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명진 Dec 18. 2020

그렇게 엄마의 라디오 DJ가 되었다

아들, Heaven이었던 것 같은데?

"아들, 엄마가 오늘 버스에서 라디오를 들었는데 어떤 노래가 나왔거든? 그게 너무 좋더라. 그거 무슨 노래인지 못 찾아줘?"


엄마가 퇴근길 버스에서 흘러나오던 라디오 속 노래를 기분 좋게 들으셨나 보다. 어젯밤 내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현관부터 팔을 붙잡고 물었다.


"노래 가사라도 기억나는 게 있어?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가 한 프로그램에도 얼마나 많은데~"


멈칫하며 아쉬워하던 엄마. 골똘히 생각하더니 포기하시는 듯했지만!

씻고 나오는 내게 엄마가 회심의 한 마디를 던졌다.


"아들~ Heaven이야, Heaven! 이게 가사에 있었던 것 같아."


소녀처럼 환하게 웃으며 말하는 엄마가 귀여워서 웃음이 났다. 이어서 나는 형사처럼 엄마가 버스를 탔던 시간, DJ가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를 묻기 시작했다.


"그 노래 들었을 때, 대략 몇 시쯤이었어? DJ는 누구인지 알아?"

"그 MC 연예인 있잖아, 붐! 아까 저녁 5시 40분 조금 넘었던 것 같은데..."


해당 시간대의 붐이 진행하는 라디오를 찾아보니 매일 오후 4~6시에 진행하는 SBS 파워 FM <붐붐파워>였다. 라디오가 끝나면 앱이나 공홈에 선곡표가 올라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바로 검색을 시작했다. 그리고 발견했던 선명한 단어 하나. "Heaven."

2002년 발매되었던 가수 김현성의 <Heaven>이었다. 내 폰으로 크게 틀어드렸더니 아이처럼 좋아하시던 엄마.


"어머, 어머~ 그래 이거야 아들!! 우리 아들 DJ네~"


평범한 퇴근 후 저녁 일상이었지만 내게는 조금 특별했다. 

꽤나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엄마의 밝은 미소는 더 특별했고!


그렇게 어젯밤 나는, 엄마의 하나뿐인 라디오 DJ가 되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ALo_D16hnUU

매거진의 이전글 어제와 똑같이 자리를 지켜준 그대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