며 마와리 일상을 보내고 있다.
*상단 이미지 출처: 구글(google) '혼란'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