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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늘고래 Jan 18. 2021

르브론 제임스를 "소유"하다

가상화폐에서 NFT까지,

현재 오프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역삼 커뮤니티 논스. 2019년에 조인하여 열심히 블록체인을 공부하던 곳. 그러다 여러 현타가 밀려와 블록체인을 접기도 한 곳. 그러다 어느 날 옆자리에서 자꾸 쑥떡쑥떡 거린다. 뭐 또 코인 얘기거니, 돈 많이 버는 얘기거니 싶어서 다른 귀로 흘리다가 계속 '농구카드' 'NBA', 그리고 '르브론' 이란 단어가 귀에 걸려 쓰던 글을 멈추고 뭐가 그리 야단법석이냐고 생색내며 대화에 참여하였다.


"아니, NBA가 농구카드 런칭 했다고 하더라고 한 번 사보려고"


"웅? 농카는 원래 존재하잖아?"


"Flow랑 손잡고 NFT 형태로 런칭했어"


"에에에에?..."


먼저 Flow는 블록체인 프로토콜이며 쉽게 말해 블록체인 기술을 만들고 관리하며 그 기술을 토대로 가치를 창출하는 회사다. 물론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Flow도 자체 코인 생태계와 커뮤니티를 거느리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Flow가 아니라 바로 NFT다.


NFT: 대체불가 토큰/화폐


NFT는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이며 한국어로 풀면 "대체불가 토큰"이 되겠다. 디지털 화폐인데 그 고유성으로 인해 똑같은 이름의 디지털 화폐와 1:1 맞교환이 불가한 화폐다. 그 고유성은 다양한 가치로 발현시킬 수 있는데 화폐에 디지털 예술작품, 게임 아이템 등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삽입하여 화폐가 가치 있음을 "증명"할 수 있다.


NFT는 개인적으로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개념이다. Crypto-Kittie가 대표적인 NFT 성공 사례인데, 가장 비싼 고양이 Dragon이 17만 달러, 한화로 2억에 가까운 금엑에 트레이드 된 적이 있다. 그럼 이 고양이로 무엇을 할 수 있나?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다. 그냥 내가 이 고양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주인이라는 증명? 정도만 할 수 있다.


크립토키티.jpg


크립토 키티에는 수십, 수백만의 고양이들이 있는데 이 고양이들은 NFT의 특성에 맞게 하나같이 다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그러기에 1고양이를 다른 1고양이와 맞바꿀 수 없는 노릇인 것이고, 고양이들의 가치는 굉장히 임의적이고 개인적으로 부여된다. 사람들이 많이 특이하다고 생각하는 고양이라면 값은 오르고, 그렇지 않으면 값은 오르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별로 관심없는 고양인데, 내가 그 고양이와 뭔가 통하는게 있다고 생각되면 그 고양이를 저렴하게 구매하면 된다. 그게 끝이다. 물론 브리딩 기능 등이 있긴 하다. 살짝 다마고찌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키티 이름: Dragon (2억)


개인적으로 집에 뱀과 베타 어항을 키우고 있기에, 디지털 다마고치에는 큰 관심이 가질 않았고 애초에 그런 언제든 복붙 할 수 있는 "화면상" 고양이에 큰 의미 부여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각은 아직까지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NBA는 달랐다. 개인적으로 디지털 화폐나 블록체인은 오프라인과 연결점이 없으면 진일보가 어려울 것이라 항상 생각했는데 마치 이를 사이다처럼 속 시원하게 뚫어주는 아이템이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NBA TOPSHOT, NBA 가상 농구카드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크립토 키티의 개발팀이 NBA NFT를 책임지고 있는데 키티 성공사례를 통해 사업을 여러 방면으로 확장할 수 있는 모멘텀을 얻은 것 같다고 해석된다.


Topshot 홈페이지


NBA NFT의 컨텐츠는 간단하다. 역사적으로 길이남을 NBA의 장면들을 시각적으로 잘 렌더링 한 다음에, 이 각 장면들을 대체불가 토큰, 즉 하나의 "화폐'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 NBA, MLB 종이조각의 디지털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둘의 차이는 정말 크다.


먼저 NBA NFT는 종이카드와 다르게 고유 정보들을 블록체인에 "영구적"으로 저장해놓고 있다. 이 말은 즉슨, 종이는 세월이 지나면 색이 바래지거나 찢어질 수가 있는데 NBA NFT는 인터넷이 다운되지 않는 이상, 전기가 끊기지 않는 이상, 컴퓨터가 없어지지 않는 이상 언제든 그 자산에 엑세스 가능하며 타인에게 소유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수정불가" 기능이 양날의 검이라 생각하는데, 자산증명에 있어서는 든든한 친구가 되는 것 같다.


