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지 수습기자 일지
2014년 SBS 드라마 <피노키오>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피노키오>에 보면 많은 기자들이 경찰서에서 대기하고 있는 장면이 나왔는데, 친구들에게 아침마다 경찰서에 출입한다니 타 언론사 기자들도 함께 있는 거 아니야?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나 역시 경찰서에 가면 타 언론사 기자를 많이 볼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는데,
지난 일주일 간 나는 매일 같이 7시 30분 경찰서에 도착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른 기자들도 형사계를 찾아오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지난 일주일 간 단 한 명의 기자도 보지 못했다. 그렇게 내가 경찰서에 도착해서 하는 일이라곤 당직하신 형사 팀장님과 형사님들께 인사드리기. 이후 형사계 분위기 살피며 말 건넬 타이밍 잡기 등이었다. 다행히 사건을 알아오라는 부담감을 선배가 주지 않은 터라 조금은 경찰서 도착 후 조금은 여유가 있다. 그러나 홀로 외로이 형사계에 있는 건 머랄까. 꼭 외딴섬 같은 느낌. 이방인의 느낌(이방인이 맞긴 하다만) 등을 느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경찰서에 오는 게 더 힘들고 지치고 피곤했다. 긴장이 배가 됐다. 그러던 중 월요일 오후 회사에 복귀하니 동기가 오늘 OO신문 수습기자를 봤는지 물었다. 아뇨 못 봤는데요?라고 하니 오늘부터 OO신문 수습기자들 경찰서 돌러 가는 데 그중 하나가 내가 속해 있는 경찰서였다. 얼마나 반가운지. 누구래요 누가 온데요?라는 이야기를 수차례 물었다. 그리고 다음날 형사계 문이 열리는 것만 지켜보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오지를 않자 먼저 연락을 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OO신문 기자와 만날 수 있었다. 혼자만 있어 쓸쓸하고 민망했던 변호인 접견실이 이렇게 다르게 느껴지다니.
OO신문 수습 기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누군가 형사팀장님의 안내를 받으며 변호인 접견실에 방문했다. ㅁㅁ신문 수습기자였다. 또 다른 동지가 들어오는 생기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총 3명의 언론사 수습 기자들이 변호인 접견실에 모였다. 아침 7시 30분 내가 첫 출근을 하면 7시 40분쯤 ㅁㅁ신문 수습기자가 도착한다. 이후 8시가 넘어서 OO신문 수습기자가 마지막으로 온다. 오늘도 사건 말씀 안 하시죠, 어제 무엇을 했냐 어디를 갔냐 등을 이야기하며 경찰서에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차갑기만 하고 쓸쓸하기만 했던 경찰서 행이 동지들이 생긴 뒤론 조금은 따뜻해졌다. 이래서 동료, 동료 하는 가보다를 느낀다.
*상단 이미지 출처: 구글(google) '동료' 이미지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