추가로 디지털 자산이기에 한 종이카드가 담는 정보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먼저 NBA NFT는 시각적으로 한 선수의 모먼트를 담고 있으며 이외에도 이 영상에서 나오는 경기의 점수, 선수 개인정보? 능력치, 그리고 심지어 이 카드를 누가 판매했고, 얼마에 판매되었는지에 대한 리스트도 쭉 나온다.


어빙신 핸들링 모먼트
팩 이미지
카드 경기스탯, 개인능력치, 판매기록


한 마디로, NBA NFT 한 장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이 역사의 한 장면, 한 모먼트를 소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선수의 능력치, 스탯, 경기결과, 판매기록 등을 액세스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블록체인의 성격상 "나만" 액세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이 카드를 소유하고 있지 않더라도 인터넷이 된다면 모두가 엑세스 할 수 있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인데, 그럼 가치가 없는 것 아닌가?"


개인적으로 가치는 인간이 임의적으로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에서 도출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5만원짜리 종이를 염소에게 주면, 염소는 그것을 씹어먹을 것이다. 우리가 맛있다고 생각하는 비싼 티라미수 디저트는 고래나, 가오리에겐 전혀 가치 없는 음식이다. 고로 이 대지에서 "가치"라는 개념은 굉장히 상대적이다. 이 렌즈로 보았을 때 이 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가치"라 부르는 인위적 가치는 그 가치가 나타난 시대에 그 가치를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커뮤니티, 컨센서스가 있을 때 그 가치가 인정받고 올라가게 된다. 비트코인도 마찬가지고, 수백억짜리 미술품도 그렇고, 종이 화폐도 마찬가지며, 세상 모든 것이 그렇다. 심지어 금 또한 인간이 이를 귀하다 생각해서 가치 있는 것이지 절대적으로 가치 있는 물질이라 하기에는 억지가 있다.


NFT의 가치는 이미 여러 영역에서 인정받고 있으며 이 가치를 서포트하고 있는 디지털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NFT의 가치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따로 포스팅 할 계획인데, 간단하게 말해서 인터넷, 디지털 세상의 "소유권" 개념을 지지한다면 이는 블록체인, 그리고 NFT의 가치를 지지하는 행위이다. NFT는 디지털 세계에서의 고유한 소유권을 증명하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NBA NFT의 장면과 선수 스탯들을 카피할 수도 있고 이를 액세스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카드 소유권을 증명할 수 있는 사람은 이 NFT를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소유하고 있는 단 한 사람 만이 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NFT의 특이점이다.


누구나 Cryto-Kittie의 Dragon 고양이를 스샷 찍어 자기 혼자 컴퓨터 스크린을 보며 "이는 내 고양이라" 할 수 있다. 집에서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면 사실 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런 고양이를 좋아하는 커뮤니티에 조인하고 싶고 사람들과 같이 관계를 쌓고 싶으며 궁극적으로 이 고양이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혼자"가 아닌 "커뮤니티"로 부터 인정받고 싶을 때는 집에서 스샷 찍은 Dragon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우스갯 소리로, 한 커뮤니티에서 어떤 사람이 갑자기 자기가 보름달을 소유하고 있다고 선포했는데, 이를 커뮤니티가 인정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보름달을 소유하게 되는 것이다. 혼자 가만히 있었던 보름달은 보름둥절할 수 밖에 없다. 집단이 이리 무섭다.


NFT도 NFT지만 NBA는 그 자체가 브랜드 가치가 굉장히 높고 이미 유튜브에 1700만 명의 구독자를 거느리는 만큼 디지털 팬덤 또한 대단하다. 거기다가 수집한 NBA 모먼트들은 따로 My Moment에 저장되며 이 카드를 가지고 쇼케이스를 만들 수도 있고 이를 사람들에게 핸드폰으로 보여줄 수도 있다. 그래서 디지털 카드 소유가치가 이미 여러 방면에서 "증명"되고 있다.


물론 NBA 모먼트를 동영상 저장하기 한 다음, 이것이 나의 모먼트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Topshot 홈페이지에서 모먼트 우클릭을 하면 바로 동영상 저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짝퉁" 모먼트 가지곤 NBA 커뮤니티가 제공하는 다양한 기능과 혜택을 누릴 수 없으며 NBA 팬 커뮤니티는 당신이 실제로 그 카드를 소유하고 있다고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그 카드는 최소한 커뮤니티와 화폐적 측면에서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그러기에 NBA Topshot이 유니크하고 독보적인 것이다.


"너도 함 해봐"


"그럴까?.. 어렸을 때 MLB카드 수집을 좀 하긴 했는데, 물론 한 장도 팔지 못하고 다 잃어버렸지만.. 한 번 재미삼아 팩 뽑아봐야겠다. 짱딱지 긁는 것 마냥 ㅋㅋ"


그렇게 두 팩을 뽑았는데 운 좋게도 한 팩에서 르브론 제임스가 나왔다. (Base set은 Topshot에서 지금도 구매 가능).


릅형 오랜만이야!


"이야, 르브론이네~?!"


"바로 뽑힘.."


"팔꺼야?"


"아니.. 걍 갖고 있으려구 ㅋㅋ"


물론, 르브론이라고 다 비싼 것이 아니다. 몇 달러짜리 르브론도 있도 수 만 달러를 호가하는 비싼 르브론도 있다. 이에 대해선 따로 포스팅 할 예정. 커뮤니티 멤버 중에 코스믹 르브론이라는 정말 레전드 오브 레전드 빨간 모먼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데, 그 모먼트는 Topshot에서 현재 4만불(한화 4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본인 왈 400k(4억)은 쉽게 간다는데, 지금 추세를 보니 실제로 그 가격까지 갈 것 같은 느낌..


개인적으로 돈 많이 버는 것에는 또래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애초에 돈 생각하면서 뭘 시작한 적이 잘 없는 것 같다. 그럼 무엇에 관심이 있는가? 항상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시와 소설 같은 문학에 관심이 많듯, 내러티브에 참 관심이 많다. 이념과 이데올로기, 신화, 종교 나는 이를 다 "내러티브"라 해석한다. 그리고 내러티브를 통해 어떤 임의적 가치가 창출되고 그 가치를 서포트하는 커뮤니티가 발생하는 게 너무나 신기하다.


비트코인도 커뮤니티의 지지를 통해 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물론 개인적으로 내러티브보다는 투기욕에 드라이빙되는 면이 없잖아 있어서 재미가 없어졌는데, NFT는 다르다. NFT는 누구나 예술, 문학, 게임의 형태로 내러티브를 만든 다음 이를 "화폐", "자산"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힘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이것이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고 가치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창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게 얼마나 큰 잠재력을 갖고 있는 도구인지 잘 이해할 것이다. 당신의 창작물이 더 이상 오프라인의 규제와, "현실적" 한계에 부딪힐 필요가 없다. 물론 본인이 의미있다 여기는 가치를 온/오프라인에서 어떻게 설득력 있게 풀어낼 것인가가 관건이겠지만, 그건 뭐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요구되는 핵심능력이 아닐까?


물론 NFT도 갈 길이 멀다. 먼저 크립토 키티와 같이 디지털 세계에만 한정된 NFT는 커뮤니티가 성장하는데 큰 한계점에 부딪힌다. 오프라인, 즉 오감이 존재하는 현실 세계와 아무 접점이 없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계에 큰 가치를 두지 않고, 인터넷 없이 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NFT의 가치를 설득시키고 그럼으로써 커뮤니티를 더욱 성장시키고자 한다면 현실세계와의 접점이 될 수 있는 컨텐츠가 필요하다. 그리고 나는 NBA가 그 신호탄을 쏘았다고 생각한다. NBA처럼 오프라인의 컨텐츠, 오프라인의 역사, 오프라인의 가치가 디지털 세상과 연결되는 블록체인 세상이 진정 앞으로 도래 할, 그리고 도래해야 할 블록체인 세상이라고 생각하며, 그로써 사기나 도박으로 취급되었던 디지털 화폐가 그 가치를 온전히 인정받게 될 것이라 해석한다.


NBA 카드에 대해선 추후 포스팅에서 더욱 구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NBA NFT이외에도 정말 신박한 NFT 디지털 쪼가리들이 현재 줄줄이 발행되고 있는데, 이들이 지금 거액에 거래되고 있는 걸 보면 진짜 이 인간의 가치부여, 의미부여 행위가 너무나 신기 할 따름이다. 부디, 모멘텀이 잘 유지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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